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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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건의 초기작이자. 소설집. <맡겨진 소녀>나 <이토록 사소한 것들> 대비 과감하고 거친 느낌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자기 말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그 사이에 놓인 모든 오해의 가능성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푸른 들판을 걷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54

미친 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마거릿이 생각했다. 때로는 모두가 옳았다. 미친 사람이든 제정신인 사람이든 대체로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자신이 원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푸른 들판을 걷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62

우리는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받는 키건의 작품들을 통해 분명 현대적인 배경인데도 예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의 아일랜드에서 파란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허진

"푸른 들판을 걷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74

바로 그것이 그녀가 한때 바라던 일이었지만 세상에서 두 사람이 같은 순간에 같은것을 바라는 일은 거의 없다. 때로는 바로 그 점이 인간으로서가장 힘든 부분이다. - P52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입만열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말을 한다. 자기의 말에 자기가 슬퍼한다. 왜 말을 멈추고 서로 안아주지 않을까 - P103

성인이 된 다음에도 근거 없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그렇게 빨리 증명 된다면 좋았을텐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대체로 어둠 속에서 지내는 것이었다. - P190

이미 일어난 과거를 말로표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과거는 곧잘 배신을 했고, 천천히 움직였다. 자기만의 속도로 결국은 현재를 따라잡을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뭘 할 수 있을까? 후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고 슬픔은 과거를 다시 불러올 뿐이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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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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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모두 양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이름으로 절대 선, 절대 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권의 적용과 해석이, 운동과 저항이 선택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순간 ‘인권’의 단어가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어 씁쓸하다. 이런분은 부디 그렇지 않길. 그냥, 사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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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번역: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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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번역가의 인지도가 이만큼 인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은 역자를 보고 선택하기도 했지만 영상컨텐츠는 그렇지 않았으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겠지만) 기대를 잔뜩 가지고 읽었고 뭔가 더 벅연작업과의 절묘한 연계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아서 좀 서운한 면이 있었다. 그래도 글을 다루시는 분이라 글맛과 직업에 대한 나는 알 수 없는 어떤 면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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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이 길어질 수록 뭐지 싶었고 이 책에서는 특히, 삼미 슈퍼스타즈 해체 전후로 뭔가 전개와 지루함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조금 찾아보니 큰 표절 사건이 있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든 느낌이 표절 때문이었겠다 싶었다. 원글이 너무 궁금했다. 얼마나 베낀(?) 거였을지. PC통신 시절 글이라고 해서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표절 대상이 된 글을 글쓴이가 직접!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원글을 보면 누구나 직접 판단 가능하리라 본다. 작가는 글 쓰는게 안부끄럽나? 수상도 취소가 맞다고 본다. 아니면 이제부터 나에겐 한겨레 문학상은 신뢰도 바닥. 안쳐주는걸로 해야지. 원글 블로그 주소 함께 남겨 놓는다.

https://m.blog.naver.com/9dreams/220484873416

16살의 여름밤이었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과연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외동아들이었고, 거의 이대로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인생이었다. 타율로 치면 2할 2푼 7리 정도이고, 뚜렷한 안타를 친 적도,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친 적도 없다.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도루를 하거나 심판을 폭행해 퇴장을 당할 만큼의 배짱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맙소사, 이건 흡사 삼미 슈퍼스타즈가 아닌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40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원년의 종합 팀 순위로 그것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 청룡: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스: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아아, 실로 무서운 프로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고 16살의 나는 생각했다. 그저 평범한 삶보다 조금 못하거나 더 떨어지는 삶은 몇 위를 기록할 것인가? 몇 위라니? 그것은 야구로 치자면 방출이고, 삶으로 치자면 철거나 죽음이다. 그런 삶은 순위에 낄 자리가 없다.평범한 삶을 살아도 눈에 흙을 뿌려야 할 만큼 치욕을 당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니까.
찬찬히, 나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위의 순위는—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일종의 최면처럼 거대한 오해와 착시錯視를 유발한다. 위의 순위를 다시 성적순으로 나열해보자면—


1위 OB 베어스
2위 삼성 라이온즈
3위 MBC 청룡
4위 해태 타이거즈
5위 롯데 자이언츠
6위 삼미 슈퍼스타즈


아무리 봐도 3위와 4위가 그럭저럭 평범한 삶처럼 보이고 6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하위의 삶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꽤 이상한 일이긴 해도 원래 프로의 세계는 이런 것이라고 하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43

헤어진다는 것은—서로 다른 노선의 전철에 각자의 몸을 싣는 것이다. 스칠 수는 있어도, 만날 수는 없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31

‘평생 직원’은 존재해도 ‘평생직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50

"이젠 1루로 나가서 쉬란 말이야…. 쉬고, 자고, 뒹굴고, 놀란 말이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봐.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 물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겠지. 어차피 세상은 한통속이니까 말이야. 제발 더 이상은 속지 마. 거기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 내가 보기에 분명 그 공은—이제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볼’이었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65

이곳은 무엇이 들어와도 국내 최후이며, 삶의 분주함으로 따지자면 국내 최저이며, 그 어귀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동네 사우나탕 정도의 규모를 지닌 국내 최소의 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변함없이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할 만큼의 일을 하고, 먹을 만큼의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것이다. 글로 정리하고 보니 마치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같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308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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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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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론에 대한 각 소설가들의 관점과 문체를 통해 몰랐던 소설가들의 소설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친근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떠올리며 관점을 대입해 보는 재미와 몰랐던 작가들 이지만 나랑 맞을 것 같은 작가의 발견도 쏠쏠한 재미였다. 심심해서 쓴다던 박민규 작가가 젤 천잰가 싶은 생각도 ㅎㅎ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무심코 책 펴보면 만날 수 있는 내용의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 내가 돌아온 곳, 한창훈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10

그곳은(헌책방) 보물창고라기보다 눈으로 열심히 호미질을 해야 하는 자갈밭에 가까웠다. 나는 계획과 다른, 계획에 없는 책을 샀다. - 구입한 책 중엔 옥타비오 파스, 《성학사전》, 《아담이 눈뜰 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창비와 문지에서 나온 시집 몇 권, 서울대학교출판사의 문예사조 문고판 시리즈 등이 있었다.- 취향도 없고 계통도 없는 선택이었다. 책값은 약 십만 원 정도 들었다. - 어머니께 용기 내어 말한 돈이었다. - 그때는 왠지 십만 원어치 지식을 사재기하고 나면 내가 굉장히 똑똑해질 줄 알았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 여름의 풍속, 김애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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