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걸작선 5
스티븐 킹 지음, 김현우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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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작품을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소설이 쏟아집니다. 캐리, 미저리, 샤이닝,듀마 키, 돌로레스 클레이본, 최근에 나온 언더 더 돔까지. 지금 열거한 것은 그저 기억나는 소설을 나열한 것이지 스티븐 킹의 모든 작품을 말한 게 아닙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국내에 엄청나게 번역되었죠.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가 누군데 이렇게 많은 소설이 번역되는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과연 무엇을 추천해 주어야 할까요?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대체로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중박은 가는 작품들인데(중박이라고 쓴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 소설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해도, 그 내용과 작가의 재능은 인정하여 중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추천해 줄 만한 작품은?

저는 그 중에서도 이 스티븐 킹 단편집을 추천하고 싶네요. 리뷰 제목 그대로 재기발랄하고 오싹한 단편들이 모여 있습니다. 추운 겨울밤에 이불에 들어가 귤을 까먹으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법한 이야기들 말입니다. 이 단편집에 실린 것들은 스티븐 킹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당연한 말이지만) 옥수수밭의 아이들을 읽으며 광경이라고 해야할 지 영상이라고 해야할 지 그런 게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딴 작가 이야기지만, 일본의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일본의 국민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인데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스산한 전설이나 이야기를 통해 저주를 피하기 위해 여러 전통적 인습을 따르는 폐쇄적인 마을의 이미지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얘기를 꺼낸 것은 이 폐쇄적인 마을의 이미지 때문인데, 방금 위에서 말한 옥수수밭의 아이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광경을 상상하게 되더군요. 다른 마을에 가려면 꽤 긴 거리를 차로 달려야 하는, 그런 곳에 위치한 마을. 그런 마을은 어떻게 보면 폐쇄성이 짙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쉽게 알려지지 않을 만한 곳이 아닐까요. 옥수수밭의 아이들에서는 버트와 비키라는 부부가 소년을 차로 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들은 이미 소년이 목이 잘려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이상함을 느낍니다. 신고를 하기 위해 개틀린이라는 도시에 도착하게 된 부부. 이 도시는 마을의 사람들이 믿는 옥수수밭의 '신'이라는 존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책 뒤에 실린 해설에서도 이러한 폐쇄성이 짙은 작은 마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 이미지를 스티븐 킹은 자주 사용합니다. 다른 작품들을 보면 이 마을의 광경이나 이미지가 점점 확고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좀 소름이 끼치는데 이것은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이 산장에서 범인을 추리하는데 사실은 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 산장에 있는 김전일을 뺀 모든 사람이 공범이었다는 그런 얘기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스티븐 킹의 단편집은 지극히 스티븐 킹다우면서도, 무겁지 않게 입문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실린 단편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허투루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이 단편들이 다 재미있죠. 무서운 이야기가 실린 작은 책들을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학교 앞에서 팔고 있었는데 그런 책들을 보며 무서우면서도 그 다음이 궁금해 견딜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 그렇습니다.

모든 단편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은 것은 서문이었습니다. 두려움과 공포,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스티븐 킹의 생각에 동감하면서, 때로는 그런 표현하기 애매한 감정들을 쉽게 서술하는 스티븐 킹에게 감탄하면서 읽었네요.

스티븐 킹은 그의 서문에서처럼, 우리를 슬그머니 어떤 방으로 끌고 갑니다. 그리고는 시트에 덮인 뭔지 모를 물체 위에 살짝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이곳 저곳 만져 보라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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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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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러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저에게 있어 최고의 명탐정은 셜록 홈즈입니다. 처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셜록 홈즈를 통해 접했었죠. 그 때는 셜록 홈스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책을 읽었던 것도 같고 상당히 가물가물하지만, 범인의 눈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흔적들을 보고 훌륭한 추리를 해내는 셜록 홈즈에게 감탄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괴팍하다면 괴팍한 홈즈와 우정을 나누던 왓슨 박사의 매력까지! 지금까지도 전혀 매력이 바래지 않네요. 오히려 추억이라는 애틋한 감정까지 더해져 읽을 때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심플 플랜의 홍보 문구에 있던 '아직 읽지 않은 당신이 부럽다'는 말을 아직 셜록 홈즈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KBS에서 영드 셜록을 방영했었는데, 그것을 보고 나니 셜록 홈즈가 한층 더 그리워져 책을 펼쳤습니다. 역시 셜록은 영국에서 만들어야지! 같은 굉장히 편협해 보이는 발언을 하면서 말이죠. 영드 셜록에서는 셜록 홈즈가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합니다. 홈페이지며 트위터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가 그대로 현대로 옮겨온 것이죠. 살짝 바뀐 부분들도 있지만, 원작의 내용을 차용하여 드라마를 전개하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했습니다.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분명 깨알같은 재미를 느끼며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에게 있어 최고의 명탐정이 셜록 홈즈라고 말은 했지만, 셜록 홈즈는 사실 완벽한 탐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의 추리는 무리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 없지 않은가 싶은 것들도 많습니다. (문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 경이 어느 사건에서 홈즈의 수사 기법을 이용해 추리를 했었다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자면, 셜록 홈즈는 모자란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자꾸 영드 셜록을 들먹여서 죄송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셜록의 대사 한 줄을 따오자면 '난 사이코 패스가 아니야. 소시오패스지.' 라고 말합니다. 그 말 그대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셜록 홈즈는 보통 사람들이 보자면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식, 지식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라도 자신이 필요없다면 싹뚝 잘라버리고 잊어버리는 점이라든지, 한없는 권태로움에 잠겨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점이라든지, 범인들을 무시하며 잘난 체 하는 점이라든지. 

