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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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키미 하루키의 단편집. <고양이를 버리다>만큼 좋았으면 좋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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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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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었다. 무척 얇고 작은 책이었다. 손에 쏙 들어가서 출퇴근길에 다 읽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좀 의아했다. 내가 알기로는 하루키에게는 반려묘가 있는데 고양이를 버리다니. 무슨 말이지? 은유적인 제목인가 싶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키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러 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그 고양이가 집에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고양이도 귀소본능이 있나? 버린 고양이가 집에 왔으니 운명이라고 여기고 고양이를 키웠다고 한다. 하루키의 소설을 몇 권 읽고 산문집도 읽었다. 다른 책에서는 음악, 재즈, 술, 여자 이런 이야기가 많은 걸로 기억한다. 가족에 대해서는 처음인가 싶은데.






제목은 <고양이를 버리다>지만 책 내용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고양이를 버리러 간 기억부터 하루키가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해 쓴 책이다. 하루키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처럼 그랬나 보다. 지금 하루키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동생이랑 아빠는 사이가 좋은가. 한 번 물어와야겠다. 하루키의 아버지는 전쟁에 직접 참전했다. 자발적인 참전은 아니고 징집이라고 하나. 한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 전쟁은 정말 무서운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책에서만 본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그 이후의 전쟁에도 나간 거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 세대의 공기를 숨 쉬며 그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의 경향 안에서 성장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마치 요즘 젊은 세대 사람들이 부모 세대의 신경을 일일이 곤두서게 하는 것처럼. (p. 62)


책에서 보면 하루키의 아버지가 전쟁에 대해 잠깐씩 들려주는 부분은 진짜 옛날이야기 같다. 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는지 좀 알 것 같다. 우리 아빠나 엄마도 자신이 살았던 시대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은 너무 좋은 시대라고 말한다. 하루키도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아버지와 세대 차이가 심했을 것 같다. 가족 이야기를 책에 쓴 걸 보면 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 같다. 작가 후기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오래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언젠가는 문장으로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지 그 포인트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그 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p.96 )


하루키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해 그냥 쓴 게 아니라 책을 보면 자료 조사를 꽤 열심히 했다. 전쟁에 대한 부분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에 대한 부분도. 하루키의 어머니에게는 음악 교사인 약혼자가 있었다. 그도 전쟁에 나가 전사를 했다. 어머니의 약혼자가 죽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았고 그러면 자신도 태어나지 않았고 소설가도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 아, 유명 작가도 이런 생각을 한다니 의외였다. 마찬가지로 나도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상에 없다. 부모님에 대해 그냥 당연한 존재로 여겼는데 묘한 기분이 든다. 하루키의 이 작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 왜 고양이를 버렸을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하루키의 아버지가 참전한 전쟁, 역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까지 많은 걸 포함한 책인 것 같다. 책 속 곳곳에 귀여운 일러스트가 있는데 이 책을 잘 설명해 준다. 어린 하루키와 아버지의 모습, 고양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고 얇은 책인데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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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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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를 읽었다. 내가 딸이라서 엄마와 딸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친구처럼 자매처럼 지내는 딸과 엄마에게 갈등이 일어나는 그런 소설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정말 아니었다. 진짜 예상하지 못했던 소설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부모님 집에서 직장에 다닌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다. 김혜진의 소설은 반대다. 엄마의 집에 딸이 들어왔다. 엄마는 어쩔 수 없니 딸의 부탁들 들어준다. 겨우 집 하나 남았는데. 사정도 못하겠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니까. 모든 게 갈등이다. 딸이 하는 일도. 만나는 사람도. 그런데 엄마는 딸이 아니라 딸의 동성애인이 싫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딸이면 좋았다. 


어쩌면 이건 늙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시대의 문제일지도 모르지. 이 시대. 지금의 세대. 생각은 자연스럽게 딸애에게 옮겨 간다. 딸애는 서른 중반에. 나는 예순이 넘어 지금, 여기에 도착했다. 그리고 딸애가 도달할, 결국 나는 가닿지 못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을까. 아니, 지금보다 더 팍팍할까. (p.22~23)


엄마도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건 이해한다. 그래도 동성애인은 아니다. 동네 사람 보기도 창피하고. 어디다 말할 수도 없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엄마는 딸의 미래가 걱정이다. 엄마가 돌보는 치매 환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도 불안하다. 딸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는데. 자꾸 문제만 생긴다. 평범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내 딸이 이렇게 차별받는 게 속이 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그 애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돈 앞에서 쩔쩔매다가 가난 속에 처박히고 늙어서까지 나처럼 이런 고된 육체노동 속에 내던져질까 봐 두려워요. 그건 내 딸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 난 이 애들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 주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예요. (p.169)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서 평생 모를지도. 나이드는 엄마를 생각하고 불안한 내 미래도 생각한다. 소설에서 만난 동성애자, 소수자,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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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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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을지 망설이는 사이, 언니가 먼저 우산을 펼쳐 들고 빗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우산을 써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비였다. 언니는 이내 우산을 접더니 비를 쫄딱 맞은 채 나에게 빗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시간의 궤적 중에서)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 그렇지 않다. 일상을 그린 것 같지만 또 아니다. <시간의 궤적>에서도 배경이 프랑스다. 프랑스란 나라, 이국적인 상상을 한다. 그런데 소설은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만난 언니와 나의 우정을 다룬다. 이해할 수 없지만 또 이해하게 되는 사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기억에 대해서. 참 묘한 거구나. 과거의 좋았던 일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고. 백수린의 단편은 이런 설정이 많은 것 같다. 여름의 빌라>는 휴가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추억만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에서 그건 아니었다. 주어진 현실, 슬픔, 역사 같은 게 어우려졌다. 좀 어려웠다. 안타깝기도 했다. 


긴 세월의 폭력 탓에 무너져내린 사원의 잔해 위로 거대한 뿌리를 내린 채 수백 년 동안 자라고 있다는 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여름의 빌라 중에서 )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십대 소녀의 반항처럼 느꼈다. 물론 그런 내용은 아니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경험하는 묘한 감정이라고 할까. 매일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길에서 보게 된 붉은 벽돌집이 허무는 과정을 본다. 그 일을 하는 남자들을 보게 되는데. 알 수 없는 욕망을 경험한다. <흑설탕 캔디>는 할머니를 추억하는 소설이다.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를 기억하는 이야기. 나는 할머니와 추억이 크게  없다. 그래서 좀 색다르게 읽었다. 외국에서 아들과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말도 통하지 않고.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는 표지랑 제목이 넘 예쁘다. 여름에 읽고 싶었는데 가을이 되었다. ㅎ 백수린의 단편집은 처음 읽는 것 같다.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시리즈>와 문학동네 젊은작가수상작에서 만난 게 전부다. 대신에 장편과 번역한 작품을 읽은 기억도 있긴 하다. 이번 작품집을 통해서 백수린의 소설을 더 많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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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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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복>을 읽으면서 우리집 제사 풍경을 생각했다. <가원>도 재밌다. 강화길 장편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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