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
임성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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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지금 맞게 책을 읽고 있는지 자문할 때가 있다. 독서를 하는데 맞고 틀리고가 어디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고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심사평이나 독서후기를 꼼꼼히 읽는 것으로 확인 아닌 확인을 할 때가 있다. 책을 읽고 깨달은 점이나 의도가 어느 정도 일치할 때 솔직히 희열을 느낀다. 잘못 읽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물론 저자의 의중은 저자만 알 뿐이라 정답은 없다. 그러나 나는 정답에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 책을 읽는 많은 의미중의 하나다.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일을 30여년을 하고 있다는 독서교육전문가의 독서기록은 깊다. 느리고 반추하게 한다. 답을 찾기보다 질문하게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얻길 바란다. 수도승들의 독서에서 비롯되었다는 내면의 기도를 뜻하는 묵상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며 인생 후반기를 위한 독서는 달라야 한다는 부제가 붙은 이유다.

인생 후반기의 삶이 통합적으로 완성을 향해 나아가려면 결국 자기 삶을 긍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성찰의 힘이 중요하다.”

저자는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야기를 통한 삶의 변화임을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나 감동을 주는 글을 쓴 독서를 통해 역설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을 쓴 조너선 갓셜의 말을 빌린 인류가 이야기에 끌린 이유는 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라는 말은 책의 핵심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나 당사자에게는 그저 하찮고 평범하다. 좋을 때 보다 나쁠 때가 훨씬 많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상대방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거울을 보듯 한 발짝 떨어져서 찬찬히 듣고 읽다보면 그 이야기는 의미를 가지고 역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괴테가 일흔네 살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가 친구의 시 낭송을 듣고 절망에서 벗어났는데 그 시가 자신이 쓴 시였다는 일화는 고통을 거리를 두고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독서의 수많은 유용성의 하나임을 상기시킨다. 책속에서 답을 찾는 것보다 제가 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인지하게 한다

자기 확신보다 자기수련을 통해 내면의 영혼과 살아있음 그 자체의 경험을 채우고 추구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확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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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힘 - 조직심리학이 밝혀낸 현명한 선택과 협력을 이끄는 핵심 도구
박귀현 지음 / 심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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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서 집단이라는 말이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자명하다. 책에서는 정보폭포현상으로 표현되는데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과도하게 미디어로 퍼져 너도 나도 익명성을 앞세워 동조하니 집단광기 라는 말도 생긴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단이란 곧 연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여긴 면이 적지 않았다.

어떤 의견을 관철하기에 한 명보다는 같은 뜻을 가진 여러 명이 훨씬 용이하다는 선례는 많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정과 방법, 솔직함이 아닌가 싶다.

조직심리학자이자 호주 국립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인 저자는 조직행동학을 가르치며 여러 가지 심리실험을 예로 들며 집단이 가지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좋다, 나쁘다 의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라 제목처럼 집단의 힘에 대한 원리를 알고 세상과 개인에게 유용한 쓰임새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전제는 불변하다. 원시시대부터 집단을 이루었다. 사회자체가 집단의 구성이다. 저자는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벌린 힌즈의 말을 빌려 인류최초의 도구, 인간이 인간을 사용하는 도구로 을 정의하며 오늘날 팀워크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대부분 다수 의견에는 나도 그렇다고 반응하지만 소수 의견에는 ?’로 반응한다.” 의문과 질문이 시작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뜻이리라.

스티븐 잡스가 팀원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경청하고 수용해서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이룬 일화는 의미심장하다. 집단에서 소수를 따르기란 어렵다. 어떤 집단이든 소속되지 못한 사람은 심리적 고통을 겪는데 사회적으로 자기존재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고까지 한다. 그러니 소수를 따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수의 집단사고에 이끌려 휩쓸리기보다 한 번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고 인지하고 다시 한 번 재고해보는 것이다. 그 집단에서 나온 소수가 또 다른 집단을 이뤄 보다 창의적인 일을 시도한 예는 무궁무진하다고 저자는 줄곧 이야기하고 있다.

집단 허울, 집단 공정관념 등 내집단에 대한 편애가 다분히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사이버공간은 무자비한 집단적 차별과 마녀사냥에 여념이 없다. 맞으면 맞고 아니면 또 그냥 그만이다. ‘광기를 잠재울 또 다른 집단이 필요하다.

저자가 언급한 인간 집단이 동물 집단과 구별되는 협력 능력과 분별력이 가미된 집단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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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와 철학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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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을 거의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어린시절 미래소년 코난을 보며 자란 세대로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감득의 열정은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책의 제목처럼 삶은 저마다 이유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고갈될 리가 없다.

