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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 청춘의 화가, 그들의 그림 같은 삶
YAP 지음 / 다반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젊은 작가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종의 허세라던가, 트렌드에 편승하는 듯한 가벼움의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기운그대로 이런 선입견 때문에 그들의 버거움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느 한 분야를 전공하지 않고서야 안목을 기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작가 개인의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이나 조각, 설치미술들을 한 눈에 보고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 어려우면 어렵다고, 쉬우면 쉽다고 또 야단들이다. 작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YAP라는 청년 작가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읽으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서 어떤 일은 운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처음부터 미술을 했다는 이들도 있고 중간, 혹은 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며 전혀 힘들지 않아서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재미와 몰입이다.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살 수 있겠냐는 부모님의 우려를 뒤로 하고 들어서게 만든 이유로서는 최상이 아닌가 싶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내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작업하지 못하는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며,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곧 자신이라는 확신이 부러울 뿐이다. 평생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해놓고 올곧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작품성이냐 대중성이냐의 기로에 서 있을지언정 그들의 시선은 항상 바깥을 향해 있다. 정직한 그림으로 감동을 주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그림이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불교회화를 하며 부처님에게 닿고 싶은 마음으로 그린다는 신앙으로서의 작가도 있다. ‘전시’라는 말 자체가 펴서 보여준다는 의미라는데 그 의미에 충실한 그들의 속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작업에만 몰두할 수 없어 고민이고, 아내이자 엄마로서 화가의 길을 가는 것이 힘겹다고 토로하면서도 정신적인 건 미술로 육체적인 건 일로 하겠다는 생각, 잠을 최대한 줄여가며 그림을 그린다는 그 마음이 그들이 진정한 예술가라는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 전시회를 가면 작가는 누군지,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더 깊게 보게 될 것 같다. 간혹 작품이 영 이해하기 어렵다면 쑥스럽더라도 작가가 옆에 있다면 꼭 물어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