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대사 유적답사기 - 영산강에서 교토까지, 역사의 질문을 찾는 여행
홍성화 지음 / 삼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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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적인 통치 체제를 완성하고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며, 새로운 정책을 펼침으로써 근대로 가는 기틀을 다진 일본의 메이지 유신, 그 메이지 유신의 초기에 일본 통치자들이 내세운 정책은 한국을 정벌한다는 ‘정한론’이다.
정한론은 일본이 대륙으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대륙을 식민지 삼으려는 침략의 정책일 뿐 아니라 일본 국내의 정치적 문제를 안정시키려는 사정도 있었다고 한다. 서양의 개방 압력을 받아들인 일본은 서양 여러 나라들의 식민지 정책을 참고하여 조선을 침공하여 자신들의 구미열강과 맺고 있는 불평등조약을 개정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 세력을 국외 전쟁으로 보내어 불만을 무마하고,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쏠리게 하며, 조선의 자원을 일본으로 반출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목적도 있었다.
저자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근대의 일제 침략과 정한론을 공부하다가 정한론의 뿌리가 고대사까지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대 한일 정치외교사’를 연구하게 되었다. 기존의 한국과 일본 고대사의 틀, 전혀 상반되는 두 나라 역사학자들의 틀을 비판하고 철저한 현장 답사에 의해서 진실을 밝히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말한다.
기록이나, 유물도 거의 없고, 시간으로도 너무나 오래전의 일, 흔적조차 뚜렷하지 않은 고대사와 관련된 유물을 찾아 저자는 영산강 유역으로 시작한 한반도 와 일본열도의 관련 유적을 두루 답사한 노력 끝에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빼곡한 글자와 사진의 엄청난 자료를 남겼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 왕인 이야기, 고대에 백제가 일본을 점령 했다는 설, 일본의 천황족은 백제나 가야의 왕족과 같다는 우리의 일본에 대한 역사 인식이나
또 그와 반대로 일본이 고대 삼한을 정복했고, 백제가 일본에 조공을 바쳤으며, 고대 한반도 남쪽 지역을 일본의 임나일본부가 지배했다는 설 등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인식은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고대사를 뒷받침하는 양국의 기록물인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서도 그 내용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일본과 한국의 고대사는 주로 일본이 독도에 대해서, 과거 한반도의 영토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주장을 내세우며 시비를 걸면 우리는 거기에 맞서 항변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왜 자꾸 일본이 고대사를 들추며 한국에 시비를 거는 것일까? 지속적인 한국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우위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외교적인 제스츄어일까? 한국 식민지 지배와 2차 세계대전을 이끈 주도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일까? 또 다른 정복 전쟁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무튼 그들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과 역사 인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성적과 관련해서 할 수 없이 교과서를 읽어보는 정도로는 절대로 역사의 중요성을 알 수 없다. 그때 있었던 그런 일이 지금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를 배우는 역사 교육이 되어야 하겠다.
이 책은 철저한 유적지와 유물 답사로 한일 고대사를 상세히 파헤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역사를 상세하게 공부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힘겨운 책인 것 같다. 사람이든 책이든, 딱딱하고 어려우면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게 마련이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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