그런 괴팍함을 가지고 있는 홈즈이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내용에 있어 특출난 트릭이라거나 놀랄만한 반전이 있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셜록 홈즈는 괴팍한 사람에 가깝고, 자신의 흥미를 쫓아 되는 대로 사는 듯한 인상을 주는 탐정입니다. 그런 셜록 홈즈는 지금까지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며, 작가들의 손에서 재창조되고 있죠. 그의 열렬한 추종자 또한 엄청나게 많습니다.

셜록 홈즈가 오래도록 사랑을 받고, 셜로키언이니 홈지언이니 하는 추종자들을 낳는 것은 아마 셜록 홈즈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갑자기 뭔 소리냐 할 수도 있겠지만, 셜록 홈즈라는 사람 옆에서 든든한 편이 되어주는 왓슨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셜록 홈즈는 소설 안에서 아이린 애들러라는 여자에게 한 방 먹기도 하고, 권태로움에 빠져 축 늘어져 있기도 합니다. 사건만 보면 음식 냄새를 맡은 개처럼 벌떡 일어나 사건에 뛰어듭니다. 왓슨을 무시하는 것 같지만, 가끔 왓슨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는 합니다. 왓슨이 결혼하는 것에 미묘하게 반대의 의사를 보인다든지, 그의 부인이 죽고 난 후 자신이 병원을 건너건너 인수하면서까지 그를 불러들인다든지.....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놀라운 추리 능력을 가진 탐정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서툰 면을 가진 사람의 냄새가 납니다.

셜로키언이 되려면 먼저 '셜록 홈즈가 실존 인물임을 믿어야 한다' 고 합니다.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네요. 인간다운 모습이 있는 탐정 셜록 홈즈. 영국의 베이커 가 221B에 가면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셜록 홈즈가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그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벗 왓슨 박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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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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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표지 또한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입니다. 검은색을 베이스로 하여 요염한 화풍이 내용과 관련된 요소를 표지에 수놓고 있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네요.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도 배어나온다는 평도 있던데,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이 마냥 밝고 긍정적인 내용이 아닌만큼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칭찬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삼수탑은 나오기를 고대하다 바로 구입했습니다. 지금에서야 리뷰를 쓰고 있지만, 읽은 것은 꽤나 된 소설입니다. 여왕벌 이후에 어떤 작품을 낼까 궁금했는데 삼수탑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언제 나오나 목을 빼고 기다렸습니다. 결국 손에 쥐게 되자 너무 궁금해서 바로 펼쳤네요. 다른 작품들보다 술술 읽히는 내용으로, 굳이 따지자면 팔묘촌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삼수탑의 주인공은 미야모토 오토네라는 여자로, 어린 시절 양친을 잃고 백부의 양녀가 되어 아름답고 정숙한 규수로 성장합니다. 어느날 그녀는 먼 친척인 겐조가 백 억 엔에 이르는 유산 상속인으로 자신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단 상속을 받기 위해서 그녀는 겐조가 지정한 수수께끼의 남자와 결혼해야 합니다. 그러던 중 백부의 회갑연에서 오토네의 정혼자라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이럴 경우 유산은 오토네를 포함한 겐조의 혈육에게 나눠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겐조의 혈육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느낌의 사람들로, 유산을 탐내며 각자 은밀히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그들은 하나 둘씩 차례차례 살해당합니다. 오토네는 그 용의자라 의심을 받고, 이리저리 떠돌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오토네는 '삼수탑'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삼수탑의 사진을 본 그녀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히고, 결국은 삼수탑으로 향합니다.

