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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X50 피프티 피프티
쿠니에다 사이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0월
평점 :
예전에 봤던 쿠니에다 사이카의 작품 몇 개를 떠올리면, 꽤 어둡고 우울했다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이번 피프티 피프티는 그야말로 코믹물! 띠지의 말대로, 포복절도의 유쾌상쾌한 두 남자의 연애 사정이었다. 연애 사정? 물론 두 남자의 연애 사정도 포함되지만, 특이한 건 이 '여성'을 좋아한다고 입에 달고 사는 두 남자의 각기 연애 패턴도 포함된다. 이상하게 연재 주기가 매번 딱딱 맞아떨어지는 이 두 남자, 카와니시 와타루(검은머리 안경)와 히가시노 슈조(밝은 갈색?머리). 그 연애 주기란 건 일명 실연당하는 주기로, 차든 차이든 여자와 헤어지는 주기가 일치한다. 그리고 연인과 헤어진 두 남자는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술잔을 나누나, 일어나니 침대에 나란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이 몇 번이고 계속 되는데, 끝까지 부인하면서도 이상하게 그렇게 흘러가버리고 마는 상황에 웃고 만다.
게다가 둘다 엄청나게 '바보'다. 히가시노는 회사의 후배로부터 걱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 보인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무뇌아임을 자랑하는데, 겉으론 지적이게 보이는 카와니시 와타루도 보통이 아니다. 결혼하기 싫은 이유가 결혼하고 나서 몸관리 안하게 되면 무를 수 없다는 것이 싫다였다.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가 부모님과 얽힌 어두운 과거가 있다고 생각했던 히가시노는 자기랑 똑같은 수준의 바보라면서 안심하는데, 바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점이 참, 뭐라말할 수 없이 귀엽다. 카와니시 와타루는 가슴 마니아, 히가시노 슈조는 다리 페티쉬인데, 이것만 놓고 보면 정말 여자의 적이다. 하지만 그런 점도 바보스러움으로 다 가려진달까. 도대체 이 둘은 왜 이렇게 웃기지? 푸하하하. 얼굴 관리하는 히가시노, 여자 스타킹 벗길때 스크레치 안 내려고 손 관리하는 카와니시. 둘은 이런 걸로도 싸운다. 푸하하 :)
자신들은 게이나 호모가 아니라며 부정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레즈비언 커플들이 보기에도 수상하다. 다들 그렇게 오해를 하고 만다. 아니, 이제 오해가 아니게 되었는지도! (웃음) 둘이 처음 같이 자고나서 서로를 의식하게 되지만, 결고 인정하지 않는다. 끝까지 인정하진 않지만 이런 관계에 익숙해져가는 두 사람이랄까. 처음은 술에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술에 많이 안 취했을때도 이 사람들 한 번 했으니, 이제 슬슬 인정하는게 어떨까 쉽기도 하다. 마지막에보니 히가시노는 받아들인듯 한데~
레즈비언 커플이 나오는 이야기에서 쿨하게 생긴 외모에 의외로 잘 챙겨주는 성격인 A컵 여성과 히가시노가 얽히고, 입 다물고 있으면 미인이지만 입만 열면 바보가 되는 타입의 가슴 큰 여성과 카와니시가 얽히게 된다. 서로의 취향과 반대되는 사람과 얽힌 두 사람은 투닥투닥하지만, 의외로 다리나 가슴이 아닌 그 여성들의 성격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여성은 레즈였고 새로운 타입과의 사랑은 바이바이였다. 그 뒤 똑같은 패턴으로 술을 마신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자신들이 반했던 그 여성들의 성격이 상대방을 닮아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같은 남자라고 서로를 거부 해왔던 둘은(서로의 취향이 아니기도 하지만) 둘 사이의 새로운 가능성(이걸 과연 가능성이라 말해도 되는걸까)을 엿보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성은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다리나 가슴 같은 육체적인 것과 같은 성이라는 것의 이전에 그 사람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두 남자는 조금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이야기 한 권 내내 제대로 된 신 한 번 안 나오는 건, 둘 다 공 타입이라서 작가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아직까지 끝까지 간 적이 없다고 한다. 푸하하하하. 뭐야. 그렇구나. 하고 납득해버리는 나. 이상하게 얘네들은 딱 여기까지가 좋다고 할까. 하지만 역시 누가 공이고 수인지 한 번 보고 싶다. 안경공도 좋지만 바보공도 좋아하는 나로썬, 정말 이건 난제다. 처음에 읽었을 땐, 안경공!이라며 생각했는데, 두번째로 볼 땐 바보공에 안경수!라며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헉! 작가 후기에 보니 7대 3 정도로 안경수라고(!)
쿠니에다 사이카 표 어둡고 음침한 이야기들도 정말정말 좋아하지만, 이런 달달한 이야기도 너무 좋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작가 반열에 올려버리자는 마음까지 먹은 작품이었다. 정말 올릴지는 다른 작품들 더 읽고 보고 결정! 개인적으로 이 피프티 피프티 후속편도 나온다면 보고 싶다. 이 커플은 뒷이야기도 살짝 궁금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로 투닥거리는 것도 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