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0/09/12

 

<ZOO>오늘 다 읽었습니다.

사실 본편인 ZOO가 생각보다 재미없어서 약간 버려뒀다가 다시 거둬드렸죠. 잘 한 짓이었습니다.

마냥 눅눅하고 어둡고 잔인한 이야기만 있는게 아니라 잔잔하고 여운도 남고 가슴아픈 이야기도 녹아있는 단편집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퓨어계니 다크계니 이런말 쓰는데 결국 하나가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게 합니다.

너무 순수한 것이 어둠을 낳기도 하고 반대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결국 같은 거겠죠.

 

 

첫번째 이야기인 <SEVEN ROOM>.

7개의 방. 오츠이치 특유의 어린아이 시선에서 이야기하기가 참 좋았습니다. 오히려 더 끔찍하고 잔인하고 무서웠다고 할까요.

태연하게 말하지만 그게 더 오싹했습니다. 심리묘사가 좋았어요. 마지막에 안타까웠습니다. 같이 살아나갔으면 좋았을텐데.

굉장히 재밌게 읽어서 사실 본편인 ZOO에 실망한게 아닌가. 세븐룸은 너무나 강렬했어요. 아직도 잔상이 남아 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SO-far>.

너무 멀다도 되겠지만 발음 나는 대로 읽으면 '소파'죠. 이야기에 소파가 많이 등장합니다. 거의 핵심 사물이네요.

반전이라고 하면 반전이 있습니다. 부모로 인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어떻게 대처하는 극단적인 예가 아닌가 합니다.

 

세번째 이야기인 <ZOO>.

별로 재밌게 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쳐가는 한 남자의 내면, 죄는 알지만 자가본능때문에 차마 인정은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연극을 하는 것이 인상깊었죠.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짜증이 낫기에 재밌지 않았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건지도 모를일입니다.

 

네번째 이야기 <양지의 시>

햇볕이 드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까요. 삶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찾아가는 꽤나 심오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이야기 내내 꽤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더군요. 제목을 햇볕이 드는 시간으로 해석하면 그건 삶일까요, 죽음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일까요?

읽어보시면 나름대로 각자 답을 찾지 않을까.

 

다섯번째 이야기는 <신의 말>

읽으면서 내내 웹툰 <노블레스>가 생각났습니다. 라이가 적들에게 '나는 너에게 움직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하면 막 안 움직이고.(정신지배라고 나옵니다.)

하여튼 그래서 내내 보면서 재밌었습니다.

 신의 말. 한자가 달려 있지 않았지만 God할때의 그 신이 아닐까. 신의 말, 즉 절대적인 말, 절대자의 말이 되어버리니까. 뭐든지 말로 상대를 조정할 수 있으니 꽤나 무섭지만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데스노트>처럼 룰도 있더군요. 룰이 있으니 완전히 절대적이지는 않겠네요. 인간이니까 그런 룰이 있는게 아닐까. 반전도 있습니다.

 

여섯번째 <카자리와 요코>

수면상태에서 읽어서 책을 훑어봐도 뭐였지, 가물가물 하네요.

어린아이가 또 화자입니다. 반전인지 모르겠지만 끝에가서 좀 섬뜩했습니다. 어떻게 될지 예상했는데도 역시 보니 놀라게 된달까.

그런데 좀 과한 설정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고.

 

일곱번째 <Closet>

제법 본격적인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괜찮았어요. 반전도 있고. 새벽에 잠자다 중간에 끊겨서 다 읽고 한번 더 읽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대사하나하나가 나중을 위한 토대가 되니 기억나지 않으면 끝에 찝찝하더군요. 

위에는 계속 심리 위주였기에 무척이나 신선. 오츠이치의 책 속에는 늘 많이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름만 거론된다거나 별로 비중이 없는 듯한)이 범인이 되곤 하네요.

 

여덟번째 <혈액을 찾아라>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려 화자가 할아버지네요. 자신의 죽음을 앞에두고 그런 소릴 해서 웃을 수 밖에 없었겠죠.

읽으면서 웃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참 씁쓸한 얘기였습니다. 딱 봐도 대 놓고 사회비판 아니었나,라고 생각합니다.

돈, 이기적인 사람, 사라진 가족애 등도 찾을 수 있고.. 막판에 반전도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혈액을 찾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추리를 합니다.  풍자라는 단어의 의미는 이럴때 쓰는 거겠죠.  

 

아홉번째 <차가운 숲의 하얀 집>

이건 꽤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향수>가 떠오를 정도로 기이한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죠.

끝이 저는 좋았습니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어요.

 

열번째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납치사건 이야기입니다. 이것역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 보여요. 이런 소재 다루는 걸 오츠이치는 좋아하는지도.

재밌습니다. 뼛속까지 세일즈 정신이 박힌 세일즈맨가 복수에 눈이 먼 여인의 거래이야기는 참 재밌어요. 그 상황에서도 그러다니!

그런데 그런 상황이라서 더 재밌지 않나,라고 생각.

 

 

 

전체적으로 잘 넘어갑니다. 흡인력 있고 술술 넘어가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으면 됩니다. 의미야 부여하기 나름이고.

새벽에도 일어났다 잠들었다 하면서 읽다가 결국 그냥 잠들었죠. 닭이 울까봐 ..;

새벽 잠까지 아끼며 읽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