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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나선계단의 앨리스>는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인 가노 도모코의 작품이다. 일상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이야기는 대기업에 다니는 대신 탐정사무소를 차린 니키에게 탐정 사무소의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아리사가 조수가 되어 풀어가는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이다.
회사 대신 탐정사무소를 차리게 된 니키는 회사에서 일하지 않아도 1년간 월급이 나오지만 그 뒤로는 회사를 그만둔거와 다름없음으로, 지금 역시 그만둔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아리사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앨리스'의 이름을 일본어로 발음한 '아리스'와 비슷한 이름으로 마치 루이스 캐롤의 책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매력을 지닌 소녀이다.
50대 중반의 니키와 10대처럼 보이는 아리사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 시리즈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책 곳곳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를 알고 읽는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단지 이름만 언급할 뿐이고 초점은 어디까지나 니키와 아리사의 일상 사건 해결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몰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옴니버스 형식으로 7가지의 이야기가 이 책 한권에 들어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 '뒤창의 앨리스', '안뜰의 앨리스', '지하실의 앨리스', '꼭대기 층의 앨리스', '아이 방의 앨리스', '앨리스가 없는 방'. 각 장의 이름은 사건과 연관 되어 있다. 어딘가 단순해보이면서도 약간 놀라게 되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장소에 돌아보고 그리고 난 뒤 갑자기 문제가 풀렸다며 뚝딱 해결하기도 하고 시선을 쭈욱 따라가면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사건의 결과를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고 사실은 묻어둔 채 끝나는 편도 있다.
생각해본 적이 있는 트릭이 보이는가 하면, 어딘가 본 듯한 트릭도 보이고, 미처 몰랐던 트릭도 보인다. 일상이란 이렇게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단지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고 지나쳐갔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미스터리처럼 두뇌싸움이 치열하고 트릭이나 반전이 놀라울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분위기 자체가 잔잔하고 또 일상 미스터리답게 어딘가 미지근하다고 느껴질때도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것만은 아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에서는 남편이 사실은 부인에게 재산을 넘겨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것이 아닐까, 부인이 착한 척 연기하는 것은 아닐까도 처음에 의심했었다. '뒤창의 앨리스'에서는 이 부인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자신을 미행하라고 직접 탐정을 붙였는지, 그 이면에 숨은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안뜰의 앨리스'에서는 과연 노부인의 개를 찾아 줄 수 있을까, 노부인의 집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누구일까 추리하기도 했다. '지하실의 앨리스'에서는 니키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지하실에서 울리는 전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가게 되고 전화를 거는 상대방이 누굴까하고 생각해보았다. '꼭대기 층의 앨리스'에서는 남편을 살해하려는 부인이 등장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봤다. '아이 방의 앨리스'에서는 탐정인데 보모처럼 갓난 아기를 돌보게 된 니키와 아리사가 아기의 신원을 알아가는 과정뿐만아니라 갓난아기를 돌보는 노고도 엿볼 수 있었다. '앨리스가 없는 방'에서는 왜 갑자기 아리사가 사라졌는지 걱정되어 어떤 행동을 할지 니키의 행보가 궁금하기도 했다. 결말이 따스하고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는 점이 좋다. 너무 감상에 빠져 질척거리지 않는 산뜻함이 일상 미스터리의 최고 장점이 아닐까.
후속작으로 보이는 <무지개집의 앨리스>도 얼른 읽으러 가야겠다. 마지막에 사라져버린 아리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리사의 입으로 사라진 이유를 들려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