삼수탑은 트릭에 중점을 두고 읽어나가는 엄격한 독자라면 읽고 던져버릴지도 모르는 종류의 소설입니다. 삼수탑은 주인공인 미야모토 오토네의 1인칭으로 전개되며, 따라서 그녀의 심경과 행동들이 주가 되어 서술됩니다. 오토네는 아름답고 정숙한 규수라는 말에 걸맞게 조신한 처자였지만, 의문의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그녀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스스로를 동정하며 서술하는 장면은 오래된 연애소설을 생각나게 합니다. 촌스러운 느낌도 조금 있습니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연쇄살인의 트릭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으며, 트릭의 진상보다는 지금까지 의문의 남자에게 몸과 마음이 이리저리 휘둘리던 오토네가 결국 진상을 알게 되어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는(이것은 커다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두루뭉실하게 표현함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사실이 더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아아, 역시 그랬어- 하면서 독자도 마음을 편히 놓게 된다고나 할까요.

특이한 점은 긴다이치 코스케가 마치 악역처럼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뒤집히지만, 오토네의 입장에서 본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상하고 수상한 남자입니다. 그 점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역시나 이번에도 살인을 막지 못하고 후에야 '사실 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시작하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트릭에 신경쓰지 마세요. 그렇다면 삼수탑을 읽고 별 한개도 아깝다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제목에 쓴 대로 추리소설의 탈을 쓴 로맨스 한 편을 읽은 느낌을 줍니다. 그것도 상당히 오래전에 쓰여진 연애소설 말이죠.  띠지에 쓰여있던 '이것이야말로 요코미조 식 로맨스, 책략과 역전의 연발! - 세나 히데아키, 소설가' 가 정확히 들어맞는 소설입니다. 요코미조 식 로맨스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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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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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가 여러 명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아야츠지 유키토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읽고 팬이 되었네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미스터리와 함께 호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십이국기, 마성의 아이, 시귀 등의 작품을 쓴 오노 후유미의 남편이기도 하죠. 오노 후유미 또한 엄청난 필력으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입니다. 팬들이 부르는 호칭은 무려 주상이죠. 그녀의 작품들에서도 호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 여럿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며 친구와 오노 후유미와 아야츠지 유키토는 참 취미가 잘 맞을 것 같다는 둥 똑같은 사람끼리 만났다는 둥 우스갯 소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암흑관을 보면 그 구조도를 오노 후유미가 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쩌다보니 관시리즈보다 먼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 대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얼마 전에 다시 읽었기 때문입니다.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펼치면 눈이 끝없이 내려 만들어낸 설원이 등장합니다. 극단 암색텐트의 단원들이 길을 잃고 키리고에 저택까지 당도하는 것이 초반의 내용인데, 그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감탄하던 설원이 점차 공포의 대상으로 변화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새하얀 설원과 그 위로 계속 쌓이는 눈. 그런 풍경을 떠올리며 읽으려면 겨울에, 그것도 눈이 오는 날에 읽어야지! 라는 미련한 생각으로 인해 얼마 전에 꺼내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극단 암색텐트의 단원들은 여행을 왔다가 돌아가는 중에 차 고장으로 인해 걸어가기로 합니다. 그러던 와중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길을 잘못 들어 이리저리 헤매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다 키리고에 저택을 발견하고, 단원들은 저택에 사정하여 그곳에 잠시나마 머무는 것을 허락받습니다. 키리고에 저택의 주인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고용인들은 감시의 눈빛을 보내며 딱딱한 모습을 고수합니다. 키리고에 저택은 높은 가치를 지녔을 듯한 골동품, 수집품이 가득한 저택입니다. 저택을 둘러보던 그들은 각자 이름에 관계된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신세를 지고 있던 노의사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그렇게 저택에 머물던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관 시리즈 중 암흑관의 살인과 이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분위기가 반은 먹고 들어가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본격의 기수라는 아야츠지 유키토지만, 이 두 작품은 어두우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사실 트릭에 기대하여 읽는 독자보다는 어딘가 기이하고 기괴한 저택, 어두운 분위기. 클로즈드 서클. 이런 키워드에 반응하는 독자가 읽으면 만족할 것 같은 소설입니다.
길을 헤매다 저택이란 클로즈드 서클에 갇히게 된 인물들의 처지에 독자들은 감정의 이입을 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독자들에게도 키리고에 저택은 갑자기 떡하니 나타난 이상한 저택이거든요. 인물들이 저택을 돌아다니며 저택에 대해 감탄하고, 구조를 알아가는 것으로 독자들도 저택에 대해 자연스레 알아가게 되죠. 키리고에 저택은 저택 가득 어두움을 내포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활기가 전혀 없습니다. 고용인들은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습니다.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며 경고나 줄 뿐이죠. 불편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깍듯하게 손님 대접을 합니다. 음험한 키리고에 저택은 말 그대로 이상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마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예고하고 기다리는 듯이 말이죠.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탐정의 역할을 할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추리소설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또 한번의 반전을 꾀했던 건지 마지막에 누군가(미리나름이라면 미리나름이기에 누군가로 지칭하겠습니다)가 나와 진상을 얘기하는 것은 새롭긴 했으나 어딘가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살짝 미묘한 부분이기는 했지만, 트릭이나 진상보다 키리고에 저택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읽은 탓인지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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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소설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김종덕 해설 / 손안의책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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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헤이안 시대라고 하면, 확실히 고풍스럽고 귀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비한 느낌이 잘 살아 있다는 인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음양사에 실린 글에서도 그러한 인상을 표현한 구절이 있는 걸 보면, 이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거란 어렴풋한 확신이 드네요.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는 그런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신비하고 고즈넉한 멋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설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그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이 둘이 주인공입니다.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이름을 일본 만화나 소설을 보며 한두번 쯤은 접해보시지 않으셨는지? 음양사, 혹은 음양사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세이메이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소년음양사라는 라이트 노벨이 있는데 거기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아베노 세이메이의 손자입니다.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는 것 같네요. 할아버지가 각각 전설의 음양사와 국민 탐정이고 말이죠.

