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날, 학내에 상주하며 학생들을 이간질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했던 경찰초소를 내손으로 때려 부순 날, 역사와 대중앞에 스스로 떳떳해졌다. 이후 평생 나에 대한 자존감을 갖게 되었으므로.
이미 충분히, 평생 넘칠 만큼 보상을 받았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나는 그 어떤 형태의 보상도, 인정도 더는 필요없는 사람이다.그러나 이 나라 정부와 사법부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나와 같은 이를 '죄인' 으로 낙인찍은 선고와 판결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만 하며 그에 대해 정당한 조치를 하고 역사를 바로 잡아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나의 유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근거이다. (p.282)

                                
1959 년 생 76 학번인 서명숙은 대한민국의 변방 제주도에서 ' 서명숙상회'의 딸로 태어나, 서울로 유학온다. 제주도에서 공부잘하는 딸, 학교에서 소문난 모범생이고, 교사가 되고자 했던 그녀는 76 학번으로 입학하여, 천영초 , 영초언니를 만나면서, 시대의 삶에 자신을 내던진다.
이 책은 수기다  엄혹한 시절을 산 청춘들의 수기이다
실존 인물인 천영초와 서명숙, 그리고 그때를 산 사람들을 증언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들이 외친, 자유, 민주, 평등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영초언니의 실존 인물인 ' 천영초' 씨의 삶은  꼭 독립투사들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졌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은 돌보지 못해 빈한하게 살았던 후손들, 개인의 영달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사람들은 참 불행한 일들의 연속이다 ,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의 귀절이 생각난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한 여성에게 바치는 사랑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그녀가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온전히 맞추어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ㅡ프롤로그 중 ㅡ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정말 많은 이들을,일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참으로 많이 잊고 살았다.
영화 1987 을 보면서 옛날을 기억하며, 눈물을 훔쳤던 우리는 1987 의 6 월 항쟁이 시작도, 종착역도 아니였음을 잊을 때도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망임에도 , 우리는 세상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편리함에 또 다른 누군가의 억압을 만들지는 않는가. 촛불이후 광장은 증언대가 되었고, 기억의 자리가 되었다.
기억을 재생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정작 우리는 기억을 부둥켜앉고 그 기억속의 수많은 투사들이 '무엇'을 위해 자신을 바쳤는지 , 그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해야할 것 같다. 사람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투신한 본질을 도외시하는 것은 또 다른 역사의 오류를 범할수도 있을 것이다.
영초언니는 민주화 투쟁사에서 남성 활동가들의 증언록만 남은 상황에서 ( 기억되는 이라고 고치자.) 여성의 관점에서 운동권 여성들의 외부적, 내부적 편견에 맞서 싸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천영초씨가 한국에서의 삶이 평안하기를 기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정미경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정미경 작가 전작읽기 두번째 책
-이상한, 슬픔, 원더랜드
제목에서 부터 스토리를 상상해 본다

왜 제겐 슬픔과 두려움이 똑같은 정서에 붙여진 다른 이름처럼 생각되는 거예요?
눈부신 것들이 사실은 두려워요. 저만 그런걸까요?
후회하지 않는 삶이 이런게 아니었던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여기, 지금
그토록 꿈꾸던 원더랜드에 도착했는데 말이에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p.p318~319)

36살의 윤자가 26살의 윤자가 된 것은 원더랜드에 도착하기 위한 것일까?
원더랜드 ,놀이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장권이 잇어야 하고, 입장권을 사기 위해 윤희는 고급콜걸로 산다. 자신이 성적 어필을 주무기로 하는 여배우로 인식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것은 원더랜드로 가기 위한 입장권을 어떻게 해서든 지불하고 싶은 주체적인 욕구임과 동시에 상승을 꿈꾸는 장자의 나비 같은 것인지 모른다.
작가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파생상품등, 많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중호를 설명한다.또다른 원더랜드의 입장권을 사기 위해 타인을 파는 중호는 타인의 욕망을 진열하여 상품을 판다
중호가 가고자 하는 원더랜드는 윤희의 원더랜드와는 또다른 공간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원더랜드, 편안히 쉴곳을 염원하는 나비를 사랑하는 중호의 원더랜드 .
치열한 운동권들의 그림을 그린 민중미술진영에서 대중미술진영으로 온 지원의 원더랜드는 무엇일까? 그녀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 어쩌면 일상 실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석, 동주, 그들의 원더랜드에는 무엇이 있을까
2002년 월드컵에 물들어 있던 우리 모두는 월드컵의 광품에 자신을 잊었었다. 방향을 잊어버린 우리는 휩쓸고 간 바람을 오랫동안 자신의 기억속에 붙잡아 두었지만 그것은 바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바람은 흔적을 남기는 것

