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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전란을 극복한 불후의 기록
유성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1월
평점 :

“내 지나간 일을 징계하고 뒷근심이 있을까 삼가노라”
국보로 지정된 『징비록』은 임진왜란의 시작과 전란 그리고 전쟁을 극복한 세계사에서도 보기 힘든 전쟁의 기록물이다.
『징비록』은 단순히 일본의 침략과 전쟁사만을 기록한 글이 아니다.
당시 급격히 변해가는 왜세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국토를 유린당한 점과 정승으로써 처절한 자기 반성과 함께 후세에게 쓰라린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노상의 절규이다.

일본의 정황을 살피러간 두 사신인 황윤길과 김성일은 서로 다른 의견을 선조에게 고했다.
황윤길은 왜세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했지만 김성일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성일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얼마 후 조선의 땅덩어리는 아비규환으로 바뀐다.
일본의 침략은 미리 준비된 전쟁이지만 당시 조선의 군관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징비록』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등장하며 그에 따른 벌이 내려지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명나라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명을 유지하던 조선왕조는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의 빼어난 활약으로 점차 조선의 땅은 하나씩 왜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된다.

7년간의 전쟁이 종식된 후 유성룡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 안동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후 유성룡의 아들이 발간하였고 일본에까지 흘러들어 읽혀졌다고 한다. 아마도 일본에서는 『징비록』을 실패한 전쟁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 책은 초본 징비록 2권을 번역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당시 왜군 장수나 명나라 군신들의 명칭이 『징비록』에 원문으로 나오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책에서 ‘평수길’로 나온다.
오래된 고전이기에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풍부한 각주가 제공되어 높은 가독성을 보여 준다.
또한 책 후반부에는 『징비록』의 원문이 함께 포함되어져 있다.
전쟁을 기록한 수많은 역사서들 중에 『징비록』 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은 뛰어난 영웅을 찬양하는 것이 아닌 전쟁을 겪으며 고통을 받은 민초들의 삶과 죽음을 눈앞에 두고 벌이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처세를 세세하게 알려준 것이다.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조정의 대신들과는 달리 홀연히 왜군들과 맞서는 의병과 군신들의 모습은 당시 조선이 처해있던 상황을 적절히 묘사해 준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안에 드는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군사력이 강하다고 해서 국가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시 왜란 전의 오판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징비록』은 400년 전의 왜란을 기록한 것이지만 현세의 우리에게 국가가 반드시 가져야할 것이 무엇인지 힘 있는 국가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