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서울셀렉션 시인선 1
류미야 지음 / 서울셀렉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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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말한다.

‘...사무치게 살자

그 말대로 시집에 실린 시는 사무친다. 사무쳐서 며칠 사이 세 번이나 연달아 읽었다.

공감하고 감탄하고. 시집을 모처럼 펴 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시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시인의 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게 아니라 동감하게 한다.

느닷없는 생채기에도 속으로 삭이며 불쾌한 낯을 감춰야 하는 현실을 자각하게 하고 <자존>, 특별한 강조점이 없어도 마음 한편 울리는 일의 내밀함을 사유하게 한다 <심금>. 간절함과 간신히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사람과의 관계에 비추어 고개를 끄덕이게 하며 <물오르는 봄>, 부재일 때도 치열한 목련나무 한그루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목련나무 그늘에 서면>.

시의 해설자는 물의 이미지와 매치시킨 시를 가리키며 슬픔을 내치기보다 포용하려는 시인의 태도에 집중하는데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감정을 강제로 없애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눈물점>과 눈멀어 물을 본 적 없는 <물고기 자리>의 물고기는 슬픔의 극점에 이르면 울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울어야 한다고 에둘러 말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다음에 오는 슬픔이 점점 강도가 약해진다고 자신이 있는 곳이 물속인지도 모르고 덤덤하게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나름 해석해본다. 시인에게 슬픔은 눈물이고 눈물은 곧 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한 줄기 빗물에 섞이면 눈물인지도 알 수 없는.

눈물이 슬퍼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감정들 사이사이에 상주해 있으므로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시인은 길게 말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 시어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무슨 뜻인지 한참을 궁리할 필요도 없는 시집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시인의 전작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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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창의성을 깨우는 열 두 잔의 대화
김하나 지음 / 세개의소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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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어하는 욕구가 창의성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그 말은 곧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해서 결국 지레 포기하는 결과를 낳고 천편일률적인 생각의 틀에 갇혀 제자리를 맴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재미가 없어진다. 창의력의 반대말 격인 '무기력'에 빠져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한 번 걸어봤던 안전지대로만 다니다 더 효율적인 길의 존재는 인식하지도 못한 채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을수도 있다. 창의성을 너무 고차원적으로 여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무언가를 창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숙제일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작가이자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저자가 그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바를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풀어 쓴 이야기다.

지인이 하는 술집에서 만난 광고일을 하는 손님은 창의성을 아이디어로 바꿔 불러야한다며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수는 없다고 말한다. 창조주라 일컫는 신만이 가능한 일을 인간은 할 수 없으며 발명보다 발견. 정확히 말하자면 '재발견'만이 인간으로써는 충분히 가능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대단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어떤것의 시초가 완전 처음이라기보다 기존의 어떤것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거나 덧붙이거나 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하는 대목이다.

설사 그렇다한들 그 아이디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 이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위한' 아이디어는 존재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개를 껴안고 싶은데 옷이 더러워지는 건 싫다는 불편함에 개 전용 외투를 마련한다거나 층간소음으로 힘들어 윗층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보고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아는 아이로 만들어 심적으로나마 편해지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어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닐 수가 있겠는가.
글을 쓰고 싶은데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자괴감에 '창의'가 들어가는 모든 책을 섭렵하며 모임에도 나가보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아직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경력을 쌓고 시간을 쌓고 책을 쌓으며 기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실체도 없는 때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발현시키는 훈련을 해야 함을 이책은 말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갖추고 마련하기보다는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살아버리는게 낫다."
창의성,아니 아이디어를 내기에 지금은 항상 적기이며 영감은 벼락처럼 내려오지 않음을 다시금 상기시켜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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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길을 찾다 - 우리가 꼭 살려야 할 전통유산 우암문고 4
이배용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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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오래된 미래다

어딘가 모순적인 이 한줄 글귀가 이 책의 주제다. 이미 지나간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역사에서 배움과 반성과 발전을 구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한들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실수하는 인간어느 책에서 지칭했듯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그 본성이 역사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듯하다.

역사학자이며 문화해설자 및 이화여대 총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일찍부터 문화와 역사가 가진 강점을 이해하고 실천해왔다. 주인의식을 가져야만 그 가치가 더욱 빛남을 알고 세종대왕의 치적을 시작으로 3.1운동을 거쳐 한강의 기적을 이룬 그 사이사이에 인문정신의 문화가 뒷받침하고 있었다고 역설하고 있다.

