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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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조이스 캐롤 오츠. (트위터 선기록)

 

  좀비 노예를 만들기 위해 납치 후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하는 게이 연쇄살인범 시점에서 쓴 일기형식의 소설. 보편적 윤리 대신 그곳에는 일그러진 가치관과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담담하게 일인칭으로 묘사하는 미국의 중산층 가정의 모습은 연쇄살인범의 살인에 비해 대수롭지 않은 듯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가오는데, 그게 더 섬뜩한 부분이다. 전두엽 절제술이니, 좀비 노예를 만들겠다느니, 그런 발상 자체 보다도 그런 비일상에 녹아든 일상의 모습에 사람들이 위화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게 작가가 노린 게 아닌가 싶다. 앞서 일인칭이라 했지만 관찰자적인 느낌도 드는 것이 그는 자신의 살인과 관련되지 않는 나머지 일들은 감정을 배제한채 아주 관조적으로, 중성적인 의미와 느낌으로 바라봐서인지도 모른다.

 삽화도 좋았다. 전체적인 글과 잘 어울렸고 정말 일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도 종종 일기에 글과 그림을 함께 쓴다.) 그보다 여백이 많은 건 의도적인 건가. 전체적으로 아주 널널한 책이라 가독성을 떠나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독서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감안해도)

  인상깊은 장면은 주인공이 어릴 때 보디빌더 책과 남자 인형을 아버지가 찾아내 혼내고 같이 불태웠던 일이다. 주인공의 그 일에 대한 감상을 전혀 적지 않는다. 그저 사실만을 기록할뿐이다.

 살인이라는 더 큰 악에 가려져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또 작은 악을 못 보게 만든다. 주인공의 동성애도 본 작품에서는 악으로 치부되는데 그게 바로 편견이고 고정관념이겠지. 그러고 보니 좀비 노예는 왜 만들려고 한 걸까.

 티비의 방송내용이나 방사능을 이용한 권위자 교수(주인공 아버지가 존경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을 뽐내던 사람이었던)의 실험 같은 내용도 나왔었는데 그게 시사하는 것도 역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하여튼 그저 스릴러 보려고 이거 집어 든 사람은 적잖은 실망 할 것 같다.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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