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순 - 첫마음 (Virgin Heart)
강권순 노래 / 씨앤엘뮤직 (C&L)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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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천만 다행이다.  

만약 이 음반을 사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강권순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살았다면 어쨌을꼬! 

물론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기야 했겠지만, 나는 강권순의 소리를 들으면서 새로운 즐거움과 위안을 얻었다.  

이 호흡과의 싸움.  

강권순의 소리는 내쉬고 싶고, 들이마시고 싶은 원초적 욕망과의 싸움에서 절제가 차분히 이겨낸 소리다. 물론 여기저기 길게 빼고 내지르는 소리들은 많다. 그들도 호흡과의 싸움을 벌였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강권순의 호흡은... 그런 한판 승부와는 또 다른 힘을 지녔다. 애초에 싸움이 안 된다는 듯이 조용히, 지긋이 호홉의 욕망을 눌러내린다.  

이런 호흡을 지닌 가수(이 표현, 싫어할 사람도 있겠다)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런 가수의 소리를 듣게 되어서 다행이다.  

이제 나는 "강권순을 듣는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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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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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많이 불편했다.  책을 덮어 버릴 정도로. 

글이 나쁘거나 시시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너무 불편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게 이럴 때는 독이 되는 것 같았다. 수용소 안의 짐승 같은 생활, 눈먼 자들의 막막함이 너무도 깊이 다가와 불편함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독서의 속도도 나지 않았다. 정말로, 이야기의 호흡과 똑같은 속도로 책을 읽었다. 꽤 오랫동안 이 한 권을 붙들고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과연 회사에서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리면, 더듬더듬 기어서라도 집에 안전히 찾아갈 수 있을까? 아내도 두 아이가 기다리는 내 집으로 찾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조금씩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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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 국가 경쟁력 1위의 비밀
리차드 루이스 지음, 박미준 옮김 / 살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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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책을 살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표지만 보고, 표지에 올라간 몇 문장만 보고 함부로 책을 덜컥 사들여서는 안 된다는 거다. 책값도 책값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투자한 시간이나 책을 읽고 상해 버린 마음까지 생각하면, 간혹 해로울 수도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이나 한 두 판 더 할 것을, 하는 생각이 그래서 드는 거다. 

잘 만들었다. 기대한 것은 제목과 같은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였으나 실상 내용은 <핀란드분, 핀란드인, 핀란드놈> 수준이었다. 그래서 잘 만들었다. 책에 아주 간간이 들어 있는 내용을 표지에 잘 올려 놓았으며, 마치 이 책을 읽으면 핀란드의 우수한 복지제도나 교육 시스템, 기업 환경 등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요새같이 북유럽 사회제도에 대한 동경이 큰 때 이런 식의 포지션은 대단히 정확했다.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겠다. 원래 그런 책인 줄 알고 저작권을 사들였는데, 막상 번역 원고를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처음의 의도대로 포지션을 한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기획 의도에 맞는 책을 찾으려 했는데 눈에 잘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애초부터 이런 책인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억지로 끼워맞추었을 것이다. 책의 담당 편집자가 기획의 주체였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기획과 무관하게 자기에게 떨어져 시발시발하면서도 책을 이렇게 잘 만들었을 수도 있다.  

잘 만들었다. 잘 팔렸지 않은가? 그러면 잘 만든 거다. 좋은 책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잘 만든 책이다. 게다가 뻥을 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표지에 올라와 있는 텍스트들 모두 본문에서 잘 가려 뽑은 것이다! 이토록 책을 잘 만든 출판사와 담당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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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사의 세계 - 미래를 보는 눈
요한 갈퉁.소하일 이나야툴라 편저, 노영숙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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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쌩뚱맞을 수도 있겠다.
이 마당에 거시사라니.
1989년에 하와이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주최한 거시사에 관한 사회이론 세미나를 바탕으로 나온 책이고, 한국어 번역본은 2005년 봄에 나왔다. "편집자 서문"에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출간의의를 밝혀 놓았다.(불필요한 얘기 같다.)
 

사마천에서부터 아이슬러까지 20명의 거시사가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들의 생각을 비교하고 종합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상 편집이 산만하고 각 장의 시도가 무리였다는 생각도 든다. 세미나를 정리한 책이라는 한계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은데, 세미나의 흐름을 따라서 편집하기보다는 아예 전체적으로 새로 구성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거시사란 사회 체제의 궤적을 따라가며 패턴을 발견하고자 하는 역사 연구 방식이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과 사물에 대한 흐름을 좇는 것이 아니라, 탐색할 수 있는 가장 먼 과거부터 내가 살고 있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좇는 것이며, 그 안에서 하나의 공통된 맥을 짚는 것이다.
따라서 거시사에서는 무엇보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 역사를 어떤 기제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지, 인간은 어떤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지에 대한 시각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사관史觀이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20인의 거시사가들은 각자 나름의 사관에 따라 자신의(자신이 접한) 역사를 정리한다. 그것이 음양오행설에 따른 순환형 역사이든, 신의 뜻에 따라 정해진 "종말"을 향해 치닫는 선형 역사이든, 각각의 거시사가들이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만든 체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때 쇠퇴하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때 흥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관을 통해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어떤 것을 피하고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비슷비슷한 미시사 소품들을 통해 잡학지식을 늘릴 수 있었다면(비아냥이 아니다), 이 책을 보면서 역사에 대한 큰 틀의 고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거시사가는 담론의 흐름을 사소한 것에서 거대한 단계 층위의 사건으로 돌려놓는다. 이들의 단계들은 정책 결정을 위한 구체적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미래에 대한 대안적 사고방식을 제공한다. 단계들은 또한 미래에 대한 연구에 닻을 제공하며, 토론이나 대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들 단계가 없다면, 미래에 대한 생각은 몹시 특이하거나 지나치게 가치 중심적인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305쪽)

각 거시사가의 이론은 행여나 심심할 때 소개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심심할 틈이라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엔 아이슬러의 "지배자 모델에서 동반자 모델로의 전환"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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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心 (단심) - 유미리, 박애리, 장문희, 김지숙 단가 - 국악방송 새음원 시리즈 - 새로운 천년의 약속 24
유미리 (국악인) 외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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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단가라는 게 다 뻔해서 같은 노래를 두 번, 세 번 드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각각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는 또한 느낌이 다르다. 

같은 <이산저산>(<사철가>)이라도 유미리가 부른 것, 장문희가 부른 것이 다르다. 또 같은 <강상풍월>이라도 박애리가 부른 것과 김지숙이 부른 것이 다른다.  

결코 같는 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연장을 거의 찾지 않는 나는 이렇게나마 쉽게 듣기 힘든 젊은 소리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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