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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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한 가지 고백을 하고자 한다. 내 말을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내 말들은 언제나 가면을 쓴 채로 나아갈 것이다. 이 글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고백으로 여기지 말아야한다. 이 글에는 일기가 들어있지 않다. 되도록 솔직하게 그린 내면 풍경도 없고, 거짓말도 없다. 나에게 속한 나만의 공간은 행간에 있지 않고, 행 자체에도 있지 않으며, 그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내 안에만 존재한다. 66p

책을 읽는 내내 미간이 펴지지 않았다. 이 나이에 미간 주름이 생긴다면 분명 이 책 때문이다. 의붓 아버지에게 강간 당했던 소녀의 담담한 고백. 자신을 아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붓 딸에게 무력을 행한 호랑이 새끼의 행적을 눈에 담으며 머리가 아팠다.

동생의 나이가 자신의 첫 강간을 당한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추악한 비밀을 세상에 꺼낸 네주. 자신의 딸이 강간당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세상을 떠 버린 친아빠. 그의 핏줄로 이어진 관계인 자신은 절대 그에게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부 여동생. 이 이야기들이 적힌 페이지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 그분은 어린양을 만들고도 그대를 만들었는가? 나를 강간한 자와 나는 같은 흙으로 빚어졌을까? 245p.

강간을 당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강간을 당했기 때문에 쓰는 글이라는 비참함이 오히려 글을 더 단단하고 건조하게 만든다.

📖 아이는 언제나 지배 아래에 있다. 자유롭고 억압받지 않은 자아는 없다. 폭력이 끝나고 평온을 되찾을 그런 균형은 없다. 259p.

자살하는 쪽은 대부분 피해자들이고, 가해자들은 자살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기회를 주장하고, 출소후엔 아무일 없던 것처럼 살아간다. 책을 양장으로 만든 이유는 아무래도 강간범들을 모서리로 내리찍으라는 뜻이 숨겨진 게 아닐까...? 살아남은 자들의 삶에 남은 건 부디 평범함 뿐이기를.

[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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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원만 빌려줘 트리플 36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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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슬퍼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보았다. 10년 전, 야자시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미 비포 유> 를 읽다 훌쩍인 기억이 있다. 감정이 메마르기로 소문난 나의 떨리는 호흡은 우리 반 전체가 그 책을 돌려보게 만들었다. 물론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눈가가 촉촉해졌을 뿐.

그런 내가 이 책을 펼치자마자 코끝이 시큰해졌다면,

이백도 아니고 이십도 아닌 이만원. 치킨 한마리 사 먹기도 힘든 이만원을 어디에 쓰려고 빌리는 걸까? 이 얇고 작은 책의 첫 인상이다. 그리고 아직 해가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 해의 책으로 품고 싶다는게 끝인상이다.

우리가 되지 못한 이들이 무너지며 가여운채로, 사라지고 서있는 이야기. 동주가, 순호가, 이서가, 정우가, 오영이, 그리고 “나”라는 인물은 모두 부서졌다. 같잖은 공감이 그들을 찢어두었다.

<이만 원만 빌려줘> <(알수없음)> <우리가 될 수 없는> 세 단편과 <마침표도 없이,> 에세이 한편으로 이루어져있는 책이지만, 그 무게는 어지간한 벽돌책을 이길만한 여운을 남긴다. 고장난 전기밥솥이 되어버린 젤리들애개.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트리플 시리즈 싹 모으고 싶다..!

📖 약한 것들, 가여운 것들, 불쌍한 것들, 그런 것들의 미래는 다만 잘 썩고 잘 타는 것. 54p

[이만 원만 빌려줘] 안보윤, 자음과 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만원만빌려줘 #자음과모음 #안보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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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트 - 중독에 빠진 일상을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한 안내서
탈리타 포시 지음, 최가영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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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 나는 게임 중독 수준이었다. 밤을 세며 하루 4시간 남짓 자고, 눈을 뜨면 침대에 누워 게임을 했다. 마음대로 날짜를 넘길 수 있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 일자리를 구해 아침 일찍 알람을 맞춰두고 잔 날에도, 게임은 멈출 수 없었다. 알람이 울리자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생각했다. “다음 날” “다음 날” “일주일 뒤”. 게임이었으면 진작 넘어가야할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 정신이 돌아온 뒤엔 허탈했다. 잠결이었지만 현실하고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그러다 이 책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었다.

