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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게모노 1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보기도 전에 띠지에 웃고 만다. "혼란의 전국시대.. 모두가 출세를 꿈꾸지만 나는 득템을 노린다!, 이런 웃기는 놈을 봤나!!" 책을 읽고 나면 띠지의 내용이 그렇게 딱 맞을 수 없다. 책의 시대는 전쟁과 반란의 투성이인 전국시대, 그 와중에 출세욕과 물욕 사이에서 풍류객으로써의 득템을 노리는 주인공 후루타 사스케는 정말 너무나 웃기다. 그리고 이어지면 띠지의 뒷면에서는 앞의 문구에 더해 보충 설명을 해 놓았는데, 출세욕과 물욕 사이에서 고민하는 후루타 사스케야말로 현대 덕후의 표본이자 근원이라는 말에 공감하고 만다. '덕후'. 푸하하. 덕후라 해도 주로 '다기' 덕후다. 차를 끓일 때 쓰는 그 다기와 관련 된 것에 후루타 사스케는 열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기가 그저 보기 쉽고 그 가치가 세간에 덜 했더라면 후루타도 다기 대신 다른 것에 더 빠졌을지도 모른다. 사스케가 살았던 전국시대에는 '다도어정도'라 하여 함부로 다회를 여는 것을 금지하는 오다 노부나가의 다도 정책이 있었다. 이로 인해 다기의 가치가 영지나 성과 맞먹을 정도로 폭등하는데, 이는 무장들에게 은상으로 영지를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등장인물 중 미츠히데와 히데요시는 자유로운 다회를 허락받은 몇 안 되는 인물로, 후루타는 이들의 다회에 초대되어 그저 눈으로 다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아하는지(좋아한다는 말로 일축하기에는 훨씬 더 진한 감정이지만) 컷들에서 보면 느껴진다. 그 과장에 웃게 되고 마는 것! 게다가 "꿍덩"이라던가 "뜨바악" 등의 감칠맛 나는 형용사에 폭소.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한 마츠나가 히사히데를 붙잡는 과정에 폭발로 날아간 다기의 뚜껑 조각만 모아 완성 한 뒤, 자기 집의 일반 다기에 올려놓고 데굴데굴 구르며 형언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역시 노부나가를 배신한 아라키 무사시게 추적하던 중 다기와 함께 그를 살려 보내준 일 등 다기와 관련된 웃긴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풍류객으로써 옷과 같은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간간히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탐나는 다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들과 함께 실재 역사와 실존 인물들의 등장으로 한층 더 사실감을 띤 채 이야기는 전개 된다. 오다 노부나가와 그의 부하들의 반란, 그리고 후에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되는 하시바 히데요시의 은밀한 움직임으로 앞으로의 실감나는 전개가 계속 되는 가운데, 후루타 사스케의 다기에 대한 갈망과 열망과 투지를 과연 출세욕이 누르고 후루타가 장성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실 전체적인 줄거리만 보면 진지하고 무사들의 패기 넘치는 이야기인데, 거기에 후루타가 끼니 우스운 이야기로 변한다. 이 점이 재미있는 것이다. 일전에 읽은 <테르마이 로마이>라는 작품에서 루시우스에게서도 목욕탕 덕후로써의 기질을 엿보았다. 루시우스는 후루타와는 달리 너무 진지해서 그것이 웃음 포인트! 작풍도 시대도 전부 다 다른, 완전히 다른 <효게모노>와 <테르마이 로마이>였지만, 무언가 하나에 꽂혀있는 주인공들이라는 공통점에 웃고 만다. 2권에서는 위풍당당하고 천하 지배 계획을 가진 노부나가가 곤욕을 겪고 원숭이(정말 원숭이 닮았다!)를 닮은 히데요시가 활개를 치는 가운데, 후루타는 또 다기와 출세 가운데서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마츠나가가 말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났을 때 내 길을 선택할 것인지,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후루타의 선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