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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컴퍼니 ㅣ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극락컴퍼니를 처음 읽을 땐, 정년퇴임 후 할일 없는 할아버지들이 회사와 일의 향수에 젖어 그 생활을 돌이켜 보고, 퇴임 후 도서관이나 찾는 지루하고 무료한 생활에서 40년가까이 몸에 익은 출퇴근으로 탈바꿈하여 삶의 활력을 되찾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 평생동안 회사에서 일한 것이 습관과 같이 몸에 남아 있어, 그것을 잊을 수 없고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여서 '회사 놀이'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
물론 처음에는 그러한 의도로 시작되었다. 반쯤 재미와 함께 이왕 할거면 진지하게 '회사놀이'에 임해보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놀이답지 않게 재미가 있다. 마치 정년퇴임하기 전, 자신이 젊었을 때 한창 일하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 것이다. 회사에 늦게도록 남아 동료들과 야식을 시켜먹으며 정년퇴임후 온천 여행이나 다녔으면 좋겠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젊었을 땐 그토록 짜증나고 판에 박혔던 사소한 일상의 모든 것들이 정년퇴임 후 할 것 없고 갈 곳 없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이다.
꿈과 같은 이상적인 회사. 고지식하지만 청렴한 회사를 꿈꾸는 스고우치와 기리미네. 그들은 회사의 이념을 그와 같이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과 같은 정년퇴임 후 할 일 없고 갈 곳 없는 샐러리맨들이 같이 '회사놀이'에 참여하고 싶다며 사원으로 들어오고 일은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한다. 이 회사를 '모조회사', 즉 가짜회사라 불렀는데, 이 모조회사는 마치 붐과 같이 전국으로 퍼져 많은 샐러리맨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본사의 부사장과 사장이었던 스고우치와 기리미네는 서로 갈라지고 각 지점마다 본사의 이념과는 달리 운영되는 여러가지 실태도 보이게 된다. 그러한 와중 스고우치의 아들인 신페이는 이 '모조회사'를 이용해 독립을 꾀하는데, 노인들의 등꼴이나 빼먹으려는 목적을 내포한 프랜차이즈 사업이었기에 스고우치는 격렬히 화를 내며 반대를 한다. 그러나 신페이는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기리미네를 찾아가 아버지의 회유를 설득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중, 자신에게 자금을 대주기로 했던 니타니 사장의 행동이 수상하고 끝내 니타니와 기리미네가 손을 잡고 자신이 계획했던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날랐음을 알게 된다.
참으로 극적인 전개다. 엄청난 흡인력과 사건 전개에 그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저 '회사놀이'로만 시작했던 모조회사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이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여 스고우치 일가가 피해를 입게 되다니. 어디서부터 틀어진 걸까. 그저 놀이로 시작했고 노인들의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언론을 통해 비난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고우치를 비롯한 모조 회사의 사원들은 여러가지를 깨닫게 된다. 스고우치는 자신이 고도 경제 성장을 위해 회사에 이용당해 오다가 내팽겨쳐진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며, 자신은 회사에 필요한 존재였다며 스스로가 납득하기 위해 이 회사 일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삶의 근간을 이루어왔던 회사일과 자신의 삶, 지금 자신을 이러한 곤경으로 몰고간 모조회사의 일에 회의감을 품는다.
일이란 무엇이고 회사란 무엇일까. 스고우치의 말에 나는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회사가 그리웠던게 아닌가? 그는 오히려 자신을 이용해 먹기만 하는 회사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평생 몸받쳐 일했는데 늙었다고 쓰레기마냥 바로 내쳐지는 회사가 밉고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사회가 미웠던 것은 아닐까?
전후시대 이후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많이 접해왔다. 근면성실하고 회사와 자신을 하나로 보며 아침에 일찍 가서 늦게까지 일하며 오직 회사의 성장이 자신의 삶과 가족에게 윤택함을 가져온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다. 60대면 아직 정정하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그간 살아온 만큼의, 회사에 근무해온 만큼의 경험과 신입사원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그들에겐 내재되어있다. 그런데 회사는 정년퇴임으로 그들을 내몰고 사회로 나온 그들은 갑작스럽게 많이 남는 시간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젊었던 시절, 퇴임후 해보고 싶다는 것을 해봐도 재밌지 않다. 뻔하고 지루하다. 할 건 없고, 갈 곳도 없다. 할 것이 없고 갈 곳이 없다는 건 자신이 그런 일을 찾기 이전에 사회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결국 결말에서는 스고우치와 아들 신페이가 내놓은 사륜구동 계획에 동의를 하며 같이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사륜구동이랑 늙은이와 젊은이가 힘을 합쳐 일을 해나가는 것이 주 이념이다. 하지만 남자 둘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전원이 참여하는 사업인 것이다. 실제로 이 사륜구동 아이디어는 스고우치의 아내이자 신페이의 어머니인 에미코의 것이었다. 이건 앞으로 사회에 있어서 여성들의 역할이 주를 이뤄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를 예견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는 책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에 대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생각해보고 글로 풀어낸 사람을 얼마나 될까.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파장과 문제점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도 어렴풋이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과연 지금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사륜구동 계획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아야 될 문제가 될 듯 하다. 그리고 그 생각에 따라서 성공한 실업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블랙유머의 진수를 맛본 것만 같은 극락 컴퍼니! 유쾌하지만 어딘가 씁쓸하고 안타깝다. 그런데도 웃음이 멈추지 않고 끝에가서는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재미와 현대 사회, 미래 사회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싶으신 분들, 블랙 유머를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