중호는 월드컵의 열기에 이렇게 말한다
속없는 놈들 .꿈은 이루어진다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인간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너서클에 들어 올수 없는 것이다. 중호의 눈에 거리의 인파는 내일을 모르는 하루살이처럼 보인다. 얘들 월드컵 끝나면 뭐하고 살라나 (p.13)

신랄한 냉소다. 그것이 끝은 아니지만 우리는 삶의 한고비마다 그것이 끝인것 처럼 산다.

여러분은 가정법 과거완료형의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바래요. 내가 거길 갓었더라면, 열심히 노력했었더라면, 좀더 공부했더라면, 등등 젋은 여러분에게 이런 문장은 어울리지 않겠지요? 다음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봐요(p.19)

가장 가정법 완료형 처럼 사는 남자 동주, 지원을 사랑했지만 그녀 옆의 선배를 보았고 , 자신의 인생을 후회와 그림움, 갈망으로 사는 남자가 동주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 페레가모 구두 대신 발이 편한 스니커즈를 신고 챙일 짧은 사파리 모자를 쓰고 나비를 채집하러 다니는 것이 중호의 꿈이다. 버려지지 않고 책꽂이에 꽂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는 나비사진이 꼭 들어 있다. 혼자 있을때면 콜렉션 해놓은 납의 생태 비디오를 보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비를 잡으러 나선 적은 한번도 없었다. 늘 꿈꿀 뿐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면 언젠가는 나비를 잡으러 떠나겠다는 백일몽이 취미인 셈이다. (P.37)

중호, 그의 삶이 모두 백일몽이 아닐까, 그래서 그 속에소 자신의 존재를 거대 숫자로 증명하고 싶은 남자
그가 가고 싶은 원더랜드가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 무엇을'부터 '어떻게' 까지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 지금, 지원은 두렵다. 무수한 강요에 길들여진 자신의 세계를 어디서부터 허물고 풀어나가야 하나, 막막하고 두려웠다 (P.45)

지원

전시란 결국 내가 보여주려는 것과 보는 사람의 착시 그간격을 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 특지에 묻혀 전시 기사가 쪼그라들어버렸다면 미스 최는 투덜거렸지만 어차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P.46)
바로 그때 , 그 순간처럼 삶이 신비롭게 피어나는 때가 있을까.다른 생의 길을 질주하던 두 영혼이 맞부딪치며 달려오던 가속도로 뒤섞이고 회오리쳐 끝내 분리될 수 없는 새로운 화합물로 변하는 순간 . 그 부닺함은 다른 모든 존재들을 지워버렸다.
두개의 낯설고 오만한 세계가 섞일 때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신생의 별처럼 탄생했다. 낮과 밤이 삶을 섞는 일몰의 시간 , 혹은 여름과 가을이 서로 섞이는 그 형이상학적인 시간처럼.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이 상대방이 아니라 그 두세계가 부딪치는 순간의 광휘에 먼저 매혹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P.69)
그날은 언제였을까. 지나간 역사의 어느 순간? 혹은 아직도 오지 않은 어느날? 어제의 어느 한순간이었을 수도. 다가올 어느 하루일 수도 잇겠지만 여전히 오늘은 아니다. 현오는 뛰어내리며 제 목숨과 함께 지원의 속에 잇던 어떤 것도 가져가 버렸다 지원의 가슴속에는 무언가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검은 흔적이 남았다. 동주의 가슴속에도 똑같은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P.73)

