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앤 아트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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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예술의 의미와 쓰임새는 폭넓다. 특정한 소수의 영역도 아니고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특히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패션은 예술과 접목한 디자인으로 줄곧 유행을 선도하는 기분마저 든다. , 모자, 가방, 구두, 향수는 물론이고 가구를 포함한 리빙을 아우르는 모든 것에 이야기가 있고 고유의 브랜드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안아트컨설팅의 대표로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트컨설팅을 진행하며 이화대학교 겸임교수를 비롯 여러 기업에서 예술과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패션과 그 디자이너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며 어떻게 성장해왔는지에 대해 썼다.

하나의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얼마나 잘 읽느냐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호칭이 달라진 디자이너들은 단지 눈에 보이는 변화뿐만 아니라 예술적 영감을 토대로 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전(古典)자체가 본질인 미술품을 응용하고 재창조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좀더 가깝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디올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피에트 몬드리안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드레스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수직과 수평선에,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의패턴은 단순하게만 느껴지는데 평면의 그림이 패션으로 옮겨가 동적이 되니 적절한 비율이 균형을 이뤄 우아해 보인다. 여행 전문가방을 만드는 루이비통은 페미니즘 운동이 불자 철학자의 문구를 인용한 슈프림 로고를 만들어 새로운 스타일의 힙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바꾼다.”라는 기치아래 에르메스는 순수미술가를 후원하며 아트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기존의 예술품을 확장하기보다 신예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액세서리, 가구를 넘어 최근에는 화장품으로까지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저자는 나가는 글에서 이미지만을 내세우는 과도한 마케팅이 예술의 본질을 흐리는 건 아닌지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감상하고 사유하는 예술품과 소비하고 팔아야만 하는 제품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려는 시도의 필요성을 글로벌 브랜드의 변천사나 마찬가지인 책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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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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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이웃집에 사는 언니오빠들이 빌려준 만화책에 프로펠러를 단 자동차가 하늘을 날던 그림이 생생하다. 그때는 정말 공상과학만화 일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율주행이 실현되고 있고, 우주여행이 눈앞이다. 이제 미래라는 말은 더 이상 먼 앞날의 시간이 아닌 것이다.

공학박사이며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 역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바뀌어야만 하는 법, 제도, 규칙 등을 50가지로 상정해서 함께 생각해보길 바라며 책을 썼다. 법이 쉽게 바뀌지 않음은 촉법소년에 관한 예로도 충분하다.

당장 닥친 문제는 아닐지라도 미리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미래의 논제들은 문자 그대로 미래적이다. 과연 이게 문제가 될 일인가 싶다가도 직접 경험한 일들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수긍하게 된다. 책은 우주선을 타고 여러 행성을 누비며 의뢰를 받은 운송일을 하는 이미영과 김양식의 업무를 에피소드삼아 문제제기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위시한 의문이 주를 이루는데 얼마나 우리가까이 있는지 실감나는 대목이다.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하는지, 인공지능의 판단을 무조건 믿어도 되는지,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품에 저작권은 있는지 등 직면해 있는 문제는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데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딱 잘라서 결론을 내리기가 애매하다.

사람으로서 나의 답은 쉽게 나왔다. 하지만 해답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라는 것은 매번 이미영과 김양식의 갸우뚱거리는 고갯짓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생활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신기술을 외면하기에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편리함이 너무 몸에 배었다.

개발이 먼저인지 보존이 먼저인지도, 과학예산과 복지예산의 선택과정도 새로운 범주의 문제다. 예전이라면 문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언제나 발전이 앞섰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가난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가난까지 해결되고 나니 왜 사는지가 문제다.”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이 미래에도 여전한 것은 눈에 보이는 안락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저자가 매번 정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되묻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한 단계 발전할 때마다 그 배로 사유하고 질문해봐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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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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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범죄는 상대방의 믿음을 전제로 한다. 특히 부부사이의 범죄가 꾸준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부부의 세계는 매우 개인적이어서 제3자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세계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결말만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경비교도대로 군복무를 마친 뒤 26세에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염화나트륨>으로 당선되어 소설, 시나리오, 방송작가로 활동한 저자의 추리소설은 동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한다.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재범을 막고 그와 유사한 사건이 나면 빠른 시간에 범인을 잡기 위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아닌 활자를 통해 살인자의 의도를 더욱 세세하게 알게 됨은 역시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부사이를 비롯한 남녀 간의 범죄를 주테마로 한 여덟 건의 살인사건은 일상에서 흔히 느끼게 되는 사소하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일어난다.

