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농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36
의자 지음 / 책고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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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쓰인 사막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언젠가 TV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중국의 사막지대로 시집을 간 여인이 모래위에 찍힌 낯선 사람의 발자국이 지워질까봐 커다란 통으로 덮어뒀다며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조심스레 통을 들어 보여주었다.

사방이 온통 모래뿐인 사막에서 사람의 흔적하나를 반가워하며 소중하게 여기던 여인의 마음과 언젠가 씨앗이 움트면 북적북적 해질 거라는 희망을 품던 농부의 마음이 뭐가 다르겠는가.

그 여인도 남편과 단 둘이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면 더 많은 발자국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며 교역상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린 씨앗이 대추야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굿굿하게 씨앗을 심던 농부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어리석다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그림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사막을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영상으로는 많이 접해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고 아득하다.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모래폭풍과 이글거리는 태양만이 존재하는 곳.

사막까지 물 한 동이 퍼 나르기도 힘들며 외롭기도 하다며 울던 여인의 눈물과 끝내 씨앗을 움트게 하지 못한 농부의 절망이 겹쳐 보여 사막자체가 미울 지경이었다.

농부가 원하던 곳에 씨앗이 뿌리를 내리면 정말 좋았을 테지만 어쩌면 그래서 사막인지도 모르겠다. 씨앗이 잘 자랄 토양이었다면 애초에 뭇사람들에게 손가락질도 받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모래폭풍에 휩쓸려 날아간 촉촉한 땅에서 씨앗이 연둣빛 싹을 움트는그림은 황토색과 검푸른 색감이 쭉 이어진 속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마치 이 한 장을 위해 책을 읽은 듯 한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끝부분에 사막에 사는 동식물에 관해 설명해 놓은 부분은 사막이라고 해서 생명이 깃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무지를 깨트려 주었다.

길달리기새, 긴귀날쥐, 도깨비 도마뱀, 회전초 등 이름과 생김새만으로도 판타스틱하다.

사막의 황량함이 그들에게는 어쩌면 보호막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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