책속에서 인용된 구스타프 르봉의 말은 여러 의미를 생각나게 한다.그러나 우리를 감싸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백일몽
삶은 꿈이다. 어쩌면 꿈보다 못한 꿈속에서 사는지 모른다
정미경 작가의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는 각자의 슬픔속에 존재한다
원더랜드의 회전 목마를 돌리는 것은 자신들의 슬픔과 아픔으로 잉태된 눈물의 회전목마임을 독자들은 알지만 정미경이 그려내는 책속의 인물만이 모를 뿐이다. 중호와 윤희만이
인간의 욕망을 냉철하게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백일몽을 꾸는 중호와 자신을 성형한 윤희만이 그들의 원더랜드의 실체를 알뿐이다.
운동원 세대인 ,야학 교사 출신인 한석, 동주 지원이 그들을 가르쳤던 윤희보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허위에 사로잡힌 것은 어쩌면 월드컵열기와 같은 시대적인 열망이엇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준비되지 않앗으면서도 타인을 가르치려 했고, 그들은 이제 변태를 거듭하여 자신의 과거를 발판 삼아 뛰어 오르는 부나비가 되어 간다.
한석
등장 인물 모두가 결코 실체를 알수 없는 한석과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치밀하고 묘한 연관고리는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군데더기 없는 문체로 살아난다. 한석이 그들의 원더랜드의 입장권임을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독자는 알게하는 작가의 영리한 짜임이 감탄하게 한다.
놀이공원이나 서커스에는 그들을 호객할 가장 우스꽝스런 삐에로가 존재한다.
정미경 작가의 많은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고 싶은 아쉬움은 그의 책을 읽을때마다 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미경작가는 작년 1월18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창비블로그에 작가의 1주기 유고집이 나온다는 알람을 받기 전에는 한번도 지나치지 않는 작가이다.
나의 책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갑자기 단체톡 방이 들썩들썩 하면서 '정미경 전작읽기" 방이 만들어 졌다.
여러 상도 받으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가인데, 그녀는 이제  작품으로 그녀 삶의 치열한 사유를 남기고 있다.

<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은 단편집이다.
나랏빛 사진의 추억
호텔 유로, 1203
나의 피투성이 연인
성스러운 봄
비소 여인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표제작은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지만 나는 맨 마지막 수록작인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작가는 인간관계의 허위, 욕망을 담담히 그려 낸다.

" 그런데 영화를 찍어가면서 ,어떤 고통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일상의 잔인한 영속성을 미옥씨에게서 보았어요. 그걸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건 아니에요. 내가 원했던건 ,이처럼 일순에 삶을 뒤엎어 버리는 가짜 같은 드라마가 아니었어요. "
" 산다는 건,싸구려 픽션보다 더한 굴곡을 늘 이면에 감추고 있을 뿐이에요. 승우씨나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것까지가 삶이에요 ."
(p.242)
....
몇 번이나 본 필름이었는데 어쩐지 화면들은 처음보는 것 처럼 눈길을 붙들었다. 치자 꽃이 귀에 꽂은 미옥의 얼굴이 클로우즈업 장면에서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 알지 못했던 ,표지석처럼 저토록 뚜렷햿으나 내가 보지 못했던 아픔의 프로필이 거기 있었다. 누군가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엔 보지 못하는 것이 거기 잇었다. (p.245)
....
"대부분의 우린, 별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차갑고 검은 덩어리예요. 존재란 스스로 빛날 수 없는 것,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만월도 되고 때론 그믐도 되고, 그런것 같아요
(p.245)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중 -

이토록 슬픈 사랑가가 있을까?
사랑이란 ,삶이란 무엇인가요? 에 코엘료는 '오자히르' 를 쿤데라는 농담속의 '페이소스'를 말한다면 정미경은 그녀의 소설 자체가 형용 모순의 페이소스를 준다.
어느 블로그에서 정미경의 글은 우울하다는 평은 일견 맞아보인다.
삶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치달아가는 나는 결국 어쭙잡은 사랑을 버리고 나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유로호텔로 향하면서 깨지 않는 신데렐라의 꿈을 꾼다.
가지지 못한 것은 탐하는 것은 죄악이지만,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소유하는 것은 정열이라고 우울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우울함,슬픔을 담은 웃음조차 웃음이라고 호텔 유로의 나는 말한다. 나보다 10여년이나 어린 배우가 입은 옷을 사 보는 것은 욕망과 사치가 아닌 내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유로 호텔 1203호로 들어서면서 ,

