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번해 1월 20일에 나온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호러 공포 소설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이 작품도 상당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온다 리쿠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본인도 이 작품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좋기도 하지만 어딘가 찝찝한 것이, 콕 찝어서 이런것이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도 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줄거리라 하면 '우리집'이라는 어느 한 집에서 살다간 사람들, 스쳐지나간 사람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로 1인칭 화자 시점으로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데, 이것이 호러스럽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아련하게 바꾸는 듯 하다. 물론 그로테스크한 묘사도 빠지지 않는데 이는 표지와 잘 어울렸다. 표지의 언덕 위에 놓인 그림들을 보며 소설 속에 등장한 것들을 되새겨보기도 했다.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죽었는지를 얘기하기도 하고 죽고 나서 병에 담겨 머리카락, 귀 등의 일부만 남아서 밖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여러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된 듯 보이는 이야기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이리하여 연작장편소설이 탄생하는 듯하다. '우리집'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각 챕터가 시작하기 전 따로 화자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이 사람은 누구일까, 어떻게 죽었을까, 전편에 나온 인물과는 어떻게 얽혀있을까 등을 생각하며 읽어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순식간에 빠져들어서는 읽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온다리쿠의 힘을 느끼기도 했다.

 어딘가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는 호러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넘어서 환상소설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딘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다음번 재독시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온다 리쿠. 이번 소설에서도 그런 자신의 특성을 발휘하여 독특한 소설을 탄생시킨 듯 하다. '우리집'에 살아온 사람들의 과거와 기억들이 축적되어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올해를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책 두께가 얅아서 놀라는 것은 좀처럼 흔하지 않는데, 서점에서 봤을 때 조금 놀랐다. 두께는 단편집인 <도서실의 바다>나 <1001초 살인사건>정도일까. 1001초 같은 경우는 책 크기도 작아서 비교하기가 뭣하지만서도 말이다. 금방 읽어버려서 조금 짧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쉽다는 것과도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1년에 놀라울 정도로 많이 번역 되어 나오던 온다리쿠 책은 요즘 뜸해져 있었다. 올해 역시 조금 뜸한 채로 한권 한권 나올 듯하다. 그래도 이렇게 한권 씩이라도 나와주니 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곧 이어 또 온다 리쿠만의 색을 지닌 소설을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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