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베러 블루스 - 재수 듣고 그리다
재수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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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의 '모베러 블루스(mo'better blues)'의 책을 덮고 처음 느낀 감정은 약간의 부끄러움과 감동이었다. 판에 박힌 듯 승강기를 타고 오르고 내리며 회사일을 반복하는, 자신의 꿈과는 멀어져버린 일상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악보의 달세뇨(Dal Segno)에서 세뇨로 돌아가듯 그렇게 하루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끝이 나질 않는다(I'm not Fine). 챗바퀴 같은 일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되는 것이다.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그것이 꼭 챗바퀴 같은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기 주인공은 학생 때 부터 트럼펫으로 재주 연주를 즐겨왔는데,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회계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즈는 꿈이며 회사는 지독한 일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이 꿈을 잃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말한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삶의 의미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그것은 자살을 택하느냐 마느냐의 정도인가. 주인공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현실 속에 안주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태풍 '블루스'의 영향으로 퇴근길 승강기가 고장나 갇히게 된다. 다행히 문은 열렸지만, 그 뒤로부터 회계사로써 가장 중요한 '숫자'를 잃어버리게 된다. 즉 모든 숫자가 '0'으로 리셋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기이한 상황에 예전 군악대 시절 상관에게 쫒기게 되고,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을 따라 종로 3가의 지하 합주실에서 자신의 상사와 여직원을 만나게 된다. 그 둘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 상사는 웃음을, 여직원은 추억을 잃어버렸다. 이러한 잃어버린 것들은 태풍 블루스로 인한 것이며 그것을 불협화음이라 한다. 그래서 불협화음을 없애고 원상복귀 시키려면 '모베러 블루스'를 합주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원상복귀란 본래 현실로의 복귀인가, 아니면 원래 꿈을 쫓아야 마땅했던 그 현실로의 복귀인가. 당연히 후자의 의미라 생각된다. 가사 상태에서 겪은 이 꿈(dream)을 통해 주인공은 꿈(dream, hope)을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여기서 꿈이라하면 트럼펫을 부는, 음악가로써의 그 꿈을 말한다.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수동적으로 현실에 대한 자각과 잊혀진 꿈에 대해서 주인공은 깨닫게 되어 어떻게 보면 능동적이지 못하고 자기반성이 부족하다 느낄지 모르지만, 그것이 대다수 사람들이 아닌가. 혹은 알고 있다 해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에 묻어두고 잊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꿈은 잊혀져야 되는 것인가? 생계와 꿈 중에서 선택하라는 그런 큰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저 꿈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잊혀지게 두어도 괜찮은지 묻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내면 속에 갇힌 그 꿈을 끌어내준 사람을 조율사와 지휘자라 명명하고 있다. 즉 꿈이든 무엇이든 삶에 있어서 조율사와 지휘자가 있어 자신을 이끌어줄, 꿈으로 나아가게 해줄 계기가 있음을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나도, 저자도, 뮤지션 이승열도 분명 어딘가에서 그렇게 조율사와 지휘자를 만났을 것이며 또 만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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