나는 망설이지 않고 초인종을 누른다. 가슴이 두근러겼지만 두려운 건 아니다. 일생 동안 열등감 따위는 느껴본적이 없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라면,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느끼는, 내가 이 도시에서 열등한 존재라는 느낌을 흔적없이 지워줄 무언가를 갖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내 말에 이제 주먹만을 꼭 쥔채 어두운 골목에 서서 울고 있는 남자, 말을 더듬지 않으면서도 더듬는다는 인상밖에 주지 못하는 남자는 결코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p.70)
-유로호텔 ,1203

현재를 중시하는 나에게 그의 사랑도 그의 울음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짊어져야 하는 것은 결국 아이와 살아가는 내 현재의 삶이므로,

6.13
나의 어디가 좋아
모르겠어
말해 줘
모든게 좋아. 너의 모든 것
그렇게 많이 (p.92)
...
아아, 인생을 일천 번이라고 살아보고 싶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아름다우니까(p.94)
-나의 피투성이 연인 중

' 아아 인생을 일천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는 환희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이 나로 연유함이 아님을 알았을 때 나의 연인은 행복한 과거의 연인이 아닌 죽은 날 나를 떠난 피투성이 연인으로 되뇌이게 될 뿐이다. 낯선 이로 피를 흘리는 그는 더 이상 나의 연인이 아니지만 , 그가 죽은 이순간 그의 모든 것을 그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차지한 나의 승리다.

그가 있었고 내가 있었다. 둘 사이엔 깊은 우물이 있었다. 그가 옆에 있을 땐 우물의 존재를 몰랐다. 너무 가까이 있는 건 보지 못하는게 인간의 시력이니까. 그 심연 속에 많은 것들이 있었다. 사랑도 , 결핍도, 원심력도, 구심력도, 피로한 감정의 순간도, 은닉된 삶의 조각들도. 그 조각들을 다 맞추어도 기어이 떠오르지 않는 지난 생의 밑그림. 둘 사이의 우물은 너무 깊고 어둡고 그리고 차갑다.
인생은 생각이 있는 놈이기라도 한 듯 종종 숨겨진 현실을 일깨워 주곤 한다. 문제는 그 방식이 잔인하다는 것. (p.96)
-나의 피투성이 연인 중

남은 생을 되뇌이며 살것이다. 피투성이로 죽어간 그는 유선에게도 잔인한 피를 남긴다. 피라는 것은 우리가 모르게 수많은 혈흔을 남긴다. 그것이 물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잔인한 기억일 지 모른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때는 확실히 그런 순간이 있어. 사랑이란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게.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둔감하게 만들어버리는 감정의 알러지 상태가 같은 것이니까.(p.109)
...
널 위해서가 아니야. 당신은 내 속에서, 언제까지나 ,마지막 보여주었던 그 모습처럼. 나의 피투성이 연인으로 남아 잇어야 해. 지나고 보니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게 인생이고 어떤 일도 견뎌내는 게 인간이더라. 뭘 못 견디겠어. ...
차갑긴 했지만 마지막 보앗던 당신의 얼굴을 껴안고 말이야. 당신은 언제까지나 나를 물어뜯으며, 나의 연인으로 남아 있어야 해. 피투성이의 연인,잔혹한 연인, 당신이 특별히 가혹한 사람이란 생각은 안해. 모든 연인은 더 사랑하는 자에게는 잔혹한 존재니까 (p.136)
-나의 피투성이 연인 중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잔인하지만 비천하고 미약한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견디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쉽고 쉬운 명제지만 사랑은 ,삶은 우리에게 한순간 모든 것을 빼앗고 잔인하게 시험에 들게 한다.
<성스러운 봄> 과 <비소 여인>, <나릿빛 사진의 추억>은 훨씬 현실적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기억에 대한 기억들 ,
그것은 오로지 기억하는 자의 몫이다. 기억을 거부하는 자는 기억이 혐오기고 지우고 싶은 그 무엇인가 일 뿐이다.
기억이 맞지 많은 인생의 변곡점은 과거를 파괴한다.
과거를 잊는 것, 기억하는 것은 여러모로 우위를 점하기도 하지만 정미경의 기억은 슬픔이 물처럼 배어나온 하얀 광목천 같다. 사랑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인어공주의 사랑처럼 정미경이 전하는 사랑들은 자신을 태우는 부나비 같다.