표지에 적힌 ”중독에 빠진 일상을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한 안내서“. 책의 저자는 중독자 출신이다. 섭식장애, 알코올, 마약, 소셜미디어까지. 경험자의 솔직한 고백과 저자가 마주했던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중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독이 되는 이유부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중독자들을 향한 위로까지. 평범한 삶으로 돌아오기 위한 걸음걸음이 적혀있다.

기분을 바꾸고 싶어서, 문제를 피하고 싶어서 특정 행위를 반복한다면, 그것이 바로 중독이라는 말. 내가 하는 게임은 내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된다. 아마 내 게임 중독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행위였던 것 같다.

•중독의 밑바닥 : 황홀감 뒤에 따라오는 부작용• 챕터에서,
중독은 밑바닥을 칠 때 벗어날 수 있다 말한다.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혹은 중독적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지 깨달았을 때. 나에게는 잠결에 스토리 진행하듯 하루를 넘기려 중얼거렸던 그 경험이 꽤 큰 타격감과 자기 혐오를 불러온 “밑바닥” 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면, 한 문장이 끝나지 않았는데 툭 나타나는 마음연습페이지들.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다.

📖 사람이 중독에 빠지는 실질적인 이유는 이 세상이 정신적, 물질적 구원의 기회를 유복한 사람에게만 허락하기 때문이다. 13p

📖 중독의 반대는 맑은 정신 상태가 아니라 연결. 235p

[훅트] 탈리타 포시, 오팬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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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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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여행을 갔다 돌아온 날, 엄마가 죽었다. 이상하게 깨끗한 집에서 입을 살짝 벌린 채 소파에 누워 있던 엄마의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 여행을 가지 말걸. 엄마가 그만 살고 싶다 말했을 때 그럼 그만두든가 라고 고함지르지 말걸. 이다는 엄마가 죽은 집을 떠나 섬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마리안네와 크루트를 만났다. 그들은 이다를 작은 새처럼, 자신들의 딸처럼 돌봐주었다. 이다는 라이프라는 남자를 만났다. 어딘가 슬퍼보이는 남자. 너에게 나는 필요없는 존재같아, 따위의 오래된 드라마 대사같은 말을 건네는 남자. 이다와 라이프 사이엔 새로운 감정이 싹튼다. 세 사람이 주는 사랑 속에서 이다는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여전히 이다가 직접 마주해야하는 폭풍이 찾아온다.

잔잔하고 요동치며, 설레고 지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다에게 몰입한다. 이다의 시선으로 감정 하나하나하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다의 슬픔을 마주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사랑을 배우는 모든 과정. 네 잘못이 아니라고 전하고 싶다.

📖 네가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내가 마약을 너무 해서 보이는 환각이 아닌지 가끔 의심스러워. 147p

📖 ”이건 내 지옥이지, 언니의 지옥이 아니야“ 라거나 ”내 안에 있는 빌어먹을 불길을 꺼야 해“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179p

📖 하지만 엄마와 틸다 언니, 사마라와 기타 등등과 함께한 내 과거도 왠지 모르게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다 괜찮다. ~ 나는 언니를 사랑한다.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가 아팠던 건 빌어먹을 일이다. 내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것, 너무 조금 노력한 것, 포기한 건 정말로 빌어먹을 일이다. 포기해버린 나를 너무나 증오한다. 인간은 엉망이고 망가졌다. 183p

[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놀리네 발, 다산책방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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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사계절 1318 문고 152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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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당시 고국을 떠나 살아야만 했던 이들의 이야기. 몇번이고 반복되는 절망속에서도 자신을 붙들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화려하지 않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담담하고 차분하게 전개된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슬픔의 틈새] 라는 제목처럼 슬픔 사이에 비추는 빛을 따라 살아간다.

가족을 만나고, 강제로 헤어지고, 이 나라 저 나라 사이에서 국적도, 이름도 지워져 가는 삶. 하지만 단옥은 어떤 이름으로, 어떤 나라 사람이라 불려도 무너지지 않는 단옥 자신이었다.

연분홍과 초록이 섞인 가벼운 느낌의 표지지만 다 읽은 후 남는 여운은 한없이 깊다. 비행기로 세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서울에 50년만에 돌아온 그 기분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무거움일테니.

[슬픔의 틈새] 이금이, 사계절

*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슬픔의틈새 #이금이 #사계절출판사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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