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디자인 여행 6
정희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방문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 그렇게 디자인 책을 3권 정도 집어 들었는데, 결국 빌린 책은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 이 책이었다. 알라딘에 DB되어 있는 책 표지 중 노란 바탕에 도트 모양은 (아마도) 띠지로, 띠지를 벗긴 표지는 파란색과 흰색, 검정색, 그리고 주황색이 두께를 달리하며 장식하고 있다. 깊은 파란 색의 깔끔한 표지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어서 책의 컨텐츠는 '나오시마'라는 처음 들어보는 일본의 한 섬에 빠지게 만들었다.

 

 

프롤로그, 창조마을 나오시마를 만나며, 라는 짧은 서문을 지나면 나오시마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호박 무늬의 건축 예술물이 인상적인 섬, 나오시마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기 편하다는 것이다. 마치 나오시마라는 섬의 분위기를 책을 읽는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책에서의 빈 공간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많은 글을 담지 않았다. 필요한 것만 담아 사진과 글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나오시마 섬을 감상하도록 만든 책이었다. 글은 나오시마 섬의 안내문이자 건축 예술물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뒤이어 사진들이 나오는데, 마치 박물관에서 큐레이터가 설명해주는 것과 같이 친절하고 어렵지 않아서 잘 읽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술작품들을 몇점 뽑아 이름과 간략한 소개를 하고 있다. 에세이류를 지독하게도 읽지 못하는 나로썬 이렇게 책 한권을 재미있게 끝까지 읽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책의 편집 방식도, 글쓴이의 말투도 아니다. 나오시마라는 섬이 가진 매력에 책에서, 글에서, 사진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섬 전체가 예술, 그 자체다. 이건 혹시 지상낙원이 아닐까?


01 디자인과 예술의 섬, 나오시마,
생략과 채움의 베네세하우스
- 제2, 제3의 나오시마를 꿈꾸는 후쿠다케 소이치로
- 나오시마의 확산, 세토우치국제예술제
겸손과 순응의 지추미술관
- 동과 정의 세계를 나오시마에 구현한 안도 다다오
사색과 소통의 이우환미술관
-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한 이우환

02 바다의 역, 미야노우라 항구
배려가 깃든 마린스테이션
- 나오시마의 관문을 만든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
공중목욕탕에서 예술 만나기
- 폐기물을 작품화한 오타케 신로
나오시마의 랜드마크 빨간 호박
- 호박과 항구를 조합한 구사마 야요이

03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예술마을
작은 목소리의 손짓
친절과 배려가 만든 굴절
추억을 선물하는 지역 상품
폐가의 재생, 집 프로젝트
나오시마 주민 여러분

에필로그
친환경 생태마을을 꿈꾸며

 

 

 차례의 제목들이 굉장히 함축적이여서, 사실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예술작품들로 가득한 호텔과 미술관이 어우러진 베네세하우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땅속 미술관 지추 미술관,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이우환미술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 등 일본 섬이라고 일본 예술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예술가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베네세 하우스에는 띠지에서도 볼 수 있는 노랑 바탕의 도트가 찍힌, 일명 노란 호박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나오시마의 명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나 역시 앞으로 나오시마하면 구사마 야요이가 처음 만든 이 노란 호박이 먼저는 아니더라도 제법 빠르게 떠오르지 않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나오시마의 전경이랄까, 풍경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른다. 형태는 자세하지 않지만 나오시마 특유의 느낌과 이미지가 먼저 형성된달까.)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땅속 미술관인 지추 미술관!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라는 예술가의 '시간/영원/시간 없음(Time/Timeless/No Time)'이라는 작품을 보고 싶다. 빛에 따라 반짝임과 비치는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는 이 건축물은 빛을 이용해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건축 예술물이 아닐까라고 생각되어서였다. 무엇보다도 추게에 비치는 관람자의 모습까지 작품이 된다는 것 자체가 예술품은 멀찍히 떨어져서 나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과 내가 하나가 되어 그 순간 자체가 작품이 되어 내 안에 남겨진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참여예술인 것이다. 전시실 벽면에 위치한 스물일곱 개의 황금빛 나무 오브제, 빛의 계단, 거대한 구체, 그리고 구체에 비친 나의 모습. 이 순간이 작품이고 예술이 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무척이나 떨린다.

 

 하지만 이런 모든 예술이 가능한 것은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를 구상한 베네세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의 노력이 크다. 폐기물로 오염된 섬을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 시키는데에는 자금과 같은 단순한 노력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이 진정한 의미로 사회에 환원한 예가 아닐까. 예술의 섬으로 전환되면서 전통과 현대건축의 조화를 이루고(보통 전통은 다들 기피하기 마련이다) 주민들의 예술 의식은 향상되었으며 섬 자체가 관광지가 되어 주민들의 경제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대기업이 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의 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밌었다. 1장에서는 생활 속에 녹아있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술관의 느낌에 가까웠다면 뒤로 갈수록 나오시마 섬 자체가 미술관이고 주민들의 생활 자체에 예술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오시마의 디자인 예술은 단순히 예술로 존재하지 않고 효용성과 기능성을 간직한 채 주민들의 일상 속에 녹아 있었다. 괜히 예술의 섬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 정도는 사진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간판과 같은 생활 곳곳의 예술은 정말 놀라웠고 들뜨게 만들었다.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라고 책을 보며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돈을 모아 가게를 차려볼까. (웃음)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건축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써는 사진만봐도 가보고 싶다, 실제로 한 번 보고 싶다, 이 주변을 걸어보고 싶다, 라고 계속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진기도 없이 그냥 눈으로 마음으로 마음껏 보고 오고 싶은 기분이 드는 곳이 나오시마 섬이였다. 특히 집 프로젝트는 인상적이어서, 지추 미술관과 함께 이 집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들은 꼭 방문해보고 싶다. 특히 '미나미데라(제임스 터렐 작)'와 '고오진자(히로시 스키모토, 기무라 마사루, 시타라 도시오 작)'는 지추 미술관의 '시간/영원/시간 없음'의 작품처럼 빛이 인상적인 건축 예술물로 꼭 가서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실제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상상으로 메워지지 않은 그 부분들을 메우고 싶다.

 

 글쓴이의 예리한 눈길로 잡아낸 나오시마의 공공시설물은 건축에 대한 가치관의 확립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시설물은 보기에도 물론 아름다워야하지만 무엇보다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물론 용이함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오시마의 시설물들은 주민들을 위해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휘어진 전봇대와 안전거울은 보행자를 위한 안전과 배려가 느껴지고 일정하게 돌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축대의 배수구도 자세히보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있어 물길을 분산시키고 있다. 실로 엄청난 시설물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건축물이라니!

 

 마지막은 에필로그로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가 주민들에게 여러방면으로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분명 앞으로도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계속 가꿔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부디 내가 방문 했을때에도 나오시마가 고즈넉하고 느긋하며 여유로움이 가득찬 전통이 깃든 예술의 섬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평점 : 4.8

 느낌 : 이 책은 사보고 싶다. 선물도 하고 싶다. 나오시마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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