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 코바야시 야스미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
코바야시 야스미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2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미스터리가 모였다!, 라는 띠지의 문구는 역시 좀 과장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꽤 미스터리 단편집을 보았는데, 코바야시 야스미의 단편집은 그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기발하며 신선했다.

허를 찌르는 전개나 독특한 서술 방식 그리고 개성 있는 인물이 가장 눈에 띄었다.

단점이 있다면 '가벼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즐겁고 유쾌하며 경쾌한 문장'이라고도 표현 할 수 있다.

깊이가 없는 면은 가독성 있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성있는 인물들은 작품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부여해 책 한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일부 겹치는 듯한 성향을 발견 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해서 이를 보는 재미도 있다.)

표제작인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사채업자를 만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중 사체업자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토쿠 영감이라는 노인이 문제를 해결해서 재밌었다.

'얼음 다리'는 누가 범인인지, 살해수법은 무엇인지 다 밝힌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 사건을 해결하는 변호사가 참 인상깊었는데, 이 변호사는 이후 다른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물의 메시지'는 신도 레츠라는 살인 경험이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의해서 간단하게 밝혀진다. 탐정이란 역시 섬세한 관찰력을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된다.

'플라이스토세의 살인'은 정말 '황당'하고 '엉뚱'하다. 이 이야기의 경우 범인은 독자가 짐작하기 어렵다. 게다가 뻔한 살인 수법인데, 읽다가 '앗'하고 놀라게 되는 자신도 발견 할 수 있다.

'정직한 사람의 역설'은 ?? 미스터리라 되어 있는데, 이 미스터리 소설 참 신선했다. 독자에게 조건을 내 걸고 맞추라고 하질 않나,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이 소설 속 인물임을 알지 않나, 게다가 이 황당한 캐릭터들과 상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무엇보다 장황한 말장난! 논리라 부르는 그 말장난 속에서 독자들은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시체 대변자'는 SF미스터리라 하는데, 섬뜩하면서도 블랙유머가 빛나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 읽으면서 영국 드라마 토치우드의 죽은 사람을 되살려서 살인범을 밝히거나 질문을 하는 내용이 떠올랐다. 물론 둘 다 죽은 사람의 기억을 재생한다는 점에서만 같지만 말이다.

'길바닥에 떨어진 빵조각에 대한 연구'는 일상 미스터리로,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유일하게 사건의 전모를 마지막에 가지 않아도 쉽게 파악 할 수 있는 단편 소설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구성이 밀실에서 시작해 점점 절정으로 올랐다가 일상 미스터리로 마무리 짓는 점이 마치 하나의 드라마 같다.

이 단편 집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단연 독특함과 가독성, 유쾌함을 꼽을 것이다.

별 5개 만점에 솔직히 말하면 별 5개는 주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별 3개를 주기에는 신선하고 독특하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밀실 살인>의 속편이라 하는데, 이 책 읽고 나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밀실 살인>역시 보고 싶어졌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특이한 미스터리 단편집을 찾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