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화 구두 2
박윤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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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수영아. 어떻게 그 사람 몇 마디에 이렇게 날아갈 것 같지?"

내 친구도 요즘 전화만 오면 이런다. 그 사람 몇마디에 어느 날은 울고 어느 날은 웃는다. 정작 말한 사람은 아무런 의도도 없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말 몇마디에 좋아지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게 좋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도 좋아져서 행복하다. 그런데 그 사람 몇 마디에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걸 보면 마음이 적적해지면서 괜시리 화도 난다. 어제는 지상 낙원에라도 도달한 것처럼 좋아하더니, 오늘은 지옥의 맨 밑바닥에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실소. 지후도 오대리와 지내면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 물론 두 사람은 사귀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대학교 첫사랑(무려 4년이나 좋아했다.)이었던 최연호가 간신히 마음을 접은 지후 앞에 나타나 잘 해보고 싶다며, 미안하다며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오대리는 이렇게 말한다.

"지후씨, 잘 들어요. 나, 지후씨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거든요. 너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사귀자고 한 거예요. 지후씨가 나 좋다니까, 한번 사귀어봐야지 해서 사귄 거라고요. 지후씨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중략)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후씨가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난 지후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지후씨한테 그 놈을 잊으라 할 만큼 지후씨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지후씨한테 화낼 자격이 없는데 우리는 사귀기로 한 사이니까."

읽으면서 잘도 이런 말은 지후 앞에서 하는구나, 오대리!, 라며 밉상이라고 중얼 거리던 나. 오대리는 자기가 지후를 진짜 좋아하지 않으니까 화 낼 자격도 없는 것 같다고 하지만, 이게 화 안 내는거야? 완전 심술있는 대로 다 부리고 있는데, 어디서 아닌 척을 하는지. 어린애 같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오대리의 솔직함(+당당함)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달까. 뭐, 사실 아무리봐도 솔직함이라기보단 차분하게 부리는 심술에 가까운 것 같지만.

웹툰에도 실렸는지 모르겠지만, 본 편에 실린 외전도 정말 재밌었다. 지후와 연호 이야기. 그런데 왜 지후는 하나같이 이렇게 자기를 안 봐주는 사람만 좋아하는 걸까. 게다가 좀 어린아이 같은 고집도 있고 나쁜 남자 기질도 있는 남자 말이다. 그래도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가보다. 그러니까 지후야 행복해져라! 정말 정말 행복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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