같이 여행가서 찍은 필름을 맡길 돈도 없을 만큼 내가 어렵다는 걸 알고 여자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말했고 좀 지나자 한숨을 쉬기 시작했으며 그 다음엔 이유 없이 울음을 떠뜨리곤 했었다. 여자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그녀가 우리의 이별을 생각하고 미리 울었다는 걸 알았다. (p.11)
그랬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로 이루어진게 인생이었다. 그 말은 발포정처럼 내 머리 속에서 거품을 내며 천천히 풀어졌다. (p.37)
...
우주의 이면에 닿을 수 없는 것처럼, 가장 가까웠던 타인의 경우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윤미 역시 지금 내가 사진을 돌려주겠다고 불러놓고 그 사진을 다시 찍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p.38)
-나릿빛 사진의 추억 중

독으로 주변사람들도 죽이는 고 스스로 죽어가는 (의문이지만) 것은  결국 윤이의 사랑일까, 명백하게 그것은 죽은 이로 얻어지는 것이 있으니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죽음의 중독일 것이다. 교미 후 수컷을 먹어야 하는 암컷 사마귀는 수컷의 머리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면서 최후의 쾌락을 느낄 것이다.

" 처음 만난 날 당신이 햇던 말이 생각나. 개미는 자신의 생을 사랑할까. 그들에게도 삶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자신의 생을 오래된 우물처럼 덮어버리고 들여다 보지 않는 존재란 개미와도 같아. 우린 닮았어. 그날 처음 만났을때 난 그걸 알았어." 형태없이 흐물거리는 녹조류처험 외면하고 싶은 의문이 여전히 우리 사이에 있었다. (p. 197)
...
그렇지만, 이 여자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잠들어 있는 여자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누구를 상처 입히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발등에 들고 있는 돌을 떨어뜨리고야 말 것 같은 얼굴. 창백하고 소심해 보이며 누군가의 상처를 제것처럼 아파할 것 같은 얼굴. 이 얼굴로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물어보지 못할 것이며 물어보지도 않을 것이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기억의 회로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잇는 건 그것까지이다.(p.197)
-비소 여인중

남자를 이해하는 여자는 남자의 폭력과 질투에 스스로를 내맡기고, 시를 사랑하는 나는 시를 버리고 호텔로 향하는게 하는 정미경의 이야기는 인간의 깊은 우울감과 사랑의 이기를 증명하는 듯 하다.
그러나 그녀는 '막막히 살아가는 ' 삶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주인공들은 다 그렇게 산다. 인생이 뒤틀어지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산다. 그래서 정미경 소설이 우울하다는 데는 우울과는 다른 것이 더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8-02-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그 단톡방이 그런 활용도가 있었네요!^^ 전 한번 들어갔다가 이게 뭐지..하고..그냥 나왔는데..전작읽기 넘 좋죠.. ^^
이 책도 좋아하는 책이라 들여다보고 갑니다 . 잘 읽었어요 !!
 
윤한봉 -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
..완전한 진상규명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정의의 문제로 모두 함께 가꾸어야 할 민주주의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다
ㅡ2017 년 5.18 기념식 대통령기념사중 ㅡ
마침 윤한봉: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 를 읽은 날이 5월18일 이었다.

