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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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 것처럼 나 역시 아파트광장을 산책할 때 본의 아니게 그들의 이야기, 아니 고성(?)을 듣는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뭐가 그렇게 즐겁고 신나는지 목청껏 소리를 질러댄다.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아무 뜻도 없이 내지르는 소리일 때도 많아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아이를 상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창문을 열고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는 초등학생을 본 뒤로는 그들만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방식이 아닐까 이해하는 중이다.

13년 동안 방송 작가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저자의 의도도 그러하다. 책은 나처럼 어린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을 위한 통역서나 다름 아니다.

그만큼 어른과 어린이의 간격은 크다.

저자는 그 차이를 솔직함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한대로 떠오르는 대로, 직설적이고 감성적인 말들에 거짓은 없다. 하고 싶은 말들만 있을 뿐이다.

억울하다고 떼를 부릴 때도 있지만 온전히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태권도인이 되려면 예쁜 발을 포기해야 한대.”

엄마인 저자가 굳은살이 보이는 아이의 발을 가만히 바라볼 때 아이의 말은 의젓하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내어줘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 같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토로하듯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이나 규범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어린이기 때문이다.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지키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지키고 이해하는 척 하고 있는 어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의 어른도 어린시절이 있었건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아니,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솔직함과 순수한 받아들임이 치열한 문명사회에서는 통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저자는 어린이의 말을 조금 더 깊고 넓게 들음으로써 각자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 곁에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서두에 쓴 이 한 줄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전부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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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해도 될까요? - 경계에 선 소년법 십대톡톡 1
김성호 지음, 고고핑크 그림, 허승 감수 / 천개의바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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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상상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다.

자의든 타의든 사고도 많고 무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현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왜 점점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중세로 돌아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소년범죄는 의무교육까지 확립이 되었는데 가중되고만 있다.

너무 많이 아는 것도 독인 걸까.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국내외의 정보나 법체계를 쉽게 습득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기관에서 일했던 저자는 학창 시절 이해가 느린 학생을 위해 찬찬히 설명해 주는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만큼 소년법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썼다. 소년법과 연계한 법률상식도 유익함을 더한다.

오늘날 소년범죄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쟁점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고착되어온 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면서 그에 따른 청소년인권 문제가 같이 제기되고 있는 형세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형법을 모델로 한 소년법은 당시 13세에 학교를 졸업하고 14세에 사회인이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시대도 바뀌고 청소년들의 몸과 정신이 조숙해진 상황에서 법이 제자리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난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무리 조숙하기로서니 소년 보호 재판에서 1번에서 10번까지있는 보호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경중의 여하를 떠나 감당하기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제약을 받으니 구금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과 같지만 소년범죄가 날로 흉악해지고 재범률이 높아지니 사람들은 연령을 낮추거나 엄벌을 원한다.

저자는 유럽이나 일본, 중국등 여러 나라의 개정된 소년법을 사례로 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의 궁궁적인 목적은 보호라고 말한다.

아무리 연령을 낮추어봤자 고작 한두 살이며 엄벌주의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와 진심어린 반성, 용서의 시간을 줌으로써 회복적 정의를 실현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검사와 방청객이 없는 소년 법정 비밀 재판의 목적이 아직 미성년인 가해자의 미래를 위한 보호에 있다면 상처를 받은 피해자의 미래 또한 살펴봐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년범죄의 양상은 사실 그 당사자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먼저 상기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서 말한 것처럼 환경은 우리 모두가 형성해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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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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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보고 저리봐도 공룡과는 닮은 듯 아닌 듯한 생김새에 어디로 튈지 모를 엉뚱함까지 둘리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가끔 내가 초록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둘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10살 무렵부터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학년이 올라가고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자신과 비슷한 차원의 친구들과 사건사고만 일으키는 둘리의 정신없는 하루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외치는 주문은 또 어떤가.

당신도 당신만의 주문을 만들어 봐요. 도우너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깐따삐야라고 외치죠.”

실수투성이에 말썽만 부리는 듯한 둘리는 그러나 항상 당당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좋은 마음으로 행동한 일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연속은 때로 왜 시작했을까 싶은 한심함이 들게도 하지만 막무가내식 도전은 요졸복통 모험을 가져오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있는 하루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에게 둘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행복의 의미를 전언한다. 머뭇거리지 않는 하루, 다른 사람의 행복과 비교하지 않는 하루, 진심을 다한 하루, 나 자신을 잘 간직한 하루. 행복은 오늘 하루의 충실함에 있다고 말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을 가든 친구들과 함께라면 항상 즐겁고 무서울 것이 없는 둘리의 행보는 지금 이 자리를 넘어 무한한 우주로 이끈다.

