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소설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김종덕 해설 / 손안의책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헤이안 시대라고 하면, 확실히 고풍스럽고 귀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비한 느낌이 잘 살아 있다는 인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음양사에 실린 글에서도 그러한 인상을 표현한 구절이 있는 걸 보면, 이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거란 어렴풋한 확신이 드네요.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는 그런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신비하고 고즈넉한 멋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설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그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이 둘이 주인공입니다.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이름을 일본 만화나 소설을 보며 한두번 쯤은 접해보시지 않으셨는지? 음양사, 혹은 음양사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세이메이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소년음양사라는 라이트 노벨이 있는데 거기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아베노 세이메이의 손자입니다.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는 것 같네요. 할아버지가 각각 전설의 음양사와 국민 탐정이고 말이죠.

이 책에서 세이메이와 자주 어울리며 친한 모습을 보이는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그는 전상인이라는 고귀한 신분이면서도, 하인도 없이 길을 다니는 둥 소탈한 모습을 보입니다. 히로마사의 매력은 다 자란 성인이면서도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를 연상케 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그러한 심성이 히로마사가 다루는 악기에 묻어나와 천지를 감동케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의 피리 하후타쓰는 히로마사와 피리를 바꾸어 분 요괴의 것입니다. 히로마사는 요괴라고 해서 함부로 악이라 속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질투하는 여자가 변한 요괴를 보고도 눈물을 흘리며, 구할 방법이 없냐고 세이메이에게 매달립니다.
 
동명의 만화에서는 히로마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다른 여자캐릭터가 차지함으로서 세이메이와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분노했던 기억이 있네요. 음양사를 읽다 보면, 세이메이가 사건을 해결하고 하기 때문에 그가 주인공인 듯 싶지만 그런 세이메이를 이 헤이안 경, 더 넓게 보면 인간 세상이라는 것에 잡아 두는 건 히로마사라는 인물이거든요. 히로마사의 순수함과 세이메이에게 보이는 애정이 세이메이에게도 꽤나 큰 인상을 준 것이겠죠. 음양사에서도 그런 구절이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이메이가 히로마사에 대한 애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부분이 좋더군요. 흘리듯이 말하지만 그게 세이메이의 진심이겠죠.

세이메이는 일에 휘말려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카도 -천황-에게도 그 남자라는 둥 버릇없는 호칭을 씁니다. 그런 세이메이에게 일을 맡기기 위해, 혹은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위 사람들은 히로마사를 이용합니다. 너무나 순수한 마음의 그는 주위 사람들의 의도대로 움직여주거든요. 세이메이는 또 그런 히로마사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장단을 맞춰줍니다. 그 두 사람이 너무 귀엽습니다.

음양사에서 등장하는 아시야 도만은 세이메이와 라이벌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세이메이에게 말합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두 뛰어난 음양사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세이메이에게 히로마사가 있지만 도만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음양사에서는 히로마사와 세이메이의 애매한 주에 대한 대화도 재미를 주지만, 세이메이가 주에 대한 얘기를 하며 히로마사를 놀린다든지 혹은 히로마사가 지극히 솔직한 자신의 감상을 자연현상에 빗대어 말한 것 뿐인데 그것이 주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도 연관되는 부분이 있어 놀라는 세이메이라든지 하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을 접하면서 헤이안 시대에 대한 묘한 동경이라고 할까. 그런 게 생긴 것 같아요. 주술을 걸어 저주하고, 저주를 되받아치는 음양사들과 밤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요괴들. 귀족들의 한가로운 노래 시합까지. 담백한 문체로 서술하는 헤이안 시대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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