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우 - 개정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 <리오우>의 화자는 일본인 대학생 요시다 가즈아키이다. 그가 여섯 살 때 어머니는 자오원리라는 집 주변 평범한 공장 이상이었던 모리야마 공장의 중국인 사내와 도망가 버림받았다. 그 뒤 외조부집에서 지내며 자란 요시다 가즈아키는 대학생이 되고 프리터로 일하며 적당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릴적 집 근처 공장에서 자랐던 영향이 있는지 금속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의 매커니즘을 좋아했다. 그런 금속 물건에는 총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고급 회원제 클럽인 나이트게이트에서 리오우를 만나고 총기로 인한 살인사건의 발발, 가즈아키는 경찰에 조사를 받게 된다.
 나이트게이트에서 처음 본 리오우는 춤을 추고 있었고 가즈아키는 그의 그런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얼마 뒤 스즈키라는 이름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고 모리야마 공장에서 만나 훗날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야밤에 부두에 숨겨진 밀수총기를 훔쳐낸다. 그리고 가즈아키는 사사쿠라와의 거래로 모리야마 공장을 부도로부터 지켜내고 리오우는 배를 타고 떠난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가즈아키는 나이트게이트 사건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4년 간 감옥에 가게 되고 출소한 후 모리야마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모리야마의 사후 후, 그의 공장을 이어받아 가즈아키는 후계자가 되고 틈틈히 공장을 운영 하던 중, 감옥에서 만난 조폭 히라구치와 반년에 한 번 정도 아무도 없는 섬으로 총을 테스트하며 보내곤 한다. 그리고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인연이라는 듯', 가즈아키 주변의 모든 일든은 리오우와 연결되어 있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리오우를 향한 가즈아키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도, 인연도 아닌 가즈아키가 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처음 리오우를 만났을 때부터 그간 있었던 사건들, 그와 헤어진 뒤에도 자꾸만 들리는 그의 소식은 그가 듣고 싶어했고 그래서 사건에 개입했으며 리오우에 관련 된 것이라면 일상까지 내팽겨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본 소설이 본의 아니게 BL소설이라고 많이들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가즈아키가 나이트게이트에서 경리책임자 가와시마와 육체적 관계가 있었지만 그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 관조적이다 못해 허무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가즈아키의 생각 속에 뿌리내린 리오우라는 존재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자신의 주변 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개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리오우는 가즈아키의 삶에 터닝 포인트가 되는 인물이 되는데, 그 묘사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에서 볼 수 없었던 격정적인 감정이나 간절한 소망등이 들어났기때문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단순한 동성애를 뛰어넘은 무언가로 우정, 부정, 가족애등을 모두 포함한 사랑이라는 카테고리, 그 자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즈아키와 리오우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자 가족이었고 인생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었다.

 딱히 BL소설이나 미스터리나 추리로 어느 하나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필자 심정. 어느쪽으로 봐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분류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즈아키도 꽤나 한 인물 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리오우는 그를 훨씬 뛰어넘는 그야말로 미남자로 묘사되어 나오는데다가 리더쉽에 머리까지 똑똑하고 못하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 지는데 그는 갱이었다가 공산 게릴라였다가 마지막에가서는 실업가까지 되는 변화무쌍한 인물로, 본 소설의 배경은 오사카의 모리야마 공장을 필두로 일본,중국,대만, 홍콩, 미국, 필리핀 등 세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케일하나 무척이나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일본 대학생이던 가즈아키는 어쩌다가 이런 큰일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 어릴적 놀았던 모리야마 공장이 발단이 되었을까.

 가즈아키는 리오우가 한때 내연녀가 있었고 자식까지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아버지가 된 리오우를 생각한다. (이 사건이 더 뒤에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총에 맞아 병원에 누워 있던 리오우는 유체이탈을 해 가즈아키를 찾아와 데릴러 왔다며, 잉화뚠에 매년 천그루의 벚나무를 심을거라며 네게 바치는 거라고 얘기한다. 그 뒤, 그 모든 것이 사실임을 가즈아키는 알게되고 벚나무는 천그루로 충분하다며 리오우의 대변인을 통해 말을 전한다.

 일본의 상징인 벚나무는 이야기 내내 나오는 소재 중의 하나로 모리야마 공장 근처에 무척이나 오래 되고 예쁜 벚나무가 있다. 벚나무의 등장은 그야 말로 일본스럽다 못해 그 자체이며 살인사건,총,심문 등 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찾는 낭만과 여유를 내포하고 있었다. 리오우가 유체이탈 했을 때에도 등장한 벚나무는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흩날리는 벚나무의 꽃잎과 식탁을 마주보고 앉은 두 남정네라. 하하. 대사까지 아주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가지 시작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가즈아키는 모리야마의 딸 사키코와 결혼하게 되고 아들도 가지게 된다. 그 뒤 리오우를 만나러 중국에 가겠다는 가즈아키의 말에 사키코와 다투게 되고 사키코와의 다툼과 화해로 지금까지는 자신과는 마치 다른 별개의 것처럼 생각되었던 감정들인 부정과 가족애, 사랑등을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 몇명의 대역을 세워 세계를 흔드는 리오우를 끌어내기 위해 가즈아키 주변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희생양으로 사키코는 우편 폭탄에 의해 죽게된다.

 무미건조하게 삶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마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대하며 사람에 대한 애정따윈 없는 것처럼 굴던 가즈아키의 변화는 리오우에 의한 것이 아닌, 처음으로 자기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는 무언가와 닮아 있어서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그 뒤 중국 잉화뚠에 아들과 함께 가 리오우를 만나고 리오우가 일궈놓은 그 땅에 살게되는 가즈아키. 벚나무의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리오우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끝나는 해피엔딩. 어느덧 책을 덮으니 젊은 시절의 가즈아키와 리오우는 폴라로이드 사진에 피스 사인을 하며 웃고 있었고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멋진 두 남자가 드디어 만나 같이 걸어가는 뒷 모습이 보였다. 

상세한 오사카 지명과 권총을 비롯한 배경등의 디테일한 묘사는 현실감을 더했고 머릿속에는 영화 한 편이 그려졌다. 물론 아무리 오사카지명을 들어도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알 수 없었고 권총의 디테일이나 용어는 아무리봐도 낯설고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저 그런 것도 다 뛰어넘어서 좋았다. 참고로 오사카는 다카무라 가오루 여사님의 고향이니 더 자세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필체답지 않게 무척이나 거침없고 스케일도 크고 빠르게 흘러가는 진행에 눈 코 뜰 새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가즈아키의 시선에서 상황을 보고 생각을 하며 1년, 2년, 3년... 10여년이 넘는 시간을 같이 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얇아지는 책의 두께에 아쉬워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이야기. 무척이나 가독성 있는 작품이다.  


  요시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 일이 아니다,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니다, 결국은 나와는 관련이 없다라는 식의 비슷한 결론을 내며 자기 주변 상황을 외면하고 자신의 감정을 외면한 가즈아키는 꽤나 나와도 닮아있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 일이 아닌걸.'이라는 태도는 타인의 일에 개입 해 귀찮은 일은 겪고 싶지 않다는 서구적이고 개인적으로 변한 현대인의 일면도 보여주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니, 사실 매우 아쉽다.) 책 하단 페이지 마다 있는 글씨와 챕터별로 새 이야기가 시작될 때 있는 두 줄의 짧은 문구의 글씨체는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었다.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다. 본 이야기는 꽤나 진지한데 그렇게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글씨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뭐, 글씨체야 어찌되었든 내용이 중요한 거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