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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타인
임수진 지음 / 문이당 / 2025년 9월
평점 :
제목부터 공감이 간다. 매 순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시대에 타인과 나는 한 몸이나 다름 아니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세상, 소설 속 인물들도 자의든 타이든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의식한다. 그러다 오롯이 그냥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행동에 옮길라치면 그새 사달이 난다. 습성이란 무섭다. 항상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려니 지레 겁이 나서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혹은 타인으로 인해 삶을 지탱해 나가기도 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월간 ≪수필문학≫에 「아름다운 화석」으로 등단한 저자는 사람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글을 쓰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도 썼듯이 꼭 타인이 있어야만 자신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서 이야기를 쓴듯하다. 한 가정의 일원에서부터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이 되기까지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은 어렵다.
여덟 편의 단편 중 〈내 속의 타인〉의 ‘나’는 같은 날 태어난 조카와 오랜 시간 서로를 의식하고 질투하고 의심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교통사고 앞에서 모든 것이 허망함을 느낀다. 부유한 사돈어른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나’에게 조카는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을 때도 기억과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타인’이다. 미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측은함과 동시에 자신의 비루함을 항시 일깨워주는 그녀는 기실 어느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또 다른 ‘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 타인처럼 느껴지는 진정한 자기 자신 말이다.
‘너와 함께 나도 지워지고 있었다.’ 조카가 죽음으로써 ‘나’의 어떤 한 부분이 사라짐을 조명하는 대목에서 앞으로 과연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적 구조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끌려다니지는 말아야 함을 이야기하는 짧지만 강렬한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