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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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지만지/2009

몇 년 전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우, 키이라 나이들리가 출연했던 영화 <오만과 편견>으로 제인오스틴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오만과 편견>이란 차분하고 이성적인 제목과 달리 영화는 초반부터 무척 산만하여서 한껏 들떠있는 상류층 아가씨들의 내숭과 수다스런 분위기로 내내 이어져, 마침내 중간에 리모컨을 꺼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설득>을 만나고 난 후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영화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제인 오스틴의 문장의 참 맛을 느끼게 된 지금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오만과 편견>을 다시 볼 수 있을 듯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만과 편견>에 나처럼 ‘설득’되지 못한 사람들도 <설득>을 읽으면 제인 오스틴의 문장에 마침내 ‘설득’되고야 마는 것 같다.

제인오스틴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의 영국 여류 작가로
20세부터 작품을 써서 42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오만과 편견>, <설득>, <분별력과 감수성>, <맨스필드 파크>, <에마>, <노생거 사원> 까지 6편의 소설을 완성하였다.

<설득>은 영국 전원 마을을 배경으로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간의 삶에서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는 진지한 소설이다.
따듯하고 지적이며, 사려 깊은 마음을 지닌 앤 엘리엇과 명문 귀족 가문인 그의 가족들, 그들의 주변 인물들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명예와 지위, 외모 등에 남의 시선과 찬사를 받는 것이 생의 가장 큰 기쁨이자 목적인 사람,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선적이고 세속적인 사람,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만족함이 없이 끊임없이 불평하며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것에서 삶의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 등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또한 한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약함과 강인함, 배려와 냉혹함, 냉정과 열정, 주저함과 용기 등 많은 가치관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신중함을 선택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로맨스를 배우게 되었다. 자연스럽지 못한 발단에서 빚어진 자연스러운 결말이었다.’ 

부서질 듯 아름다운 젊은 시절, 앤은 어쩔 수 없는 신중함에 설득되어진다.
인생이 바뀔 만큼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결국은 누구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설득되어졌으며 사랑했지만 떠나야 했던 사람 역시 긴 시간동안 상대방과 자신의 분노에 설득되었던 것이다.

 늦가을의 애잔함을 닮은 책, 그 안에 삶의 성숙한 아름다움을 담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삶의 자연스러운 결말에 이르는 사색의 길로 떠나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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