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똑같네 1 결혼해도 똑같네 1
네온비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푸핫. 네온비 작가님의 <결혼해도 똑같네>는 진짜 '결혼해도 똑같다'. 그거야 아무래도 만화가와 어시스턴트가 결혼해서 결혼 전이나 후나 똑같이 만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처음에 결혼 장려 만화니, 이래서 거부감이 있었다. 나의 경우 일단은 독신주의자이기도 하고(웬만하면 결혼은 안 하고 싶달까.) 저출산국가라서 이래저래 듣는 것들도 다 출산 장려에 관련된 것 뿐이라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 장려 만화라기보다는 역시나 개그 소재의 결혼 일상물 정도랄까. 그러니까 경계하지 않고 웃으면서 재밌게 봐도 된다. 어차피 내가 결혼해야하는 것도 아니잖아?!

여튼, 웃긴 에피소드들 많다. 그런데 이 웃긴걸로 끝나지 않고 공감이 가니 더 기억에 남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노의 김만세 내과의 경우, 꼭 의사들 중에 아파서 온 환자 진료 할 때 눈 한 번 제대로 안 맞추고 컴퓨터 보고 약만 처방하는 의사들 있다. 그것도 증상도 제대로 안 듣고 뭐네요, 라고 진단내려버리고. 도대체 그게 의사인가. 또 그거 먹고 잘 나으면 말도 안 하겠지만 지독하게 약까지 안 들으면 그 의사 저주하고 싶어진다. 아아. 정말이지 보면서 공감했어요.

로또 개그. 아. 정말이지 이거 보고 네온비 작가님이 절절하게 실망을 넘어서 절망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로또에 당첨 된 줄 알았더니 남편의 장난. 원래부터 있지도 않은 돈이었건만 전 재산을 사기당한 기분. 아아. 이런 장난은 해서는 안 된다. 정말이지, 상심이 크다.

모 밴드 공연과 관련된 에피소드. 좋아하는 걸 보고 나면 언제나 느끼는 혼자만의 감동과 잠깐 동안의 허전함. 아아. 진짜 이건 혼자서 재미있는 영화 한 편만 보고 나올 때도 느낄 수 있는 감상이다. 친구하고 가고 싶지만 취향이 안 맞다거나 그럴 경우 역시 혼자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는데, 진짜 모든 것을 행한 후에는 혼자만의 감동, 혼자만의 허전함, 혼자만의 무언가가 잔뜩 느껴지는 것이다.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해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내 취향에 완전히 맞는 사람과 완전히 친해져서 같이 하는 것도 어렵다.(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취향에 맞는 사람을 만나도 '적당히' 친해지는 건 가능하지만 어쩐지 넘사벽이 있어서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것이 있다. 특히 나 같은 타입은 더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친한 친구들과 취향이 조금이라도 더 겹치면 참 좋을텐데 어째서인지 좀처럼 그렇지도 않다. 그럴 때 이런 느낌이 들지. 아아. 정말이지 보다가 외로움이 스쳐지나갔다.

아, 그리고 네온비님이랑 캐러멜님이랑 라디오 출연한 편! 코드가 있어서 핸드폰에 직접 찍어 라디오 방송을 들었는데, 우와! 캐러멜님 목소리 진짜 좋고 여유가 넘치셔! 네온비님은 약간 여성스럽고 막 톤도 높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엄청 차분하시고 목소리도 좋으셔서 듣다가 깜짝놀라고. 게다가 의외로 말씀도 곧 잘하셔서 또 놀라고. 조금 긴장하신 것 같았지만. 처음에는 만화랑 똑같아서 드라마 씨디 듣는 기분이어서 재밌었고. :)

멍멍이의 시선이라고 해서, 강아지의 시선으로 네온비님 자신의 얼굴을 본 것을 옷장을 보며 따라하시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진짜 내가 신랑이어도 네온비님과 같은 분이랑 살면 참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개그만화를 그리시는 분은 의외로 재밌는 분들이 많을지도. 그래서 그런지 요즘 친한 언니가 개그만화 그리는 모 작가분과 연애하고 싶다며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라. 자기는 재밌는 사람이 좋다면서. (거기다가 물론 나는 찬물을 끼얹는다. 만화라서 재밌는거 아냐? 실제로 만나면 재미없을지도 몰라, 라고. 또 그러면 언니는 반박하지만.)

여하튼 이 외에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다. 진짜 리뷰 쓰려고 재밌는 에피소드마다 포스트잇을 다닥다닥 붙여놓았는데, 아직 여기에 반도 채 소개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냥 한 권 사 보시길. 난다님 축전(축전만화 진짜 너무 재밌다. 완전 캐공감하면서 봤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면 안되겠찌.)도 있고, 중간중간에 에피소드와 관련된 실제 사진도 있고, 캐러멜님이 그린 결혼해도 똑같네 편도 있고, 캐릭터 비화도 있고, 마지막편은 재미를 넘어선 감동도 있어서 그만 찡해져버렸다. 이 책 진짜 구성 괜찮다고?! (어쩐지 판촉이 되어버렸지만 진짜 엄청나게 재밌게 읽었다. 다음 만화도 챙겨보게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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