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제국
김재석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김재석의 <풀잎의 제국>은 정진영의 <도화촌 기행>과 함께 2011년 판타지 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작품이다. 작년에 없었기 때문에 두 작품이 뽑힌 것일까라고도 생각해봤지만, 그 전에 공동 수상을 할 만큼 두 작품 모두 우수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풀잎의 제국>에서는 <도화촌 기행>과 달리 백혈병을 앓고 있는 중3의 어린 소년이 화자이다. 그렇다보니 <도화촌 기행>보다 초점이 다소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져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2부로 나눠져 있는 <풀잎의 제국>에서 일상과 자신의 몸 속에서 싸울 조상들을 모으기 위한 과정을 그린 1부는 많은 흡인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속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 될지 궁금해서였다. 1부에서 백발도사라 불리는 할아버지와 박물관에서 조우한 뒤, ‘이미지요법’이라는 실제 미국의 방사선 종양학자이며 의사인 칼 사이몬튼에 의해 개발된 사이몬튼 요법(simonton therapy)의 치료를 통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60년씩 건너 자신의 조상을 불러모으고, 2부에서는 모은 3명의 조상들과 비장, 신장 등에서 아귀라 불리는 것들과 싸운다. 여기서 아귀는 물론 암세포를 말한다. 그나마 탄력을 받아 읽기 시작한 건 1부에서 혼천의를 통해 조상들을 모으는 과정에서였다. 삶이란 무엇인지 회의가 들 정도로 허무하게 전쟁으로 죽어간 조상들의 과거 모습이 주인공인 호야는 물론 읽고 있는 독자인 자신에게도 어떤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2부에서는 장수인 무신, 대장장이인 범신 그리고 의녀인 초희의 도움으로 몸 속 장기 곳곳에서 전투를 치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의학 지식과 세밀한 장기 묘사 등이 돋보였다. 하지만 결코 깊지 않고 전체적으로 전투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 많았다. 책 내내 고대 유물과 관련된 것들이 등장하고 또 그것이 이야기가 얽혀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고려나 가야는 물론 전국에 분포한 여러가지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지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이 무척이나 즐거울거라 생각한다. 읽으면서 검색해서 사진들을 보며 머릿 속에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읽는 것도 즐거웠는데, 몇몇 유물들은 그저 이름 언급에 그친다라는 느낌도 받았다. 2부의 전투 장면은 물론 흥미롭지만 문제는 그 전투 장면들이 나랑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유치하게까지 느껴졌다. 감정이입은 안 되지, 싸움은 질질 끄는 느낌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나이대에 읽기엔 그 시선과 스토리텔링이 잘 맞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만약 이 책을 권한다면 나는 화자와 같은 나이대인 중학생에게 권하고 싶다. 그 나이대 청소년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역사 지식은 물론 인체에 관해서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중학생에게나 권하고 싶다고 말하는 나도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놀라고 만다. <도화촌 기행>과 마찬가지로 '왜 살아가야 하는가'를 계속 물으며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김재석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라며 궁금해했다. 결말에 다다를 무렵 호야가 조상들로 부터 물려받고 후대에게 남겨줘야 될, 빌린 몸에 지나지 않으니 살아야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의외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들려주는 말은 이와는 달리 '윤회설'이였다. <도화촌 기행>에서도 등장했던 '윤회설'을 여기서도 채택한 것이다. 한국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왜 살아가야 하는가하면 그것은 인간이 끊임없이 윤회하기 때문이라고. 마지막에 가서 밝혀진 불편한 진실은 지금까지 감춰온 미스터리와 닮아있었다. 전체적인 전개 과정과 비교해 볼 때 꽤나 충격적이었던 결말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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