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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어떤 범죄는 상대방의 믿음을 전제로 한다. 특히 부부사이의 범죄가 꾸준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부부의 세계’는 매우 개인적이어서 제3자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세계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결말만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경비교도대로 군복무를 마친 뒤 26세에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염화나트륨>으로 당선되어 소설, 시나리오, 방송작가로 활동한 저자의 추리소설은 동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한다.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재범을 막고 그와 유사한 사건이 나면 빠른 시간에 범인을 잡기 위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아닌 활자를 통해 살인자의 의도를 더욱 세세하게 알게 됨은 역시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부사이를 비롯한 남녀 간의 범죄를 주테마로 한 여덟 건의 살인사건은 일상에서 흔히 느끼게 되는 사소하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일어난다.
오해<결혼에서 무덤까지>, 변심<인생의 무게>, 명예<범죄없는 마을 살인사건>등,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은 보통사람들과 같다. 개중에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양상인 ‘관종’<개티즌>도 있다. 그들을 다르게 만든 것은 행동하느냐 마느냐 이다. 그것도 ‘완전하게’ 말이다. 제목만 보고 은근히 기대한 면이 없지 않았다. 책을 읽을수록 제목이 반전임을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부부라서 꼬리가 잡히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소설 제목은 읽고 나서 재미있는 제목보다는 읽기 전에 재미있는 제목이 훨씬 더 좋다. 제목은 내용과 달라도 상관없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어느 유명 소설가가 해준 조언을 진리라고 믿고 있다지만 정작 표제작도 그렇고 소제목도 흥미를 유발할 정도로 독특하지는 않다. 하지만 추리가 가미된 범죄소설에는 적합하다.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괜히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고 있는 사건들은 등장인물의 어리석음을 부각시킨다.
믿음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통제할 수 없는 욕망과 이기심의 발로가 범죄에 발을 내딛게 하는 원인이고 동기이다. 특히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부간의 불화가 얼마나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는지 저자는 조금은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으로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