오해<결혼에서 무덤까지>, 변심<인생의 무게>, 명예<범죄없는 마을 살인사건>,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은 보통사람들과 같다. 개중에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양상인 관종’<개티즌>도 있다. 그들을 다르게 만든 것은 행동하느냐 마느냐 이다. 그것도 완전하게말이다. 제목만 보고 은근히 기대한 면이 없지 않았다. 책을 읽을수록 제목이 반전임을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부부라서 꼬리가 잡히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소설 제목은 읽고 나서 재미있는 제목보다는 읽기 전에 재미있는 제목이 훨씬 더 좋다. 제목은 내용과 달라도 상관없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어느 유명 소설가가 해준 조언을 진리라고 믿고 있다지만 정작 표제작도 그렇고 소제목도 흥미를 유발할 정도로 독특하지는 않다. 하지만 추리가 가미된 범죄소설에는 적합하다.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괜히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고 있는 사건들은 등장인물의 어리석음을 부각시킨다.

믿음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통제할 수 없는 욕망과 이기심의 발로가 범죄에 발을 내딛게 하는 원인이고 동기이다. 특히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부간의 불화가 얼마나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는지 저자는 조금은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으로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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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인수첩 시인선 80
이어진 지음 / 여우난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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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 눈에 쉽게 읽히느냐 없느냐로 시의 진의를 가르게 된지 오래되었지만 낯선 시인의 낯선 시집제목은 한 번 들추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압축으로 대변되는 시의 속성을 생각하면 산문처럼 길고 쉼표만 있고 마침표는 없는 시들이 숨 가쁘기는 하나 그래서 한편으로는 끊이지 않고 술술 읽히는 이점도 있다.

단어연결의 어긋남이 문장의 이해를 종종 방해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사물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시인의 거침없는 시어에 익숙해져간다. 완전한 이해보다 불완전한 상상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해설에도 형식적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자유분방함이 시의 본질임을 상기시키고 시인 고유의 미학임을 조명한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시집을 두 권 낸 시인의 시는 정말 도시에서 나고 자랐는지 의문이 들만큼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고 꽃들의 향기와 자연의 풍광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돋보인다. <벚꽃 크로키>, <목련 기술자>, <장미숲 오페라> 등 언 듯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제목의 시들은 그러나, 잘 들여다보고 음미해보면 연관이 생긴다.

곱씹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시의 여러 특성중의 하나일수 있겠다. 촌철살인(寸鐵殺人) 같은 짧은 시가 보여주는 매력과는 다른 결을 느낄 수 있으며 눈으로 읽는 것보다는 사유하며 운율을 살려 읽는다는 낭송의 기능을 떠오르게끔 한다. <구름의 부족>에서 특히 말의 힘, 소리의 힘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구름 하고 부르면 눈을 몰고 오는 어느 부족에 관해 생각하는 날이네

전쟁의 포성이 울리는 하늘을 보며 평화를 기원하는 시인은 상상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무력한 문장으로 사죄한다지만 마음을 울리는 한 편이야말로 구름의 부족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단언해본다. ‘목련을 불러보고 구름을 불러보듯 사랑평화를 소리 내어 불러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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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쓰는 연습 - 시간, 에너지, 멘탈에 이르기까지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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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설 이외의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다. 파레토 법칙을 활용해서 중요한 내용을 재빨리 배우자.”

저자의 말마따나 나는 이 책을 매우 빠르게 읽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효율성을 극대화한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나름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저자는 미국의 동기부여가이자 시간 관리 및 생산성 전문가답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파레토 법칙의 유용성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 모두 습관처럼 말하지 않는가. “시간이 없어라고. 우리는 항상 시간이 없다. 시간은 없는데 할일은 많다. 아무리 열심히 뭔가를 해도 결과는 성에 차지 않는다. 온 시간을 바쳐 10080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장한 80/20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파레토 법칙은 그래서 수긍하기가 어렵다. 90도 모지랄 지경인데 겨우 20이라니.

책은 파레토 법칙으로 활용되는 라이프를 크게 7장으로 나누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업무, 가사, 관계, 건강, 재정, 학습, 비즈니스 등 살면서 빠뜨릴 수 없는 과제들이다.

중요한 만큼 열과 성을 다한다. 과할만큼. 저자는 제거하고, 줄이고 덜어내기를 끊임없이 제안한다. 관건은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물을 넓게 말고 좁게 던지라는 말이다. 너무 잘하려는 욕심에 가려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에너지, 물량을 넘치게 투자했던 80, 90의 비효율을 버리고 20정도의 확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완벽을 포기할 자유를 자신에게 허용하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타인의 기대에 짓눌려 애초에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 완벽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며 쓸데없이 노력하는 범주의 80에서 적어도 60이상은 차지하는 비효율성일 것이다.

완벽보다 완료를. 어쩌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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