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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는 외박중 10 - 완결
원수연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원수연 작가 작품은 <Let 다이> 이후로 처음 보는데, 작품도 다르거니와 읽는 나도 달라졌다.
유려한 그림체와 흡인력 있는 감정 묘사라고 하는데, 그 감정 묘사와 주인공들의 감정에 빠지기도 전에 모종의 거부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만화인만큼 그 리얼리티함에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어쩐지 작위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요즘에 나오는 소위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독백과 대사들에 빠져들려고 하면 휘몰아치는 감정선이 부담스러워 나는 또 다시 툭 떨어져나오게 되고 그렇다고 인물들의 복잡한 심경에 휘말려 읽으려고 하니 과장된 표정이나 감정 표현이 부담스러워 살짝 거리감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은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공감가게 되는 독백들과 대사들 때문이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되돌아 가는 것을 후퇴라고 생각하지만.. 되돌아가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다양한 점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만일 당신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용기 있게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그 결과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고 우리는 인생에 필요한 더 많은 것을을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잘못 든 길이었음을 알면서도 계속 간다면 인생의 종착역도 더 이상 당신이 희망했던 곳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고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사는 사람은 인생이 고마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것이 결혼이든 사업이든 학업이든 진로든 관계든.. 자신의 마음속에 고마움이 많은 사람들은 결코 외롭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말이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 이 독백은 위치도 그렇고 매리의 떠남과 선택을 정당화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당화라는 말 이전에 이것이 세 사람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매리가 어중간하게 무결과 함께 한다면 그 종착역에 기다리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무결 역시 원하는 미래가 아니었을테니까.
불안하고 확신이 안 서 갈팡질팡하고 고민이 된다면 계속 그 길을 걷기 보다는 되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그것이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것이니까. 그것이 결혼이든 사업이든 학업이든 진로든 관계든.
딱히 결혼을 앞둔 적령기의 사람만 봐야될 책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물론 독자층을 조금 높게 잡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결혼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부녀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생각 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