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학교 가는 길>은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 학교 가는 길에 보이는 것들을 발자국 모양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재치있게 표현한 이야기이다. 내가 어릴 때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달라, 이 그림책은 현대판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 지금 내가 보는 풍경은 그 높이가 다르지만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놀란 것은 사진으로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책 표지에 발자국 모양으로 움푹 파여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절로 손이 가서 그 촉감을 느껴보았는데, 마치 정말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듯한, 학교 가는 길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표지에 그치지 않았다. 하드커버의 두꺼운 책장을 넘기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력에 더 놀란 것이다. 오른쪽 한 면 한 면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 단순한 그림처럼 보일지라도 자세히보면 발자국이 숨어있다.
특히 학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연주회장을 지나 오게 되는데, 그것을 위와 같이 표현했다. 첼로를(아마도 첼로가 아닐까.) 안고 있는 연주자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없다. 그저 슬쩍 보고 지나가면 발자국은 어디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정말이지 첼로 그 자체다.
위에서 아이의 시선에서 학교 가는 길의 풍경을 보았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위의 사진에서 잘 드러난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의 시선에서만 볼 수 있는, 신문을 물고 가는 강아지. 학교 가는 길에 이웃집 아저씨를 만났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강아지 뒤쪽에 보이는 줄은 아마 아저씨가 붙잡고 있는 것이겠지? 그 외에도 한눈팔지 말라!고 말한 어머니의 말과 함께 한눈팔고 있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한눈팔지 마라는 말에 이어서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며 표현한 해골 그림. 어린 아이들이 보면 발자국 모양의 얼굴의 해골과 뼈로 이루어진 몸이 무서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선 사뭇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확실한건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 낯선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말과 사탕을 건네주는 어떤 부인의 얼굴이 펼쳐진다. 부인의 능글맞은 표정에 웃었다. 그렇게 위험을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씀을 명심하며 횡단보도를 건너 이젠 집으로 향하는 아이의 시선이 잘 드러난다. 정차 해 있는 자동차 앞으로 늘어선 자동차의 그림자가 너무나 길어서 너무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싹튼다. (농담이다. 이 그림도 자동차의 그림자로만 보면 발자국 무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듯이 생활 속에 녹아있는 발자국 무늬!) 학교 가는 길과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펼쳐지는 이야기들.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한눈팔지 마라는 엄마의 말씀을 기억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모두들 자신이 집에 돌아온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누굴까? 그건 책의 마지막장을 펼쳐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