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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ㅣ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람과책) 1
온다 리쿠 지음, 박정임 옮김 / 사람과책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하아! 역시 온다 리쿠 대단해!'라는 말이 나오는 책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수많은 서브컬쳐 오마주를 인용해 상상의 날개를 달고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가지는 끝이 날 줄 몰랐다. 손에 잡은 책을 놓을 수 없는 이 스토리텔링이란 가히 멋지다.
각 소제목부터 시작해 안의 대사등은 서브컬처에서 따온 것으로, 각각의 소제목은 전부 영화에서, 그 외의 것은 만화와 미스터리 소설, 운동등에서 비롯해 티비와 관련된 각가지 서브컬처에서 따왔다. 용어를 몰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고 알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브컬쳐란 무엇인가, 온다 리쿠의 오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라이트소설과 SF소설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문화란, 문명의 이기등을 생각함과 동시에 과도한 문명의 발달이 낳을 재난은 정말 이와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어디까지 잔혹해 질 수 있는가 등의 여러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이야기의 발단은 이러하다. 과도한 문명의 발달로 황폐해진 지구에는 일본인만이 남고, 인류는 신(新)지구로 이전한다. 구(舊)지구에 남겨진 일본인들이 해야 할 일은 전시대 인류가 남긴, 산처럼 쌓인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피해 이 구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대도쿄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여 졸업대표가 되는 것이다. 졸업대표가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생계를 보장받기 때문에 그야말로 노리지 않으면 않되는 목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향해 수험자들은 대도쿄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한달에 한번씩 행해지는, 입학보다 더 잔인한 테스트를 통해 클래스를 오르고 내리며 졸업대표를 목표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 수업에서는 육체노동을 해야하며, 서브컬처는 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이라며 배척을 한다. 정신적인 만족을 주는 것은 필요없다, 배제되어야 한다는 관념아래 육체노동을 반복하고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며 주인공인 아키라와 시게루는 의문을 품는다.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의문은 쌓이고 쌓여 그들은 이 학교의 존재에 의심을 품고 이내 목숨을 건 탈주를 생각한다. 그들은 과연 대도쿄고등학교를 탈주 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초점은 점점 탈주에 맞춰지고 상황은 점점 더 극적으로 흘러간다.
의미없는 육체노동과 살벌한 테스트에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낀 학생들은 '언그라'라는 지하 공동체의 생활을 밤에 하며 낮과는 다른 생활에 빠져든다. 서브걸쳐 즉 전시대에 남겨진 문명을 맛보는 것이다. 낮의 힘든 노동에도 밤에 몰래 언그라를 찾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문명은 사악하고 퇴폐적이며 배척되어야만 하는 대상인가? 온다리쿠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 답은 '성불(成佛)'을 통해 아키라와 시게루가 보여준다.
눈 앞에 그려질듯 말듯,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들이 벌어지고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온다리쿠에게 놀랐다. 그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 단순히 서브컬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주제조차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방대한 이야기. 책은 두껍지만 그 두께가 무색해지는 가독성과 재미는 온다리쿠의 팬이 아니여도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도통 나는 라이트소설과 그냥 일반 소설의 경계를 알 수가 없는데(무엇보다 라이트소설의 정의가 도통 와닿질 않았는데), 이번기회에 조금 감이 잡힐 듯 한 기분이 든다. 확실히 본 소설은 어딘가 과장된 느낌 있고 소년만화의 느낌이 있다. 게다가 작가가 일본인이라서 그런탓도 있겠지만 일본인만 구지구에 남는다는 설정도 꽤나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장르를 떠나서 즐겁게 읽었다는 점이다. 책에서 무엇을 읽어내는지는 독자의 몫이 될 듯하다. 작가 자신도 제목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하니 말이다.
내가 생각한 제목의 의미는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라는 제목은 서브컬처의 영원함이다. 일본과 같이 섬 나라인 영국에 기묘한 동경을 품고 있는 듯해 보이는 일본 작가들은 종종 그들의 작품에 영국적인 것을 오마주로 차용하곤 하는데 온다리쿠 역시 그러하다. 우리도 흔히 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국이 본토이고 이 작품의 제목도 여기서 기인한게 아닌가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인용한 것을 넘어선다. '로미오와 줄리엣'를 서브컬처의 반대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순수문학의 최정점 그자체로 본다면 서브컬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라는 제목은 꽤나 역설적인 제목이 아닌가 한다.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순수문학의 한 작품을 따와, 서브컬처 역시 앞으로 계속 될 것이며 퍼져나가 나중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같은 영향력을 지니게 되며 회자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한다.
또한 작가는 다시 한번 읽고 해피엔딩이라 생각했던 결말이 꽤나 절망적인 결말같아서 놀랐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이것은 또다른 현실 도피가 아닐까. 자신이 꿈꾸는 환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판타지가 확고한 일본인의 정서 자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어딘가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