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막시밀리안 헤커의 곡을 들은 것은 'Dying'이라는 곡이었다.  

자주 찾는 블로그도 아니었는데 문득 들어가봤더니 메인에 떠 있었고 우연치 않게 플레이를 해보았었다.  곡 내내 흘러나오는 것이라곤 I'm dying이라는 말뿐.  피아노 곡과 그의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것만 같은 여린 목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죽음이라는 것은 추하고 또 무서운 것인데 그의 곡을 듣고 있노라면 죽음도 아름답고 그 마저도 숭고하게 느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이 앨범(Lady sleep)을 주문했다. 받고 죽은 듯이 누워서 그의 곡들을 하나하나 들었다.  

아름답고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이 점점 커지면서 애달프게 울부짖는 듯한 Brich ,그녀와의 달콤한 일상의 감성을 녹인 Anaesthsia.... 조금씩 부서져가는 내면을 아름답게 그린 Summer days in bloom, Daze of nothing, Everything inside me is ill. 조금 더 격해진 자신의 감정을 토하는 Full of voice,  Yeah, eventually she goes. 읊듯이 애달프게 자신의 감성을 노래하는 Snow, Help me, Dying. 그리고 끝을 맺는 lady sleep.

 

너무 슬퍼서 주체 할 수 없을 때도 그는 가끔 나 내신 애달프게 노래를 불러주고 피아노를 쳐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음색에 울고 웃었다.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손놓아 버리고 싶을 때도 그의 음악은 내 옆에서 나를 위로 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그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 지금 나의 이 기분을 이해하고 그 기분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는 사랑으로 인한 아픔을 극적이고 어쩌면 과장되어 보일정도로 크게 부풀려 놓았다. 사랑을 잃고 다른이에게 버림 받은 그는 절망과 허무함 그리고 공허함 속에서 헤엄친다. 

 그녀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나의 쉼터이고 나의 백일몽의 여신이며 그리고 닿을 수 없는 존재라며 찬양하듯 자신의 사랑을 토한다. 그녀가 있는 하루하루는 마치 내 인생의 첫날과 같고 그녀가 있어서 나는 마비된 듯 행복하다. 그리고 매미가 울고 초목이 푸르른 여름에 서서히 멀어져갔다. 하지만 떠났다. 사랑이 떠났다. 언젠가 부터 하루하루가 비어있고 허무함을 느꼈다. 내 안의 모든 것은 일그러지고 마음이 아팠다. 당신의 모든 목소리, 행동이 떠오르고 나를 가득채웠다. 그녀의 빈자리에, 자신을 위로했던 그녀의 사라진 손길에 나는 이렇게나 아픈데 모른채,외면하는 그녀에게 당신은 어째서 모르냐며 날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린다. 나는 그녀의 생각에 울고 웃는다. 그리고 극에 달한 슬픔에 나는 삶의 기력을 잃고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죽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끝내 나는 애써 그녀가 떠난 사실을 미화시키고 없던 사실로 하려고 했던 나는 그녀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슬픔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그녀가 떠나고 내 삶은 여전히 우울하고 비참하지만 격하게 자신이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녀가 떠남으로 인한 슬픔을 노래한다.   

 나는 마지막 부분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머뭇거리며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현실이 고개를 들고 나를 침식해가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스스로 그 껍질을 깨고 나와 세상을 마주하고 진실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졌다.  

 하지만 마지막 lady sleep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처음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나타난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봐도 그건 좀 억지인것 같다. 여인과의 사랑에서 회피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니. 이건 내가 싫다.  

 그녀가 떠난 현실을 인정했지만 끝내 다시 환상 속으로 들어가 그녀와의 달콤한 어제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만나 그녀와 나는 지금 행복하지만 이전 사랑처럼 떠나가고 나는 아플것이라는 것을 알고 당신은 떠나지 않고 내 곁에 영원히 머물러 줄 것이냐고 끝을 맺고 있다. 

 내 생각에는 후자 쪽이 더 그럴싸한 것 같다.  

 인생이라는 건 멈춰있지 않고 돌고 돌고 또 돌고...  보통 과거에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피하기 마련이다. 특히 사람과 관련된 것, 감정같은 것이라면 그것은 송두리째 뽑기 어렵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와 같이 영원히 자리잡고 몸 속에 새겨지는 것이다. 

 막시밀리언은 상처받은 자신을 회복시키는 데에는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들지만 그 상처를 딛고 또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나누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있어서 무척이나 인상깊다. 하지만 그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있는 The Days Are Long And Filled With Pain (sung by Niina Susanna Rinne) 은 여성이 불러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마치 자신의 감성을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또 다르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불렀을 때는 떠나간 그녀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찬 자신의 내면, 그리고 그녀 없이 내일을 맞이해야 하는 비애를 노래하고 있다면 여성이 부르니 마치 떠나간 그녀에게 나는 이러한데 당신은 어떠한가요? 당신 역시 나처럼 아픈가요?라고 역설적으로 묻고 있는 것 같다.   

 또다른 보너스 트랙인 Sleepy Lad은 시규어 로스처럼 웅장한 몽환스러움은 아니지만 충분히 막시밀리언스러운 색깔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특유의 가녀리고 반복적이면서 중독성 있는 피아노 선율과 뭐라하는지 모를 웅얼거림(!)이 같이 울려퍼진다. 끝으로 갈수록 점점 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듯한 피아노 소리에 조금 여운이 남았다.

 

 rose와 Infinite love songs는 Lady sleep 다음으로 들었는데 Lady sleep 만큼 인상깊지는 않았다.  

 Infinite love songs에서 그의 우울한 감성이 시작되어 rose에서 고조되고 lady sleep에서 절정에 달한 것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네이버 블로그 음악에 있는 곡이기도 한 (사실 lady sleep 모든 곡을 넣고 싶었으나 안되더라.) 이 곡은 블로그에서 처음 들었다.  

 메인곡은 그의 전작들의 감성과 같이 우울하고 슬픈 감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좀 더 힘있고 뚜렷해진 목소리에 나는 그의 변화를 느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앨범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Once I was와 One day에서는 그의 여리고 부드러운 목소리 대신 그의 원래 목소리로 부른 노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의 부서질듯한 음색과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을 사랑했던 나는 적잖게 실망했다.  

 하지만 이건 그의 변화이고 그의 성장이었다.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줄 정도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앞으로의 전진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나를 두고 또 한발 훌쩍 나아가버렸다. 

 또 다시 그의 음악을 통해 위로 받고 싶었던 나는 나를 두고간 그가 야속하면서도 부러웠다.  그의 성장한 음악을 거북해야하는 자신을 보며 아직도 lady sleep을 들었을 때의 그대로인 자신의 모습을, 아직도 어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의 음악과 함께 나아가면서 그의 음악을 더 사랑하고 계속 좋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직 그럴때가 아닌 것 같다. 시간을 보내고 세월을 보내고나서 들어보면 좋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외 막시밀리언 헤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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