고길동 아저씨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되는 친구들과의 시끌시끌한 일상은 과연 내일은 어떤 엉뚱한 일을 벌일지 기대하게 한다.

매일 똑같은 하루는 안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 어떤 기대도 없는 미래는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으니 역시 재미가 없다.

원작자인 김수정 만화가가 둘리를 우주별나라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공룡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하며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나드는 둘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정체성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보물을 찾아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것을, 우주야말로 세계의 보고임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것만큼 말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해보는 것, 내가 지금 호기심을 가지고 하는 모든 생각, 모든 행위, 모든 시도가 행복의 본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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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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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청년 간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연신 한숨을 내뱉던 기억이 새롭다.

나 자신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간병을 끝낸 시점에 봐서 그런지 공감이 가는 동시에 40대와 20대의 간병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을 위해 사회적 고립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의 삶은 순간의 고통이 아니라 지속되는 고난이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소설은 세계문학상 수상작답게 현시대의 아픔, 아니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막 간병의 굴레를 벗어난 명주와 간병의 초입에 들어선 준성은 내가 간병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점점 지쳐갈때의 상황을 투영한 것만 같다. 비록 끝은 다를 지라도 과정만큼은 유사해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병의 위중은 달라도 간병과 돌봄의 행위는 일관적이다.

산사람은 살아야 된다는 현실은 명주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새로운 환경이 새로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이혼을 하고 위자료를 받는 대신 데리고 나온 딸 은진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제 발로 다시 아빠 곁으로 가게 만든 명주는 그리 계산적이지도 치밀하지도 않은 사람이었건만 간병이 끝난 후의 명주는 용의주도한 사람이 되었다. 뇌졸중 휴우증으로 운신이 힘든 아버지를 돌보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에 열심이었던 20대의 젊은 준성을 자신이 먼저 내디뎠던 길로 이끌 정도로 말이다.

간병은 그 끝이 너무나 허무하고 너의 젊음을 앗아갈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아버지도 잃고 싶지 않고 청춘도 잃고 싶지 않았던 준성의 발버둥이 허무한 헛발질이 되리라는 사실은 정해진 수순이다.

환자와 간병인은 출발점부터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지점에 도달할 수가 없다,

희망이 절망이 되고 절망이 체념이 되면 결말은 자명하다.

두 사람은 처음엔 결코 자의적이지 않았다. 끝이 타의적이었다고 나쁘게만 봐야 하나?

그래도 그렇지’, 라는 말보다 오죽하면이라고 말해보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가져보기를 저자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전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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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소액 땅 투자 바이블
이승주 지음 / 세종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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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부자라는 개념 안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말인데 건물주보다 앞선 말이 지주, 땅부자가 아닐까 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땅위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니 땅이 먼저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위를 올려다보니 땅이 눈에 잘 들어올 리가 없다.

땅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는 더더욱 생각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에 투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일확천금이라는 이름의 불확실함에 투자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자수성가를 하고 싶어 자수성가 공부방을 운영하며 토지명장대표이기도 한 저자는 안전한 원금, 수익, 짧은 시간 등의 요건을 따져봤을 때 부동산중에서도 토지가 가장 이상적인 투자처라고 역설한다.

물론 어떤 조건의 땅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불안전하기도 하고 쓸모없는 땅이 되기도 하며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특히 건물이나 집처럼 이미 형태가 있는 부동산에 비하면 땅은 초보자에게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와 안목, 선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책사업으로 개발계획 발표 후 보상이 진행되면 땅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내 주변에서도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밭 옆으로 도로가 뚫린다고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개발이 되면 주위로 교통과 산업단지가 조성되니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데, 국책사업이 전부가 아니다보니 발품은 필수다. 전문가와 함께 개발하면 좋을 땅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며 땅을 살 때의 권리분석과 서류작성도 정확히 하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 가령 묘지가 있는 땅을 살 때 이장하겠다는 확증을 미리 받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저자는 묘지자체가 주는 인식 때문에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토지용도만 확실하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땅값을 올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도 나름 흥미롭다.

주말 체험농장을 운영한다거나 논을 밭으로 만들고, 민박을 하는 리모델링을 통한 성공사례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지만 매우 유용하다.

책은 땅 투자가 다른 투자처보다 훨씬 길고 복잡해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섣불리 투자할 엄두를 못 내는 것도 그런 단계가 힘들어서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힘든 만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땅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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