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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톰 라비의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은 책 제목 그대로 '책중독자'인 자신의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그리는 동시에 책중독자의 증상, 테스트, 역사, 갖가지 책중독자의 유형, 유형별 특징, 독서 습관, 책 정리와 보관, 책 빌려주기, 그리고 치료방법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책중독자와 관련된 일러스트로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는 모든 책중독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엄청난 고백을 시작으로, 책 중독자들의 중독 증상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책 중독자의 존재 이유는 책을 사는 것이며 책을 읽는 것이고, 음식과 옷보다 책이 먼저다.
p. 40
부절제한 탐닉 속에서 궁핍하지만 마조히즘적인 행복을 누리며 삶을 이어갈 것이냐와 같은 힘든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p. 42
"돈이 생기는 대로 우선 책을 사고 그다음에 옷을 사 입으리라." -에리스무스-
p.45
우리 책중독자들로서는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 하는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p.47
(...) 돈을 얼마나 썼는지 책을 얼마나 많이 샀는지 거짓말을 해댄다.
다행히 필자는 아직 저자만큼은 심각하지는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어쩐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뒤이어 책중독자 테스트가 나오는데, 책중독자인지 판별하는 테스트가 첫번째이며 그 중독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판별하는 것이 두번째이다. 중독 증상은 심하지 않았으나 이미 책중독자이며 중독 정도도 심각하다고 나왔다. "당신은 끝장났다."
이젠 본격적으로 책과 책중독자에 대해 알아 볼 시간이다. 그 시작은 역시 역사다. 책의 역사는 처음 보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실제 역사와 대응하여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세계 역사도 한 눈에 보고 책의 역사도 한 눈에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뒤 이어선 장서광과 애서가에 대해서 나온다. 장서광(bibliomania)은 책을 소유하고 책을 보호해야할 박물관의 보물이자 소장품, 진기한 물건으로 대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애서가는 (bibliophilia)로 책을 소유를 반대하진 않지만 그보단 책에 담긴 지식과 지혜를 더 얻고 싶어하는 사람을 말한다. 소유에 더 초점을 두느냐 독서에 더 초점을 두느냐가 장서광과 애서가의 차이인데, 필자의 경우는 장서광과 애서가의 중간쯤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때론 장서광의 기질이 더 강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애서가의 기질이 더 강하기도 하다.
이어서 장서광과 애서가와는 또 다른 수집광이 나온다. 수집광은 '희귀성', '상태', '초판본', '서명, 기명, 증정본', '오자'를 특히나 사랑하는데, 알고보니 나는 수집광의 기질까지 조금 있었다. 이왕이면 희귀성을 띈 한정판이 좋고, 이왕이면 초판본에 작가의 서명이 있으면 좋은거 아닌가! 그러나 깨끗한 책을 비교적 좋아하는 걸로 봐선, 수집광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돌연변이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다독가, 책 지름신 강림자, 학자, 책 매장자, 책 파괴자, 식서가까지. 아무래도 필자는 인터넷 보급과 함께 생겨난 책 지름신 강림자(bibliowebbies)인 듯 하다. 클릭 하나로 책을 살 수 있는 세상이여! 가장 신기한 것은 책 매장자(bibliotaphy)와 식서가(bibliophagi)다. 책을 왜 매장하는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서가에 꽂힌 책등을 보는거야 말로 즐겁지 않은가! 식서가가 되기엔 종이가 맛이 없었다.
책 도취증(Biblionarcissim)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p.130
우리 마음속 밑바닥에는 우리를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번지르르하게 보이게 하고 싶은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유감스럽지만 자기 부풀리기, 위선, 이기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다.
이 구절을 읽으니, 나도 어느 특정 분야의 책을 읽을 땐 이런 마음가짐으로 읽는지 모른다. 있어보일려고 말이다.
이제 책중독자들의 다양한 유형들은 끝이 났다. 뒤이어서 나오는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 책을 구매하는가의 유형이 나온다. 필자는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때는 구입액을 일정 금액으로 한정하고 오프라인 서점을 찾으면 앞의 유형과 '단돈 몇 푼 때문에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유형이 번갈아 오간다. 한마디로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한결 더 이성을 잃고 책을 구매한다는 것! 책의 향기에 취한자로써는 어쩔 수 없다. 이미 지갑은 계산대 위에 목을 내 놓은 상태일 뿐이다.
뒤이어 책방이라면 이러해야한다며 가장 이상적인 책방을 이야기한다. 정말 꿈의 책방이다. 읽으면서 <서점 숲의 아카리>라는 책이 떠올랐는데, 이 이상을 실현하려는 모습이 가장 많이 드러난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갖가지 장소에서 독서를 하는 방법과 조언들이 나오고 이어서 서양의 책중독자들의 정리와 보관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대망의 빌려주기편. 책중독자들에게 있어서 이것 만큼 민감한게 또 있을까!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중독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한다. 필자는 완전한 금욕을 늘 목표로하나,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한번쯤 해보고 싶은 건 곤란을 겪을 때까지 책을 사들여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뒷감당이 힘들어서 미루고 있는 처지이다.
톰 라비는 전자책에 대해서도 여러번 거듭 언급을 한다.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데, 이는 책중독자로써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전차잭이 처음 출시 되었을 때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전자책의 여러가지 장점들로 인해 중립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
p.250
우리는 책을 만지는 걸 좋아한다. 손끝에 닿는 책의 느낌을, 손에 들었을 때의 묵직한 중량감을 좋아한다.
그렇다. 손에 들었을 때 오감을 자극하는(?) 책의 느낌이야 말로 독서의 기본이 아닌가!
사람들은 점점 전자책에 익숙해져가겠지만, 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그러한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종이책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