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로널드 라이트 지음, 안병국 옮김 / 이론과실천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로널드 라이트 지음/ 안병국 옮김/이론과 실천

 

얼마 전 상영 중인 영화 가운데 예매율 1위라는 영화 한 편을 관람했다. 지구로부터 외계 행성으로 강력한 전파가 송달되고 발달된 과학 문명을 등에 업은 외계인이 지구 정복을 목적으로 삼고 출현하였으나 현명한 지구인들은 힘과 뜻을 모아 지구를 지켜낸다는 만화 영화 같은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내용보단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할리우드 대중성이 관객에게 많이 어필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출현을 놓고 주고받는 대사가 요즘 아메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외계인 콜럼부스가 우리 지구의 잉카, 마야 문명을 파괴하러 왔구먼. 옛날의 스페인들처럼...’ 지금 올바른 시각을 가진 현대인들은 1492년의 사건을 신대륙 발견이라 말하지 않는다. 침략이며 강탈로 풀이하는 것이 정확한 인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승자의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억지로 짜 맞춘 명분 속에 왜곡되어 기록되어 왔다. 신라의 역사가 그렇고 조선의 역사가 그러하다. 심지어 얼토당토않은 식민지사관은 우리 역사 뿌리를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우리가 인식한 역사관은 약소국이기에 소수민족이기에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론에 입각하여 이해하고 해석해 왔다. 더 나아가 주변국으로 치부된 그 나라는 높은 수준의 문화마저 폄하되기 십상이었다. 우린 지금까지 과학 문명의 이기를 앞세워 아메리카를 침공한 유럽인들의 전공을 칭송하고 그들의 개척 의지와 용맹에 탄복했던 우리였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태고 속에 잠들어 있던 마야, 잉카 문명이 몇몇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하게 되면 그 신비로움에 감탄하는 게 우리의 보편적 반응이었다. 다시 말하면 미개부족으로 여겨졌던 그들의 문명이 오리엔트 고대 문명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경이감 나타낸 것이다. 그들의 우수한 문명이 잠들어 있어야 하는 이유와 강탈당한 역사의 흔적을 우리는 들추어 보질 않았다. 이 책에선 강탈당한 아메리카와 찬란한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비록 원시 자연 속에 살아왔기에 투쟁 역사에 면역이 약해 실용주의와 합리주의에 휩쓸려 사장되고 말았지만 그들만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게 사실이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1990년대 초 미국의 명배우 케빈코스트너 감독한 ‘눅대와 춤을’ 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오버랩 된다. 호적적인 이주민의 침략에 터전을 빼앗기고 척박한 변방으로 축출되어 가는 인디언 부족의 행렬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무엇이 발견이고 신대륙인지... 그리고 무엇이 개척이고 융화인지... 이젠 정확한 시각으로 아메리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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