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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5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우미노 치카의 <3월의 라이온> 5권의 이야기는 주로 레이의 상처와 부족함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신인전을 앞둔 레이는 학년이 한번 바뀌어 2학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작년반 담임은 장기부를 만들자며 권하고 4명밖에 남아있지 않아 존폐위기에 처해있던 이과부와 합쳐서 '방과후 장기과학부' 줄여서 '장과부'를 개설하게 된다. 레이는 '장과부'를 통해서 대결에서 지면 내장이 뒤집어 질만큼 분하지만 그래도 패배에 익숙해져선 안된다며, 패배에 분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장과부 부원 중 한명이 레이에게 장기를 하는게 즐겁냐고 묻고 레이는 차마 대답하지 못한다. 부활동을 통해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평범한 학교 생활을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레이는 왈칵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참았다. 달고나와 함께 응어리졌던 레이의 외로움과 슬픔이 일부 가슴에 녹아들어가 조금 옅어진 느낌이 들어서 내 마음이 찡해졌다. 하지만 녹아들어간건 비단 외로움과 슬픔만이 아니었다. 레이는 시마다가 마을 사람들의 생활에 녹아들어간 것처럼 학교에 조금씩 녹아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소마 명인과 쿠마쿠라 9단의 대결이 5권 내내 등장한다. 신인전을 앞두고 니카이도는 레이와 A,B조로 나늬어 결승전에서 꼭 보자며 레이의 뒤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레이는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냐며 말한다. 이에 니카이도는 신인왕따위 두다 보면 저절로 얻어 걸리겠지라며, 신인왕을 놓쳐도 그건 그거고 다른 타이틀이 또 남았으니 거기서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냐며 묻는다. 이에 레이는 스스로도 몰랐던 사실에 부끄러워진다.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마귀이 소굴이라는 장기의 세계에서 레이는 꽤나 나약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패배에 익숙해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패배를 하면 분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패배로 인해 자기가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는 모습이 레이에게서 보였다. 통실통실 귀여워 보이는 니카이도의 예리한 말에 성장해나가는 레이. 기사로 살려면 좀 더 강해져야 해!
표지를 장식한 어린 시절의 레이. 레이가 어린 시절 아이들로부터 따돌림 받았던 이야기와 왕따 당하는 친구를 감싸다 자신이 타킷이 된 히나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히나는 자신이 어떻게 했어야 했냐며 울지만 자신이 한 일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다며 단호히 말하는 모습을 보고 레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난다. 그가 어린 시절 친구 중 아무도 자신을 감싸주지 않았지만 그는 왕따 당하는 친구를 감싸며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며 말하는 히나를 통해 자신 역시 위로받았다고 느낀 것이다. 조그마한 레이가 풍겐스 보리수라는 나무 속에 폭 들어가 앉아 있는데, 지금의 히나가 나타나 손을 내밀어 주는 장면은 정말 훈훈했다. 그리고 레이는 히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은혜 평생토록 값겠다고 하는데,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건 나뿐일까. 최근 읽은 책에서 유난히 따돌림, 왕따 같은 소재가 사용된 작품을 많이 보았는데, 일본에서 많은 문제가 되는가보다. 하긴 이런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문제겠지만.
그 외에도 화과자점을 운영하는 세 자매의 할아버지에게 화과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놓는 편이 두 편정도 등장했는데, 미카즈키 복실복실 눈사람이란 화과자는 정말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 해보이는게 어찌나 맛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관점 포인트는 역시 찹쌀떡이나 과자에 무엇이 들었으면 좋겠냐고 묻자 풍선껌이라 답하는 모모의 표정이다. 정말 너무 깜찍하다! 그리고 의외였던 건 역시 고토의 일이다. 자신의 의붓누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레이는 소마 명인과의 대결에서 지고 충전중인 시마지를 펌하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한소리 해주는 모습을 보여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기사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뒤이어 나온 고토의 사생활 부분이 오히려 너무나 의외여서 그에 대한 시선이 확 바뀌었다. 의외로 괜찮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어떤 부분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생각은 일단 다음권으로 미뤄야겠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5권 도입부분인 시마다의 이야기이다. 소마 명인과의 대결에 진 후, 마을 사람들로부터 면목이 없어진 시마다가 늙고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 만든 '시오노 장기 클럽'의 주된 활동을 보면 눈 내리는 배경과는 달리 마음은 따스해진다. 정말이지 우미노 치카님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그리는 건지.
하여튼 어린 시절의 레이도, 지금의 레이도 귀엽긴 마찬가지. 자신의 과거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장기 기사로써도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이렇게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 아마 소마 명인과의 대결까지도 이어지겠지. 하지만 길이 멀다. 아직 신인전도 치루지 않았으니 말이다. 6권은 내년에 또 볼 수 있겠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