무엇보다 3.1운동이 약소민족의 독립운동을 고취시킨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현재까지 민주주의를 이룬 근간으로 회자되며 군부독제에서 벗어나려는 나라들의 지침이 되고 있는 걸 보면 역사와 문화가 과거의 유물이라며 가볍게 볼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저자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꾸준히 애쓰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2019년 소수서원을 비롯한 9개의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을 때 외국인들이 흰 도포와 갓을 쓴 서원대표들을 인상 깊게 보고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바탕에는 교육에 대한 열의가 있었고 그 중심엔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과 도덕을 닦은 서원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 원형을 유지한 건축물로써만 가치를 내세웠다면 등재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형과 무형의 문화가 어우러짐으로 더 깊고 넓은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자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고 타국의 문화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더 이상 자신이 발 딛고 사는 곳이 전부가 아니다. 한류가 세계를 누비는 것도 한국적인 것만 내세웠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보편적인 감정을 잘 집어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나름 생각한다. 유네스코 헌장에도 그런 말이 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비롯되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마음속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어느 때보다 자국의 문화와 역사 지키기가 치열한 이 때 지나간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잘 살펴보고 잘 알아야 함을 인지시킨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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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 청춘의 화가, 그들의 그림 같은 삶
YAP 지음 / 다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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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젊은 작가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종의 허세라던가, 트렌드에 편승하는 듯한 가벼움의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기운그대로 이런 선입견 때문에 그들의 버거움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느 한 분야를 전공하지 않고서야 안목을 기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작가 개인의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이나 조각, 설치미술들을 한 눈에 보고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 어려우면 어렵다고, 쉬우면 쉽다고 또 야단들이다. 작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YAP라는 청년 작가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읽으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서 어떤 일은 운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처음부터 미술을 했다는 이들도 있고 중간, 혹은 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며 전혀 힘들지 않아서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재미와 몰입이다.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살 수 있겠냐는 부모님의 우려를 뒤로 하고 들어서게 만든 이유로서는 최상이 아닌가 싶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내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작업하지 못하는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며,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곧 자신이라는 확신이 부러울 뿐이다. 평생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해놓고 올곧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작품성이냐 대중성이냐의 기로에 서 있을지언정 그들의 시선은 항상 바깥을 향해 있다. 정직한 그림으로 감동을 주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그림이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불교회화를 하며 부처님에게 닿고 싶은 마음으로 그린다는 신앙으로서의 작가도 있다. ‘전시라는 말 자체가 펴서 보여준다는 의미라는데 그 의미에 충실한 그들의 속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작업에만 몰두할 수 없어 고민이고, 아내이자 엄마로서 화가의 길을 가는 것이 힘겹다고 토로하면서도 정신적인 건 미술로 육체적인 건 일로 하겠다는 생각, 잠을 최대한 줄여가며 그림을 그린다는 그 마음이 그들이 진정한 예술가라는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 전시회를 가면 작가는 누군지,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더 깊게 보게 될 것 같다. 간혹 작품이 영 이해하기 어렵다면 쑥스럽더라도 작가가 옆에 있다면 꼭 물어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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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농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36
의자 지음 / 책고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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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쓰인 사막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언젠가 TV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중국의 사막지대로 시집을 간 여인이 모래위에 찍힌 낯선 사람의 발자국이 지워질까봐 커다란 통으로 덮어뒀다며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조심스레 통을 들어 보여주었다.

사방이 온통 모래뿐인 사막에서 사람의 흔적하나를 반가워하며 소중하게 여기던 여인의 마음과 언젠가 씨앗이 움트면 북적북적 해질 거라는 희망을 품던 농부의 마음이 뭐가 다르겠는가.

그 여인도 남편과 단 둘이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면 더 많은 발자국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며 교역상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린 씨앗이 대추야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굿굿하게 씨앗을 심던 농부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어리석다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그림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사막을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영상으로는 많이 접해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고 아득하다.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모래폭풍과 이글거리는 태양만이 존재하는 곳.

사막까지 물 한 동이 퍼 나르기도 힘들며 외롭기도 하다며 울던 여인의 눈물과 끝내 씨앗을 움트게 하지 못한 농부의 절망이 겹쳐 보여 사막자체가 미울 지경이었다.

농부가 원하던 곳에 씨앗이 뿌리를 내리면 정말 좋았을 테지만 어쩌면 그래서 사막인지도 모르겠다. 씨앗이 잘 자랄 토양이었다면 애초에 뭇사람들에게 손가락질도 받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모래폭풍에 휩쓸려 날아간 촉촉한 땅에서 씨앗이 연둣빛 싹을 움트는그림은 황토색과 검푸른 색감이 쭉 이어진 속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마치 이 한 장을 위해 책을 읽은 듯 한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끝부분에 사막에 사는 동식물에 관해 설명해 놓은 부분은 사막이라고 해서 생명이 깃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무지를 깨트려 주었다.

길달리기새, 긴귀날쥐, 도깨비 도마뱀, 회전초 등 이름과 생김새만으로도 판타스틱하다.

사막의 황량함이 그들에게는 어쩌면 보호막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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