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맛 창비청소년문학 80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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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를 몇 번이고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 마음이 간질거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뛰쳐나가 밖을 달리고 싶었다. 누카가 미오의 『달리기의 맛』은 달리고 싶은 마음보다 관중석에서 주자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도 등장하는 요리를 먹고 싶은 마음(만들어 먹을 용기는 없다.)이 커서 읽으며 늘 허기가 졌는데, 그 허기는 달리기 대신 음식을 만드는 소마와 달리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하루마 두 형제의 공허함과 조금 유사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따뜻한 요리는 형제의 위장과 마음을 하루하루 차곡차곡 든든하게 채워갔다. (유려한 음식 묘사에 나는 위장을 틀어막는다.)

 

“자신이 달림으로써 형이 그것을 잊어 주었으면 했다. 자신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마음이 변해서 다시 달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연습을 거듭해 왔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이야기지만 장거리 선수인 두 형제가 유난히 돋보였다. 무릎 부상으로 방과 후 달리기 대신 요리를 배우는 형 소마와 달리기 연습은 하지 않고 요리에만 전념하는 형이 못마땅한 동생 하루마, 무뚝뚝해 보이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두 사람의 응어리가 요리와 함께 서서히 풀어지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너를 위해서 달린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달렸다는 소마의 말이 하루마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한 상투적인 위로가 아니라서 평소와 다른 그 온도차가 무척 가슴을 뛰게 했다.

 

"나는 너를 위해 달리거나 하진 않아."

 

느린 호흡으로 읽어 책 표지를 볼 일이 많았는데 달리기를 좋아하는 마음(잘 먹어야 잘 달리니까 요리는 달리기의 전제!)을 잘 표현한 제목과 책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는 표지가 예뻐서 만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림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이어서 읽어볼까 검색하기도. ‘달리기’와 ‘일본 가정식(집 밥)’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면, 가슴 뛰는 마라톤과 배려가 넘치는 가정식의 콜라보 『달리기의 맛』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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