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는 듯한 심문.

R.P.G. ㅣ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공사 현장에서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인터넷에서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가족놀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경찰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유족인 딸을 매직미러 너머로 지켜보게 한 뒤, 인터넷에서 가족놀이를 했던 사람들을 차례로 불러와 심문한다.

 이야기는 심문하는 과정이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고, 심문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화가 많다. (거의 대화다.) 그리고 이 심문을 통해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 밝히는데, 과연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답게 사회문제도 짚어낸다. 처음엔 소통의 부재거나 세대차 정도로 생각했으나-물론 그러한 원인도 있다- 뒤이어 밝혀진 피해자의 성격에 기인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책 뒷면에서 예고한 바 있는 '경찰이 세운 전대미문의 계획'이 밝혀지면서 또 한 방 먹은 기분이 되었다. 연타맞아서 마지막엔 얼이 빠졌다.

 이야기 자체는 심한 굴곡 없이 차분하게 흘러간다. 미동없는 수면 아래 격분이 숨겨진 듯한 분위기가 계속 된다는 느낌이었다. 문체 탓인지 모르겠지만,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특유의 느낌이라고도 느꼈다. 어쨌거나 그렇게 심문실과 매직미러 뒤의 방에서 오가는 대화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무척이나 술술 읽혀서 한 번에 다 읽어버렸다.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소설인 <모방범>의 다케가미와 <크로스파이어>의 치카코 두 형사가 나오는데, 두 소설 모두 읽어보지 않아 인물상에 대한 어떠한 이미지도 없었다. 그리고 그 둘에 대한 이미지는 읽고 난 후에도 그다지 선명하지 않은데,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심문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고 그걸 위해 두 형사 모두 어떻게든 열심히 했다는 정도다.

  너무 대화로 이루어져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아쉽다는 느낌도 감출 수 없다. 미야베 미유키 작품 중에서 추천하라면 이 작품이 제일 먼저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분명 재밌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눈 앞에서 펼쳐졌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으로 언젠가 이 작품을 연극으로 한 번 보고 싶다. 꽤 재밌지 않을까. 무대 위에 매직미러를 두고 열렬히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 책 읽을 때와는 또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