촛불광장의 힘이 역사를 새로 쓰려는 지금,난 왜 그를 이렇게 늦게 만났을까?
" 올바른 인간관에서 올바른 대중관이 나오고 올바른 대중관에서 올바른 대중노선이 관철되고,올바른 대중노선이 관철될때만이 올바른 대중운동이 되는 거예요 "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인본적 민중주의자라고 한다.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민중을 근본으로 삼아 상식과 인간적가치가 살아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염원했다.
p.115 윤한봉이 늘 강조한 것은 무슨 거창한 행동계획같은 것은 아니었다....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식사를 마친 후 뒤치다꺼리는 웨이트리스에게 맡기고 농담이나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를 모르는 이유는 그가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해서 일것이다.5.18 재단을 만드는 주춧돌이었으나 만들기만 했을뿐 직위를 거부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모습은 식민치하의 김구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의약속을 지키기위해 한자를 배우지 않았다는 일화는 신념에 철저한 모습을 보여준다.
벌써 28 년전이다. 1989 년 국제평화대행진과 그전 임수경의 방북은,그것을 기획한 것이 윤한봉이 속한 한청련이었다 한다.
판문점을 넘어오던 그 순간을 영상으로 보고 울컥했던 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윤한봉은 통일정책은 남,북 어느정부에 편향되지 않고 남과북을 하나로 보고 공평하게 대하려 했다는 것이 참 의미있다.
이편 아님 저편의 편가르기는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게했던가.
소수와 약자를 위해 평생을 일한 그가 대학생이 되어서 유신반대와 독재타도 노동,농민운동에 몸바친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그의 가족들 형,여동생,가족의 모습이 참으로 헌신적임을 알게된다.결국 사상가 혁명가를 키우는 것은 가족의 힘일것이다.
p.359 " 한국에갈때 퇴비처럼 살겠다고 하셨는데,정말 해외동포사회에서 퇴비처럼 되셨죠.왜냐면 지금 해외동포사회에서는 윤한봉을 기억하는 일반동포들 거의 없습니다....민족학교 소사.그거 이외에는 직함이 없었죠.완전히 거름이 되신거죠.거름은 나무가 되고나면 안 보이잖아요.지금 딱 그렇게 되신겁니다."
p.364 좋은 사람들끼리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만나서 기운을 돋우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이말이야말로 평생을 지켜온 그의 삶의 신조였을것이다.
" 이런 사람들이 걸은 적 있었기에 이 행성은 아름답다"

37여년전 많은 이들은 정치 세력화 되었으며 5.18 항쟁을 등에 업고 명예와권력을 쫓아갔다.그러나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을 늘 경계하고 우직하게 일한 윤한봉은 합수-전라도 사투리로 똥거름이라는데 올해로 타계10주기를 맞는다고 한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물론 대중적인 측면에서 그가 항상 소사로 살기를 주저하지 않음에 있을 것이다.
수많은 증언들과 그의 어린 시절과 운동에 투신하여 헌신하던 때와 그의 개인적인 풍모까지 외국의 체게바라는 흠모해도 가까이 같은 하늘 아래 그를 이리도 늦게 만난것이 아쉽다.
그러나 이제서라도 윤한봉 기념사업회에서 이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심에 감사한다. 518 학살의 주범이 아직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심지어 그들은 책을 내서 518을 폄하하는 시도를 여전히 하고 있다.아직 5.18을 이념의 잣대로 선긋기를 하는 지금 정말 그를 만나는 것이 새삼 행복하다.
소수와 약자를 위한 삶,소수와 약자의 입장만 생각해보아도 세상은 좀더 평화로울 것이다.
이 책이 지금 정말 필요한 이유는 기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잊어서는 절대 안되는 우리 현대사의 한획을 그은 5.18 그리고 그가 이후 다른 기득권이 된 동지들과 달리 낮은 곳에서 실천적인 삶을 산 모습까지 이런 스승이 있을까 싶다.그리고 그가 있었음이 행복해진다.
나는 그를 전혀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몇몇 등장하는 이름과 단체를 알뿐 실제 그들의 정신적 실천적 지도자였다는 합순 윤한봉 선생은 전혀 모른다.
물론 그를 사랑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책속에서 만나는 그의 풍모는 사상 이념과 또다른 인간적인 면모일 것이다.
그것이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면모가 되어야 할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나의 노래엿으나 이제는 잊어버려 한귀절 밖에 생각나는 않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처럼  새삼 그를 따르는 우리의 발걸음이 되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
피에르 가니에르.카트린 플로이크 지음, 이종록 옮김, 서승호 감수 / 한길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요리사이야기인데 미식,요리,맛등 식상한듯 익숙한 제목이 아닌게 흥미롭다.
출판사의 의도겠지만 그랑 셰프인 가니에르의 표지 모습또한 " 시네마천국" 의 스승같은 이미지이다.
우리나라 롯데 호텔에도 그의 레스토랑이 있다는데, 아무래도 호텔등 고급요리에는 태생적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접해본적도 솔직히 책을 읽은 지금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맛에 별다른 감흥없는 사람이라 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책은 단언컨대 요리책은 아니며,어느 유명 셰프의 성공담도 아니다.
짧은 불어로 그랑이 큰이라는 뜻이라는 것은 아는데 그랑 셰프라는 단어가 주는 경외와 그의 고집스러움이 집약된 책이다.

