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뛰는 삶의 이력서로 다시 써라! - 인생의 롤모델을 찾아 떠난 인터뷰 세계여행
볼프강 하펜마이어 외 지음, 김요한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네 살.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고 아이가 둘이다. 내 소유의 아파트가 있지만 앞으로 30년 동안(정확하게 28년) 갚아야 할 대출금이 산더미이고, 자동차가 있지만 30개월 동안 갚아야 할 할부금이 남아 있다.
넉넉치 않은 월급으로 매달 똑 떨어지게 생활하고 있고, 일 때문이든 육아 때문이든 자기계발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가방 안에 책 한 권을 항상 넣어 다니긴 하지만, 출퇴근길 전철과 버스에서는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늘 일에 치이고 있으며, 어쩌다 남들처럼 퇴근하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아빠 얼굴 구경시켜 주느라 책 한 줄 펼쳐 보지 못하고 산다.
열심히 일하는 게 인생의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5년까지는 지금 직장에서 버티겠지만, 그 후는 막막하다. 평생 직장도 쉽지 않으며, 지금 하는 일 또한 평생 직장으로 안정감은 떨어진다. 세 살, 한 살배기 아이를 도맡아 키우고 있는 아내는 사회복지 관련 학점 인증을 받으려고 사이버 대학에 등록했지만 강의 듣기도 빠듯하고, 불안한 앞날에 틈만 나면 부업과 창업을 뒤지고 있다.
현실을 피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또 일에 파묻힌다. 그렇게 시간은 가겠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고 소문을 들을까? 열심히 일하고 인정 받고 알맞게 승진하다가 때 되면 퇴사하여(당하여) 본의 아니게 자기 사업하고, 간신히 아이들 대학 보내고 부족하면 학자금 대출 받고 얼른얼른 시집장가 보내면 되는 걸까? 그러면 잘사는 걸까? 아니, 그렇게라도 할 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 또한 그랬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쉽지 않다. 그때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돌아 보면 지금 그저 어영부영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항상 절벽 끝에 서 있다. 조금만 여차해도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 판이다. "평범하지 않은" 삶은... 글쎄 꿈속에서나 가능할까?
이 책을 보니 10년 전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나는 꿈도 많았고, 제법 컸다. 대학원에 가고 싶었고, 거기서 좀 날려 보고 싶었다. 유학도 가고 싶었고, 거기서도 날려 보고 싶었다. 아예 작정하고 사회운동에 뛰어들 생각도 했고, 언론인이 되어 고생스럽긴 해도 폽 나는 삶을 꿈꿔 보기도 했다. 활짝 펼친 부채처럼 내 앞에 많은 길이 있었고 무엇이든 선택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선택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인생 쉽지 않더라.
문제는 용기였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내가 실제로 한 것은 없었다. 결국 흘러가는 대로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면서 산 줄 알았는데, 순간순간의 선택에 떠밀리고 말았다. 
이 책에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나온다. 자신들의 삶의 영역 안에서 안온하게 살 수 있던 사람들이었고, 또 일부는 그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들은 산다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를 꺼내들었고,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 극복하려 한 사람들이다. 이미 스스로 나이가 많다거나 가진 게 없다거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했다면,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혹은 그저 조금 더 편하게 지냈을 뿐이다. 행복? 글쎄, 그들도 끊임없이 행복이란 무엇인지 물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신해철의 노랫말처럼 "여자, 큰 집, 빠른 차"를 찾아다녔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23명의 삶은 하루하루가 가슴 벅차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들은 지치지 않는다. 또 다른 일, 자신이 하고 싶으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일을 찾아 그것을 실행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바쁘지만 일에 치이지는 않고, 수입이 적을지 모르지만 가난하지 않다. 마음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더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용기가 있으니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가난의 바다 한가운데서 일생을 돈만 좇으며 살았노라고 말하며 죽긴 싫"다는 남아공 빈민 출신의 아이작 숑웨. 그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피하지 않았고, 거기에 순응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만 꾸리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걱정한 것이다.
아마존 정글에서 자랐으나 페루 수도 리마의 자칭 "쓰레기 여왕"이 된 알비나. 그녀는 대학 진학을 위해 유학온 도시의 쓰레기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녀는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고,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었으며, 도시의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버드를 졸업한 월스트리트의 은행가 출신 크리스 아이레. 악마의 심부름꾼이 되어 자신과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돈과 일만 좇으며 산 그의 삶을 바꾼 것은 가족이었다. 일에 파묻혀 아이들과의 대화도 없이 사는 삶을 그는 거부했다. 그리고 자신의 프리미엄을 활용해 세상에 긍정의 임팩트를 던지고 있다. 바로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를 연결해 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23명의 이야기는 모두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겁을 집어먹지만 않는다면,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또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돈도 없고, 아이들도 둘이나 있다고? 글쎄, 그게 장점이 될지 누가 아는가? 나는 더 잃을 것도 없고, 아이들을 나처럼 살게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기만 하면서 살 것인가?

 

PS: "만약 누군가가 죽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이런, 사무실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크리스 아이레의 이 말이 바로 나한테 딱 맞는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란도란 2010-11-1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나태자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나태자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리플 남기고가네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