한문과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니체와 프루스트를 좋아하고 슬램덩크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더 좋아한다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저자가 쓴 책은 감독이 왜 애니메이션만을 고집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판타지라고 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만화영화는 어느정도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한계적 영상영화와는 달리 상상의 범위가 무한하며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순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일관적인 스토리도 그렇다.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이며 할아버지는 군수산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감독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는 철학적 신념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늘과 바다, 산과 바람, 인간과 마녀, 괴물과 요정이 등장하는 작품마다 평화와 갈등이 번갈아 오고 간다. 서로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 상충하니 안정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기술적 진보위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인류애를 조명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어쩌면 이런 불균형, 불안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싶다. 자연으로의 회귀와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작품 사이사이에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의 러브스토리가 가미된 작품들은 그래서 결국 사랑이 인류의 구원이라 저자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직 보지 못했다. 책에서의 간략한 설명대로라면 이번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성장담인 동시에 오롯이 자신의 길을 가길 바라는 향상심이 주제인 듯하다.

너만의 탑을 쌓아가거라. 풍요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거라

주인공에게 당부하는 대사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는 말임을 저자의 글을 통해 감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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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 인사이트 - 지혜를 위해서는 고전을 읽고, 성공을 위해서는 럭셔리를 읽어라
박소현 지음 / 다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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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럭셔리를 통해 깨달은 점은 기억에 남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 쓰인 이 한 문장이 럭셔리의 참의미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명품과 럭셔리의 차이점을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과 고가품, 사치품이라는 뜻풀이로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유명사로써의 럭셔리를 정의하기에는 매우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언젠가 지인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며 어딘가 고풍스러우면서도 눈에 익은 로고의 핸드백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아끼고 아낀 월급으로 처음 싼 명품이고 마음에 들었던 터라 당신의 딸에게 물려주고 싶어 소중하게 다루며 잘 간수하다가 세 딸 중에 둘째딸에게 준 것이다. 아마도 지인이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이리라.

명품이 고려청자와 같은 공공재의 개념이라면 럭셔리는 이렇듯 개인적이면서도 서사적이다. 바깥으로 보이는 외양은 트랜드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치는 변하지 않는 아니, 변할 수 없는 브랜드이다.

중앙 대학교의 의류학 박사로 패션을 공부하다가 이제는 글을 쓰며 작가이자 연구자의 길을 가고 있는 저자는 과도기에 있는 럭셔리의 상황 파악을 위해 글을 썼다. 세대가 바뀌면서 소비자가 변했음을 역설하며 럭셔리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한다.

책은 럭셔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의 창업자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EO, 오너들의 이력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각각의 영화같은 인생은 흥미롭고 경이롭다. 실제로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는데 나 또한 샤넬의 일대기를 영화로 본 적이 있다. 그 시대에 코코 샤넬이 행한 모든 것들은 패션의 혁명이었다. 얼마나 과감하고 얼마나 창의적이었는지.

난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난 내 삶을 창조했다.’

그녀는 진정 샤넬을 통해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한 브랜드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기에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는 힘들다. 디자이너와 CEO, 오너의 협업은 럭셔리를 럭셔리하게끔 뒷받침해주는 매개가 된다. 저자가 창업자뿐만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이들의 면면을 이야기한 이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영업, 판매처, 소비자까지 모든 구조가 변해가고 있다. 움츠려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고 있고 앞으로 k-럭셔리를 표방한 우리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음을, 그러므로 안목을 키우고 럭셔리 교육에 힘써야 함을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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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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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책을 읽는 와중에 예고입시 논란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술 실기 평가에서 화지 방향을 가로로 하라는 제시문을 무시하고 세로로 그린 입시생들이 다수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는 내용이었다. 그 조건에 대한 감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그런 규칙을 세운 이유가 무엇이며, 실기 주제는 세로로 그려야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주제였다는 사족도 달렸다.

책의 서론에 나왔던 공정성은 신뢰의 전제 조건임을 상기시킨다. 입시생들이 제시문에 상응해서 가로로 그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가로로 그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불합격 처리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영국의 언론인인 저자도 수많은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공정이 있음을 간파했다. 경제와 정치,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성을 부여하고 공정함이 기준점이 된 시대가 된 것은 빈부와 계급의 격차가 전세대보다 더 큰 폭으로 벌어졌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공정이 곧 페어플레이이라는 단어와 동일했을 때조차 지금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요원하지 않다는 사실은 예고입시처럼 간단하다면 간단한 사안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예고의 채점기준에 대해 제재를 가할 권한이 있는 곳이 없다는 점 또한 저자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공정한 사회에서 우리는 권한을 위임할 필요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권한을 버릴 필요는 없다.” 공정성을 대표하는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은 많은 권한을 가지지만 그 권한은 사람들 사이의 합의된 규칙과 같다. 변수가 많은 경기의 결과에 왈가왈부할 소지가 훨씬 적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수가 공정성에 기초해 만든 규칙에 동의한 미묘한 위임을 했기 때문에.

책은 공정의 개념과 소용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만 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공정성은 타고난 것이며 인간의 DNA에 있다는 말이다. 모든 불평등, 불공정, 불의에 대응할 수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 그 차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임을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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