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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레스타 1 ㅣ 뱀파이어 연대기 2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첫번째 이야기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루이스를 동족으로 끌어들였던 레스타가 이번에는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무려, 록스타가 되어 나타납니다. 땅속에서 굶주림을 즐기며 그저 가만히 누워있던 레스타는 결국 일어나 부활합니다. 록음악! 그 강렬함에 매료되었죠. 그는 달라진 세상에 놀라고, 루이스로 인해 세상에 나오게 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보게 됩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는 전혀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없던 두 사람의 모습, 그 자화상이 그대로 나와있었죠. 레스타는 그것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루이스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레스타에 대해 오해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말했을 뿐이니까요. 레스타는 그것에 반론하기 위해 '뱀파이어 레스타'라는 자서전을 쓰며, 록밴드를 결성해 음반을 내기로 합니다.
레스타의 자서전 '뱀파이어 레스타'는 그가 어떻게 하여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지금까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레스타는 레스타 드 리용쿠르라는 후작가문의 자손이었죠.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더욱 몰락해가는 집안, 가족들을 보며 레스타는 동분서주합니다. 종교에 빠져 그쪽 길로 가려던 그를 좌절시킨 가족들은, 배우로 무대에 섰던 레스타를 쫓아와 그를 다시 집과 가문에 가둡니다. 레스타는 한편으로 좌절하면서, 나날을 보내고 어느날 근처에 나타난 늑대 여덟마리를 잡으며 '늑대 사냥꾼'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레스타에게 털로 만든 코트와 부츠를 가져다 바칩니다. 그 중 니콜라라는,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청년과 알게 된 레스타는 그와 교류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와 도망치게 됩니다. 결심을 굳어지게 한 건 레스타의 어머니가 레스타와 마찬가지로 이곳을 벗어나, 가족들이 천박하게 느끼는 행동을 마구 해버리고 싶다는 말을 고백한 이후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털어놓으며, 자유롭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말하죠.
파리에 간 레스타는 배우가 되고, 어느날 자신을 납치한 강력한 뱀파이어에 의해 자신 또한 뱀파이어가 되고 맙니다. 레스타에게 힘을 물려준 뱀파이어는 그대로 불로 걸어들어갑니다. 레스타에게 피의 강력한 힘과 보물을 남긴 채로. 레스타는 그 보물로 가족들과 니콜라를 돕습니다. 그 이후 레스타는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되고, 아르망과도 만나게 됩니다. 소년의 모습으로 살아온 진갈색 머리카락의 뱀파이어는 아주 아름답고, 우아했죠. 아르망과 레스타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들은 이뤄지지 못합니다. 레스타는 니콜라를 아르망에게 맡기고, 자신이 구입했던 극장 또한 맡깁니다. 그 극장은 '뱀파이어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뱀파이어들이 공연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됩니다.
상처입은 고독한 뱀파이어 레스타가 뉴올리언스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루이스를 만나게 됩니다. 그 이후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나와있죠. 레스타는 루이스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루이스는 자신을 욕망에 충실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뱀파이어라고 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 루이스를 뱀파이어로 만든 건 농장과 재산 때문이 아니라 루이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죠.(여기서 좀 웃었습니다.) 루이스의 무방비함, 인간적인 모습과 아름다움은 레스타로 하여금 그를 뱀파이어로 만들게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둘은 클라우디아의 일을 계기로 헤어지게 되고, 뱀파이어 극장은 불타게 되었죠. 레스타는 그 일에 대해 괴로움을 털어놓습니다.
레스타는 자서전과 음반을 내며, 레스타라고 하는 뱀파이어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합니다. 이제 점점 변해가는 세상에 잊혀져가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레스타란 뱀파이어는 항상 규칙을 깨고, 사고를 치기 일쑤이니까요.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뱀파이어 레스타는 결국 콘서트까지 치룹니다. 그를 걱정해 찾아온 루이스와 감동적인 해후끝에 말이죠. 그리고, 그가 처음 만들어냈던 '그녀'와도 오랜만에 만남을 갖습니다.
이 책은 제목인 '뱀파이어 레스타' 답게 레스타에 대해 다룹니다.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뱀파이어 레스타는 확실히 매혹적인 존재입니다. 그는 강해보이지만, 또 너무나 연약하기도 하죠. 악동같은 이미지가 절로 상상됩니다. 그는 규칙을 꼭 지켜야만 하는가? 그런 의문에 젖어 이런 사고를 칩니다. 뱀파이어들은 그를 증오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매력에 빠지기도 합니다. 레스타가 자신의 마음과 모든 것을 루이스와 클라우디아에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조금 놀랐던 건, 아르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는 어두움을 지닌, 묘하게 성숙한 인상의 아름다운 소년 뱀파이어로서 상냥하고 다정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게 반전되었다는 점입니다. 1편에서도 아르망은 어리고 천진해보이지만, 때로는 나이든 자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묘사가 있었죠. 클라우디아가 아르망에게 '너는 죽을 거야. 그래야 루이스는 자유롭게 나에게 올 수 있겠지'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했다는 말도 했고요.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루이스가 보고 있던 건 철저히 그의 입장에서, 아르망이 보여준 것만 믿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이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르망은 그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만 보였겠죠. 레스타에 얽힌 이야기 조각을 추가하니, 아르망의 어두움이 어디서 왔는가 의구심이 치솟네요. 아마 이것은 여섯번째 이야기인 '뱀파이어 아르망'에서 풀 수 있겠죠?
레스타의 노래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요? 일반 인간 관중과 몇몇의 뱀파이어들을 매혹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강력한 존재가 그의 노래를 듣고 깨어나게 됩니다. 레스타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세번째 이야기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이 너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