저는 저자신을 잘 알고 있어요.착각에 빠진 적도 없고 제자신의 한계점이나 결점도 스스로 잘 알고 있죠.그래서 간단히 말 할수 없네요.저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종종 허둥대고 실수도 합니다....

첫장의 그가 스스로늘 이야기하는 부분에 갑자기 공감하게 되면서 책넘김은 쉬워졌다."요리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 는 그의 생각은 갑자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리게 한다. 요리를 통해 연구하고 추구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닮았다고 느낀다.

p197.가니에르만의 독창적 요소는 뭐죠?
요리 속에 진정한 감정을 살려내는 일련의 방식과 비법입니다.

p200. 고객들이 당신 레스토랑에서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계시죠?글쎄요.그것보다는 제가 고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죠.조리가 잘된 요리
희귀한 재료로 섬세하게 만든 요리,가니에르만의 특별한 원칙으로 만들어진 요리,한마디로 말하면 진정한 감정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p.229.요리를 예술로서 보는 순간 그런 역설에 부딪히죠.요리란 극히 순간적이고 표현이 어려운 영역의 작업이니까요
맞습니다.게다가 저는 요리라는 것이 요리사와 그 고객들 사이의 극히 짧은 순간어 교감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p.242.저는 늘 요리에 감동을 담겠다고 다짐해왔어요

레스토랑을 하는 부모에게서 외로움과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공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슨일이든 계속해서 한다면,결국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요리의 맛도 보지 않는다는 그는 엄청 참 치열하게 자신과 싸운 사람일수도 있을것이다.

요리는 셰프 한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 그리고 창조성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것. 팀 전체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알았어요.그런 이유 때문에 창조성을 내세워서 혼자 댓가를 치르는 게 아니리 하나의 프로젝트를 팀에게 전달하고 함께 표현하고 검토하고 반복하면서 겸허한 마음가짐을 갖는 등 집단가치에 매달리고 있죠.절제와 부드러움 그리고 다정함이 제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들입니다.

피에르 가니에르가 그랑 셰프로서 성공과 실패,그리고 인생을 솔직히 보여준다. 대담집이라 특히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책 사이에 있는 사진들과 상세한 설명은 이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게 한다.또한 중간중간 삽입된 음식사진들과 레시피와 그에 관한 여러 자료는 생경한 나조차 쉽게 그의 요리세계로 인도한다.

분자요리의 대가로 알려져있는데,이면의 에피소드와 가정사등에 대한 솔직한 모습은 그가 거장이 되기까지의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요리를 통해 그가 느끼는 감정들을 고객과 교감한다는 것은 그의 요리에 대한 찬사를 앞으로도 계속 불러일으킬것이다.

그러죠 제가 40년이상 마음속에 간직해 왔고,현재를 이해하게 해준다고 믿는 문장을 남기고 싶습니다.
ㅡ인간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자신이 마음먹은 것을 실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운명이 정해준 역할을 실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ㅡ얀 파토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