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펭귄클래식 123
프로스페르 메리메 지음, 송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카르멘>에는 <카르멘>과 뿐만이 아니라 <콜롱바>가 실려 있다.  

 

 내가 상상하던 <카르멘>과 달리 책 속의 카르멘은 팜므 파탈이었지만, 그 느낌은 내가 이전에 카르멘에 대해 품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아마도 카르멘에게 푹 빠지다 못해 그녀와 자신의 사랑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녀를 죽일 만큼 열렬했던 돈 호세의 시선에서 그녀를 바라보았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돈 호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카르멘은 무척이나 자유롭고 또 내게 있어서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이었지만 돈 호세의 편향된 시선임을 감안한다면 과연 그녀가 사랑에 의해 죽임을 당할 정도로 매력적인가에 의문이 생긴다. 아니, 그녀는 정말 사랑 때문에 죽임을 당했을까?

 카르멘이 죽임을 당한 건 비단 사랑 때문이 아니다. 간결하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메르메의 문체 너머로 보이는 것은 사회가 강요한 여성상에 거부하며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려는, 자유를 추구하는 카르멘의 모습이 보인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어떤 시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표현 된 것이 아닐까.

 

 <콜롱바>는 '방데타'라는 친족에 의한 복수라는 코르시카라는 한 고장의 특수한 관습이 큰 주제가 된다. 이야기는 네빌 양과 그의 아버지가 우연히 오르소라는 중위가 함께 코르시카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카르멘>이 여주인공의 이름이었던 만큼 이번 이야기의 <콜롱바>역시 여자주인공의 이름이 아닐까 추측 할 수 있는데, 이는 맞다. 그러나 오르소의 여동생인 콜롱바는 오르소가 코르시카에 도착하고 나서야 등장한다. 그럼 이 콜롱바란 여인은 어떤 여인일까?

 처음엔 마치 오르소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 하기 위해 코르시카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복수를 꿈꾸는 사람은 그의 여동생 콜롱바다. 그녀는 오르소가 방데타를 단념한 것을 깨닫고 그가 복수에 불타오르도록 말의 귀를 자르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복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콜롱바 내면에 감춰진, 인간 내면에 감춰진 모습 또한 발견 할 수 있어 전율까지 느낄 정도다. 그런데 왜 여성은 이러한 불같은 깊은 복수심을 품어서는 안 되는가? 못 품을 것이 없지 않은가. 문득 읽다가 자신 역시 콜롱바에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성상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나 네빌 양 같은 여성스럽다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콜롱바와 함께 등장하니, 더 그럴 수 밖에.

 여하튼 콜롱바의 작전대로 오르소는 복수를 하게 되고 그는 네빌 양과 결혼식까지 올린 뒤 잘 된다. 그러나 네빌 양의 아버지가 코르시카에서는 살고 싶지 않음을 표명하고 그들이 코르시카를 나와 살게 된 결말을 볼 때 메리메 역시 코르시카의 방데타라는 관습제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렇게 작가 메리메는 사랑이라는 주제의 <카르멘>과 복수라는 주제의 <콜롱바>를 통해 사회의 관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당당하고 매력적인 두 여성을 통해서 여성들에게 주어진 관념적인 것에 대해서 저항하는 것이다.

 이국적이고 생소한 이야기에 낯설다가도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는 같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놀라움. <카르멘>과 <콜롱바> 두 여인을 만나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상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는 건 어떨까. 아니, 사실 <카르멘>과 <콜롱바>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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