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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평점 :
나의 불안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엄마의 지병은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가져와 유년시절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
온갖 나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몰두했던, 잠이 오지 않는 밤 책을 읽는 습관은 그때부터 형성되었던 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드디어 불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이번에는 실체를 알 수가 없는 게 문제다. 뭐가 불안한지 딱히 꼬집어 말 할 수 없어 더 불안하다.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철학자인 저자는 ‘불안은 목적이 있다.’는 말로 불안을 정의한다.
그 목적은 인생의 고난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그 고난에서 도망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난에 뛰어들고 싶지 않은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라고 해석한다면 지금 나의 상황과 유사한 것 같기는 하다.
엄마의 간병으로 수 십 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로 다시 취업하기가 용의하지 않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알아봤지만 점점 온갖 핑계거리를 대고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과, 뭔가를 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기대와 맞바꾼 무력감이 내가 느끼고 있는 불안의 실체인가 싶다.
무엇보다 과거의 좋지 않은 경험이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생각했는데, 그 또한 ‘하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에 불과하다는 말에도 뜨끔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끌어다가 불안을 눈덩이처럼 뭉치고 있는 듯하다. 과거처럼 확실한 것도 불안하고 미래처럼 불확실한 것도 불안하니 저자가 오늘, 지금에 전념하자고 말하는 것이리라.
인간의 원초적인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세 가지를 제시한다.
죽음에 좌지우지 하지 말 것이며,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죽음을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만을 살며, 후대에 무언가를 남길 공헌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굳이 눈에 보이는 업적을 이루기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회에 이로움을 주는 일이라는 말은 누구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사실은 매우 필요한 일임을 상기시켜 준다.
공동체, 소속감, 연대가 불안을 조금이라도 제거해줄 수 있음을, 불안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봐야 답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책읽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