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하고 싶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예컨대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가급적 손을 비우고 단순한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 집세나 기타 유지비가 많이 들지 않는 주거 공간에서 자유롭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 큰 집을 지어 환경에 부담 주는일을 하고 싶지 않은사람, 새로운 생활의 계기를 갖고 싶은 사람, 큰 집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에 돈과 시간을 쓰고 싶은 사람,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할 공간을 갖고 싶은 사람, 그냥 작고 소박한 생활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등에게 작은 집에 사느느 이들의 이야기는 그 다양함만큼이나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높다.

 동기는 제각기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작은 집에 살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치 않은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이 행복에 가깝고 무엇이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인생을 꾸려나가고가 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p14

 

 

 

 '집이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이 셰퍼의 스몰하우스

 

 "완벽한 디자인이라는 건 그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뭔가가 없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법입니다."

 

 

 

 생활을 간편하게 꾸려가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이 자신의 행복과 연결되는가를 깊이 따져보고 그 이외의 불필요한 것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적당히 기울어진 지붕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차양을 좋아했어요. 그것이 바로 내 행복을 이어가게 해주는 것이었죠. p44

 

 

 

"공허한 욕망들을 내려놓는다", 그레고리 존슨의 스몰하우스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입니다."

 

오프그리드 (off-grid, 일반적으로 전력과 수도시설의 수급망이 닿지 않는 지역을 일컫는 용어) p52

 

그는 '자신이 무엇을 우선시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특히 자기와 소유물과의 관계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배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 자신이 그 어떤 물건보다도 우위의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p55

 

지금 내가 사려고 하거나 갖고 있는 물건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그저 스트레스 해소만을 위해 사들이거나 타성에 젖어 소비하는 습관은 아닐까?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의 나는, 내가 바라는 새로운 삶의 모습에 어울리는 나인가? (..)

사실 '소유'야말로 스몰하우스 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큰 집은 이른바 소유의 아성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걸 소유해야만 하는 시대라면, 가능한 한 크고 튼튼한 집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이렇게도 풀이될 수 있다. 예컨대 작은 집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건 우리 생활과 관련된 설비를하나부터 열까지 개개인 모두가 소유해야만 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집은 작아도 된다'는 사고 방식에는 '집에 쌓아둘 물건은 적어도 된다'는 소유욕 감퇴 현상이 깔려 있을 것이다. p56

 

'잘 팔리는 것이 정의'인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큰 의미도 없는 건강기구나 화장품을 어떻게 꾸며놓아야 대량으로 팔 수 있을지 궁리하는 기업들의 의지만이 뜨거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을 사지 않을 줄 아는 센스, 물건을 구입하기보단 버리는 기술, 정보 수집 능력이 아닌 정보 차단 능력이다. p57

 

 소유한 물건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물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그것으르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건이 인간의 행동양식을 지배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p58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입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건 우주만큼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이 책임을 갖고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다. 평수가 얼마나 됐든 내 집, 나만의 우주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그곳에 광활한 세계가 펼쳐지는 곳, 그런 곳이라면 집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p63

 

 

 무소유의 생활을 동경한 사람일지라도 스몰하우스로 이사함과 동시에 기존의 소유물을 모조리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존슨은 그러한 'all or nothing' 방식에 의문을 가졌고,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트렁크룸(trunk room, 모피 코트 같은 고급 잡화를 보관하는 창고)등을 사용해 생활공간과 수납공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간단하다. 물건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해놓고,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내다가 그것이 정말로 불필요하다는것을 깨달았을 때 처분하면  된다. 억지로 포기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물건과 거리를 두면서 자기내면의 변화를 관찰해보는것이다. 이는 실제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물건을 들여놓지도 않음으로써 '집이라는 건 작아도 되는 거구나'하고 실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p63~64

 

 

  이와 관련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용어는 '보보스bobos'라 불리는 신 엘리트 계층이다. 보보스는 부르주아이면서 보헤미안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적 성공(사회적 신분이나 수입)에 만족하지 않고 색다른 취미나 독특한 생활 형태르르 즐기는 부류라 할 수 있다. p72

 

 

 그녀는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건의 수를 정확하게 헤아려 그 수를 '300'에 맞추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문구류, 옷, 책, 신발, 그릇 등 모두 합쳐 300개까지 제한을 둔다. 하지만 이는 친구들과 노는 마음으로 즐기는 일종의 게임 같은 것이지 강박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다. 그녀는 게임의 룰에 따라 티셔츠도 한 장 사면 한 장은 처분한다고 한다. 그녀에겐 물건의 수를 줄이는 일이 자유를 향한 길이었다. p99

 

 개인정신주의는 개인의 마음속이 평온하고 자유로운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너무 적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않게 균형이 잡힌 부라는 것은, 그 상태를 위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개인의 내적 균형이 지구 전체의 균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스몰하우스는 지금까지 문제로 생각됐던, 전체와 개인이라는 딜레마 구조를 뒤엎는다. p103

 

 

 비행선의 곤돌라 안이나 지붕이 딸린 배, 호숫가 오두막 같은 공간에서 자기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만을 가지고 들어가 자신의 우주를 만들어 살고 싶다고 (적어도 어린 시절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가. (...)

 그런데 현실 사회는 어떤가. 물건과 정보의 유통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장악되어 우리의 삶조차 조종되고 바꿔치기 되며 그런 것들 없이는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다시 말해'경제속에서의 자유'에 의해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지배당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그러한 지배에 피동적으로 참가하지 않으면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쳇바퀴 경제'의 실상이다.

 시간이 없다거나 돈이 없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쳇바퀴 경제의 진짜 죄목은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교묘하게 지배하여 돈벌이나 소비에 관한 절대적인 예찬의 윤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시기심에 불타 소비 행동으로 치닫거나,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톱니바퀴가 되거나, 그렇게 하여 손에 넣은 큰 차를 타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이런 것이 이 사회의 진짜 문제가 아닐까. p150~151

 

 '사람 마음'이라는 것의 중심에 있는 건 '혼자만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정보와 지나친 소통으로 어지러운 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 많이 희생되고 있는 것도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p152

 

  다이애나는 '생활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내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지워나가고 필요한 것만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이성이 이루어내는 업이지요. 또 하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생활을 채우고 그 외의 것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이루어내는 업입니다." p166

 

 그렇다면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저절로 단순해지는 법'에 맡기고 대화를 중심으로 생활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면 될 터인데, 어째서 그무 번에 걸쳐서까지 '재출발'을 계속 시도해야만 했던 걸까. (..)

  "정말로 배제하고 싶었던 것은 '의도' 그 자체였던 겁니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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