이 책에서 세이메이와 자주 어울리며 친한 모습을 보이는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그는 전상인이라는 고귀한 신분이면서도, 하인도 없이 길을 다니는 둥 소탈한 모습을 보입니다. 히로마사의 매력은 다 자란 성인이면서도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를 연상케 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그러한 심성이 히로마사가 다루는 악기에 묻어나와 천지를 감동케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의 피리 하후타쓰는 히로마사와 피리를 바꾸어 분 요괴의 것입니다. 히로마사는 요괴라고 해서 함부로 악이라 속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질투하는 여자가 변한 요괴를 보고도 눈물을 흘리며, 구할 방법이 없냐고 세이메이에게 매달립니다.
 
동명의 만화에서는 히로마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다른 여자캐릭터가 차지함으로서 세이메이와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분노했던 기억이 있네요. 음양사를 읽다 보면, 세이메이가 사건을 해결하고 하기 때문에 그가 주인공인 듯 싶지만 그런 세이메이를 이 헤이안 경, 더 넓게 보면 인간 세상이라는 것에 잡아 두는 건 히로마사라는 인물이거든요. 히로마사의 순수함과 세이메이에게 보이는 애정이 세이메이에게도 꽤나 큰 인상을 준 것이겠죠. 음양사에서도 그런 구절이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이메이가 히로마사에 대한 애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부분이 좋더군요. 흘리듯이 말하지만 그게 세이메이의 진심이겠죠.

세이메이는 일에 휘말려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카도 -천황-에게도 그 남자라는 둥 버릇없는 호칭을 씁니다. 그런 세이메이에게 일을 맡기기 위해, 혹은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위 사람들은 히로마사를 이용합니다. 너무나 순수한 마음의 그는 주위 사람들의 의도대로 움직여주거든요. 세이메이는 또 그런 히로마사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장단을 맞춰줍니다. 그 두 사람이 너무 귀엽습니다.

음양사에서 등장하는 아시야 도만은 세이메이와 라이벌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세이메이에게 말합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두 뛰어난 음양사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세이메이에게 히로마사가 있지만 도만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음양사에서는 히로마사와 세이메이의 애매한 주에 대한 대화도 재미를 주지만, 세이메이가 주에 대한 얘기를 하며 히로마사를 놀린다든지 혹은 히로마사가 지극히 솔직한 자신의 감상을 자연현상에 빗대어 말한 것 뿐인데 그것이 주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도 연관되는 부분이 있어 놀라는 세이메이라든지 하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을 접하면서 헤이안 시대에 대한 묘한 동경이라고 할까. 그런 게 생긴 것 같아요. 주술을 걸어 저주하고, 저주를 되받아치는 음양사들과 밤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요괴들. 귀족들의 한가로운 노래 시합까지. 담백한 문체로 서술하는 헤이안 시대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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