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 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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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개인의 결혼이나 가족이야기가 TV만 틀면 여과 없이 방송되고 있다.

어린부부의 미성숙함이 불러오는 총체적 어려움,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맞는지 의문을 자아내는 위기의 부부들, 평범해 보이지 않는 내 아이의 속내가 못내 궁금한 부모들.

몇몇 방송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사랑은 때로는 너무 빨리 와서 힘들고 너무 빨리 식어서 허무하고 너무 맹목적이어서 간과하는 복잡다단한 감정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소설가인 저자가 영화와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실존하는 인물들 간의 사랑이야기를 매개로 좀 더 깊고 넓은 의미의 사랑을 정의하고자 하는 이유도 허구와 실재사이의 간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현세대의 반영에 있다. 혹은 변하지 않는 일관성일수도 있겠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이고 아니면 아니지 라는 딱 부러짐 사이에서 망설임은 여전하다.

처음 느꼈던 불타던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미련과 아쉬움으로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든다.

스칼렛은 상대가 이미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한 남자만 쫓는다.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기만 한 애슐리를 갈망하는 스칼렛의 행보를 레트만이 이해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은 부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은 것처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어긋나기도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상대의 어느 한 부분이 나머지를 상쇄시킬 여지가 많으므로.

스칼렛의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열망을 사랑했던 레트는 그 열망이 사라지자 그녀의 곁을 떠났다. 저자는 멜라니의 죽음이 스칼렛으로 하여금 좀 더 이성적인 시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고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기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태지의 첫 번째 결혼이 실패한 이유가 금기가 너무 많아서였음을 언급한 대목에서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고등학교 교사와 결혼한 마크롱 대통령은 금기를 정면으로 돌파한 경우다. 그는 상대방의 연륜에서 나오는 경험을 조언삼아 상호존중하는 관계에서 좋은 시너지를 얻었음을 고백한다.

두 사람이 사랑함에 있어서 별 장애물 없이 순탄한 생활을 이어가면 정말 좋겠지만 각기 다른 개별적인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데 어떻게 아무 일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저자는 사랑은 일생일대의 사건이라 말한다. 사건이니 애초에 문제가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금기앞에 정면으로 맞서서 서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대화와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음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사랑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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