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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보는 CEO - WBC 경영학에 도전하다
김용만, 신재훈 지음 / 바보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야구 보는 CEO
- WBC 경영학에 도전하다
야구와 경영, 이것은 외면상 다른 성격의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삶의 유희적인 측면을 제공하는 단순한 스포츠의 한 분야라는 점과 치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투자와 생산이라는 기계적인 과정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구조화된 측면이 강한 분야라는 점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곤 한다. 하지만 두 분야를 깊이 들여다보면 일맥상통한 면이 많다. 팀 전력 강화를 위해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여 선수단을 구성하고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는 등 조직적으로 운영하여 현재의 조건에서 전력을 극대화하여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는 야구와 자원과 자본의 적절한 투입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경영은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나 이것은 외면상 이해되는 공통 사항이다. 내부적으로 살피고 분석적으로 이해한다면 더 많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2006년과 2009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봄이 주는 기쁨을 배가시키는 환희를 경험했다. WBC... 다분히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상업적 목적에서 출발된 국가대항전 야구 경기이지만 야구라는 매개체로 국민적 일체감과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상업성을 등에 업고 세계 야구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중남미 야구와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일본 야구에 맞서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한국 야구가 일대 충격을 남긴 역사의 현장이었다.
두 차례의 WBC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구단의 협조, 선수 개인의 문제, 스프링 캠프의 부적절한 시점 등 시작부터 산적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과 코치를 선임하고 선수단을 구성하였으나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전력을 극대화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노릇이었다. 다른 스포츠 분야와 달리 철저히 전문화 분업화된 야구에서 시간 확보는 필수 조건이다. 그와 함께 열악한 훈련 조건, 미국 중심의 대회 규정 등 야구 조건 이외의 것에 먼저 체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우리는 세계 야구의 중심에 섰다. 이러한 결과를 가능하게 한 요인은 국민적 호응과 선수들의 정신력, 선진 야구 기술 도입과 성장으로 풀이되지만 이면에는 여러 나라와 치러지는 게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야구 경영에 성공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의외의 변수가 많고 갑작스런 상황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상황 속에서 현명하고 빠른 판단은 필수다. 손실을 최소화하고 주어진 조건 속에 최상을 결과를 얻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 경영의 성패에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의 책임자로서 CEO는 현 상황을 정확히 읽는 눈과 최선의 선택을 위한 판단력이 기본이라고 사실에 공감을 한다. 이것은 조직 경영자의 덕목이며 필수 조건이다. 경영 자체가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신중해야 하며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닫으면서 야구와 경영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구성된 현장 중계의 묘미가 여운으로 남는다. 또한 청소년 시절 즐겨 들었던 포켓라디오를 다시 꺼내놓은 느낌도 든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WBC 현장감에 조금은 투박하지만 경영 논리를 덧칠한 430여 페이지 분량의 문자 중계가 30년 넘게 보고 들었던 야구 중계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야구 사랑과 다변화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터득한 보편화된 삶의 경영 방식이 내 몸에 배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