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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 국가 경쟁력 1위의 비밀
리차드 루이스 지음, 박미준 옮김 / 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책을 살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표지만 보고, 표지에 올라간 몇 문장만 보고 함부로 책을 덜컥 사들여서는 안 된다는 거다. 책값도 책값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투자한 시간이나 책을 읽고 상해 버린 마음까지 생각하면, 간혹 해로울 수도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이나 한 두 판 더 할 것을, 하는 생각이 그래서 드는 거다.
잘 만들었다. 기대한 것은 제목과 같은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였으나 실상 내용은 <핀란드분, 핀란드인, 핀란드놈> 수준이었다. 그래서 잘 만들었다. 책에 아주 간간이 들어 있는 내용을 표지에 잘 올려 놓았으며, 마치 이 책을 읽으면 핀란드의 우수한 복지제도나 교육 시스템, 기업 환경 등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요새같이 북유럽 사회제도에 대한 동경이 큰 때 이런 식의 포지션은 대단히 정확했다.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겠다. 원래 그런 책인 줄 알고 저작권을 사들였는데, 막상 번역 원고를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처음의 의도대로 포지션을 한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기획 의도에 맞는 책을 찾으려 했는데 눈에 잘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애초부터 이런 책인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억지로 끼워맞추었을 것이다. 책의 담당 편집자가 기획의 주체였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기획과 무관하게 자기에게 떨어져 시발시발하면서도 책을 이렇게 잘 만들었을 수도 있다.
잘 만들었다. 잘 팔렸지 않은가? 그러면 잘 만든 거다. 좋은 책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잘 만든 책이다. 게다가 뻥을 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표지에 올라와 있는 텍스트들 모두 본문에서 잘 가려 뽑은 것이다! 이토록 책을 잘 만든 출판사와 담당자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