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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님이 보고계셔 4 - 억수씨 만화 ㅣ 연옥님이 보고계셔 4
억수씨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언제나 우울하고 괴롭다. 왜, 우울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현실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하지 않는가. 불안하고 앞이 보이지 않고 시국은 엉망진창이고 앞으로 살날은 많은데 어떻게 살면 좋을지 모르겠고. 그 모든 불안과 잘못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안고서 살아가야하니, 머리 속은 엉만진창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정수의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어졌고 무엇을 해도 소용 없어 보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고 자신의 아버지는 실패자, 나도 또한 실패자가 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온 힘을 다해 산 결과가 이딴 거라면, 도리를 갖추고 신념을 맞춰 살아온 결과가 아버지라면. 하나뿐인 내 아버지라면. 할 필요가 없는 거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수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어도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끼리 앉아 먹었던 꽁치처럼 그런 사소한 행복이 정수를 일깨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동생도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상상으로 가족들을, 아버지를 비참하게 매장시켜 실패자로 만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무엇하나 끝나지 않았는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단정짓고 자신을 포기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 때 들려온 한 마디, "넌 괜찮아."
괴롭고 힘들어 죽을 것 같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는지 모른다. 그것은 단순히 그 힘든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도, 그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건네는 가벼운 그런 것이 아니다. 내 모든 상황과 마음이 상대방에게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여져 이해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 한마디가 바로 '괜찮다'는 말이다.
"꿈이 없는 사람들 꿈을 좇지 않는 사람들을 패배자 취급한단 말이야. 꿈이 없으면 뭔가 결여된 것처럼. 어딘가 한 꼭지 모자란 불행한 사람인 것처럼. "
언제부턴가 나도 그것을 느꼈다. 학생 때까지는 괜찮았다. 꿈이 없어도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합리화하고 타인에게도 정당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여전히 꿈(목표)을 갖지 못한 채 방황하며 갈팡질팡하는 내 모습은 어느덧 타인의 눈에도, 자신의 눈에도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왜 꿈을 꼭 가져야 하는가. 목표 없는 삶은 의미가 없고 다 형편 없으며 실패한 것이 되는 건가.
목표가 있고 꿈이 있으면 삶에 추진력이 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마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너도나도 꿈을 좇으니까 나도 좇아야되고 그것을 좇지 않으면 한심해져 자존감이 낮아지는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넌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 말을 들으면 늘 대답하고 싶었다. 아무 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나는 그냥 나 인채로 있고 싶다고.
그리고 나는 듣고 싶었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 지금 넌 이 상태로도 충분히 괜찮아.
작가가 다소 직접적인 방식으로 말을 한 부분이 없잖아 느껴진다. (더불어 다소 감정적으로 격정적인 부분도 살짝 거부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향해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많은 거부감 없이 읽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의 공감대와 지금 이 상태로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 덕이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