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로스트 Moon Lost 2 문로스트 2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는 1권에서 이어진다.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를 달 대신 지구의 위성으로 삼기 위해 착수하는 과정 중에 에우로파에 살고 있는 미지의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류를 위해 에우로파를 지구의 위성으로 삼는 계획은 계속된다. 목성의 제 1위성인 이우의 파괴로 생긴 중력장을 이용해 목성과 에우로파의 인력을 끊어내겠다는 계획은 불안불안하지만 결국 성공하게 된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건 달 파괴로도 모자라 에우로파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위성인 이우마저 인류의 손을 파괴해나가는 모습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불사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어쨌든 에우로파를 목성의 궤도에서 끊어낸 인류에게는 아직 몇 가지의 시련이 더 남았다. 그것은 에우로파가 지구권에 도달하기까지 목성과 화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한 차례의 궤도 수정과  화성 부근에서도 한 차례의 궤도 수정이다. 즉 에우로파를 목성으로부터 떼어낸다 하여 그 위성이 지구 궤도로 자연히 안착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 해 에우로파 계획 실시 전부터 유럽과 마찰을 빚고 있었으며, 이는 남은 두 차례의 궤도 수정 과정 중에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인류의 존속과 생사가 달린 문제에서까지 정치가 끼어들어 분쟁이 되다니, 인간이란 어디까지 떨어져야 참모습에 가까워 질 수 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미국에서 파견한 스파이들은 인류의 안전은 뒷전이고 일단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에우로파를 파괴하려 한다. 하지만 에우로파가 파괴되면 15년 전 달이 파괴되었을 때 원인이 되었던 소행성과 같은 규모의 파편들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재앙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헛소리라며 믿지 않고 가까스로 에우로파 폭파를 저지하지만 스탈리온 선장이 총을 맞아 부상을 입게 되고, 선체는 파괴되어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스탈리온 선장은 미국사람으로, 주디트는 그를 스파이로 의심했었다. 스탈리온은 죽기 전에 미국이 벌인 계획에 긍지를 잃었고 그래서 유럽우주기관(ESA) 작전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딸을 부탁한다고 말한다.

 일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주디트는 포기하지 않고 에우로파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리고 마지막 궤도 수정에 있어서 소행성 파괴 작전부터 에우로파 작전까지, 그 모든 작전의 핵심 수뇌였던 프로스트 박사는 에우로파 궤도를 수정하며 장렬히 사망한다. 우주 바깥쪽에는 더 고차원의 우주가 존재해 자신이 죽으면 그 고차원의 주민들과 만날 거라고 말하는 프로스트 박사의 말은 그의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며 그는 영원히 이 우주에 살아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윤회설과는 좀 다르다. 이 우주에서 죽어도 다른 우주에서 또 살아간다는, 죽든 살든 우리 모두는 우주의 권속 하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 했다.

 미국의 계획은 저지되고 안전히 지구 궤도에 에우로파는 올라서게 되고 에우로파에 있던 생명체들도 무사히 살아남는다. 이렇게 달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졌던 지구는 다시 한 번 인류의 손으로 태어난다. 인류를 위한다는 목적 하에 파괴만 일삼았던 과거를 뒤로하고 맞는 이 결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인류 성공 신화로 이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인류는 파괴를 일삼지만 결국 그 파괴로 또 새로운 미래를 맞이한다는 식의 결론은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다. 물론 인류의 뛰어난 과학 기술을 언제나 놀랍다. 또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이 곱고 지구와 우주의 안녕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결말이 시사하는 바는 이게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기적이면서도 우주의 안녕을 바라는 모순된 두 마음이 공종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타협을 할 수 밖에 없고, 결말 또한 인류는 비록 과거에 죄를 저질렀지만 이러한 역사를 통해 반성을 한다라는 식의 마무리도 가능한 것이다. 애초에 인류가 살아남지 않으면 역사를 되돌아보며 반성 할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니까.

 SF라 하면 인류에게 경각심을 주는 동시에 또 이겨낼 희망도 주는 장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호시노 노부유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멋지게 재구성했다 생각된다. 하지만 2권으로 끝내기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달과는 아무래도 사뭇 조건이 다른 에우로파가 지구의 위성으로 오면서 일어났을 변화는 정말 하나도 없을까? 게다가 위성을 두 개나 잃게 된 목성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그리고 위성을 잃은 목성으로 인해 태양계에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게 될까? 그 뒷 이야기들이 궁금하지만, 달을 잃어버린 인류의 장대한 서사는 여기서 마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호시노 노부유키의 문 로스트. 과연 우리 인류는 달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 일어날지 모를 미래의 일을 상상하며 다음작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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